[기획] “국제 곡물가 고공행진”…식품업계 하반기 실적 ‘빨간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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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국제 곡물가 고공행진”…식품업계 하반기 실적 ‘빨간불’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08.16 14:2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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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조짐에…식량 가격 10% 상승
이상기후에 ‘애그플레이션’ 우려도…주요 농작물 몸값 ‘들썩’
사진은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채소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심화 조짐에 국제 곡물 가격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원부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계에겐 초비상이 걸렸다. 최근 폭염‧폭우‧태풍 등 이상기후로 인한 주요 농작물의 상품성 저하‧물량 감소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도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된다. 사진은 서울 시내 대형마트에 채소 판매대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식품업계 하반기 실적 전망에 적신호가 켜졌다.

올 2분기 국내 주요 식품업체들은 제품 가격 인상 및 해외사업 순항 등을 기반으로 전년비 실적 성장세를 보였다. 상저하고 전망에 힘이 실리는 듯 했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심화 조짐에 국제 곡물 가격이 다시 요동치고 있다. 원부자재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는 식품업계에겐 초비상이 걸린 셈이다.

16일 업계에 따르면 러시아-우크라이나 사태 등의 영향으로 원재료 값이 치솟고 물류비와 인건비가 널뛰며 국내 식품업체들의 3‧4분기 실적 하방리스크가 확대되고 있다. 곡물 수입 가격이 약 3개월 정도의 시차를 두고 영향을 주는 점을 감안하면 원가 상승으로 이어져 올 하반기 식품업계에 영향을 미칠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앞서 지난달 러시아가 흑해곡물협정 연장을 거부한 데 이어 우크라이나 최대 곡물 수출항인 오데사 등을 폭격했다. 우크라이나는 밀, 옥수수, 해바라기유의 주요 수출국으로, 미 국무부에 따르면 지난달 러시아가 흑해 곡물 협정에서 탈퇴한 뒤 식량 가격이 10% 뛰어올랐다. 우크라이나는 러시아의 흑해 주요 수출항인 노보로시스크를 공격하며 맞대응해, 흑해를 둘러싼 국제적 범위의 긴장감이 고조되고 있다. 노보로시스크는 유럽 최대 항구 중 하나로 러시아 해상 무역의 17%가 이곳을 통해 이뤄진다.

최근 폭염‧폭우‧태풍 등 이상기후로 인한 주요 농작물의 상품성 저하‧물량 감소로 농산물 가격이 오르면서 일반 물가도 상승하는 ‘애그플레이션’ 가능성도 제기된다. 실제로 지난달 장마에 이어 이달 초 폭염이 이어지며 농산물 가격이 강세를 보이고 있다. 지난 11일 배추(상품) 도매가격은 10㎏에 2만5760원으로 한 달 전의 9880원보다 160.7% 대폭 뛰었다. 1년 전 1만9096원과 비교해도 34.9% 비싸다. 도매가 기준, 무는 20㎏에 2만9320원으로 한 달 전의 1만2900원과 비교하면 127.3% 치솟았으며, 대파는 1㎏에 3250원으로, 한 달 전(2076원) 대비 56.6% 올랐다.

주 원재료의 대부분을 수입하는 우리나라 기업 입장에선 ‘가격 인상’ 외엔 마땅한 대안이 없지만, 이마저도 기대하기 힘들다. 정부의 제품 가격 인하 권고에 가격을 내렸던 식품들은 매출에 타격이 더욱 클 것으로 보인다.

올해 들어 정부는 식음료업계를 대상으로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등 물가안정의 협조를 요청했다. 정부가 기업을 상대로 실태조사를 벌이고 업계와 잇따른 간담회를 열며 전방위로 압박할 시, 기업 입장에선 수익성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치더라도 권고를 따를 수밖에 없단 게 업계의 전언이다. 고물가에 지친 소비자들도 정부의 가격 인하 압박에 우호적인 시선을 보내고 있어, 적어도 연내까진 가격 인상을 자제하는 업계 분위기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된다.

한 식품업계 관계자는 “내수 침체, 규모의 한계 등 다양한 요인으로 식품업계 전반은 글로벌 사업 비중을 중장기에 걸쳐 늘려왔고, 최근 들어 초기 인프라 확보 및 투자 단계를 넘어 각 해외 지역별 수익성을 현실화시키고 있다”며 “식자재 원부자재값 부담 확대뿐만 아니라 에너지 비용, 인건비 등 당장 제품 가격을 인상할 요인은 다양하지만, 시장 상황을 모니터링하며 해외 사업 매출 확대로 대내외 리스크를 상쇄할 방침”이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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