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출구 없는 노·정 갈등, 열쇠는 정부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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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출구 없는 노·정 갈등, 열쇠는 정부에 있다
  • 김원빈 기자
  • 승인 2023.08.16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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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중기부 김원빈 기자.
유통중기부 김원빈 기자.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노동계와 정부 간 갈등 심화는 근원을 특정하기 어려운 지경에 이르렀다. 이번 사태는 과거 노사분쟁과 크게 다르다.

과거부터 노동계와 경영계의 충돌은 최저임금·노동환경 등의 문제를 중심으로 진행됐다. 양측 이해관계자의 이익은 필연적으로 상충할 수밖에 없고, 이들 단체의 존재 목적이 바로 이같은 논의 과정에 참여하기 위함임을 고려했을 때 이는 필연적이며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집권 정당에 따라 그 방향성에 다소 차이가 존재했지만, 직선제 도입 이후 선출된 모든 정부는 각 현안에서 이들 사이의 균형 잡힌 타협안을 구성하기 위한 노력을 지속해왔다. 역대 정부는 국정철학과 이념의 차이 속에서도 민주주의 정체 내에서 ‘정부’가 갖는 의미와 상징성을 망각하지 않기 위해 노력해온 측면이 크다.

윤석열 정부의 집권 이후 노·정 갈등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라는 관측도 존재해왔다. 노동계를 상대로한 윤 대통령의 잇따른 강경 발언과 축적된 행정조치 등이 불필요한 갈등을 심화했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한 노동계 관계자는 “작년 화물연대 총파업 당시 이뤄졌던 업무개시명령에 더해 일상적 집회에 대한 과도한 경찰력 동원·냉전적 사고에 기반한 언사는 노동계와의 갈등을 심화하는데 결정적인 요인으로 작용했다”고 설명했다.

실제 이번 정부는 작년 11월 29일과 12월 8일, 안전운임제 일몰제 폐지 등을 주장하며 시위를 진행한 화물연대 조합원들에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고, 이를 거부한 운전자에 고발 조치를 진행하는 등의 강경 행보를 보였다.

올해 2월 윤 대통령은 공개적인 국무회의 석상에서 건설노조를 향해 ‘건폭’이라고 지칭하기도 했다. 일부 건설현장에서 이뤄지고 있는 불법행위를 근절하자는 취지였지만, 당시 노동계는 이에 크게 반발했다.

이같은 정부의 ‘반노조 드라이브’는 ‘대화의 끈’을 놓지 않고 있었던 한국노총마저 돌아서게 만드는 결과로 이어졌다. 한국노총은 6월 경제사회노동위원회 참여 중단에 이어 ‘윤석열 정권 심판’을 위한 전면 투쟁에 나서겠다고 선언했다. 민주노총을 포함한 한국의 양대노총이 정부에 날카로운 각을 세우게 된 셈이다.

국민이 선거를 통해 선출한 정부는 자신에게 표를 던진 유권자와 세력 뿐만 아니라, 민주적 숙의 과정을 걸쳐 자신들과 상이한 생각을 지닌 이들도 포용해야 할 의무를 지닌다. 정권이 경제 성장을 중요시 여긴다면, 산업계의 가장 주된 이해당사자에 대해서는 더욱 그렇다. 

국정은 전쟁이 아니다. 그것이 민주적 질서와 합의가 보장하는 수준이라면, 경제·정치적 이념이 상이한 이들도 결국 제거해야 할 ‘적’이 아니라 끝내 대화를 통해 포용해야 할 잠재적 동반자임을 인식해야 한다. 

결국 열쇠는 정부가 쥐고 있다. 또, 민주정체와 그 국민들은 선거를 통해 정부에 이같은 소모적 갈등을 해소할 수 있는 충분한 당위성과 권력을 부여했다. 정부가 또 하나의 ‘이해당사자’로서 행동하는 것이 아닌, 더 큰 대승적 목적을 위해 실천할 수 있는 용기를 지니고 있기를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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