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금융투자업계 OCIO ‘순살’ 초대형기금으로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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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금융투자업계 OCIO ‘순살’ 초대형기금으로 ‘골머리’
  • 김경렬 기자
  • 승인 2023.08.15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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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렬 매일일보 금융증권부 기자.
김경렬 매일일보 금융증권부 기자.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지난 4월 한국토지주택공사가 발주한 인천 검단신도시 한 공공분양 아파트 건설현장 지하주차장이 붕괴됐다. 지붕을 받치는 기둥 가운데 보강철근이 빠졌기 때문이다.

LH는 발주한 아파트를 전수조사해 지하주차장에 무량판 구조를 적용한 91개 아파트 단지 중에 15곳이 문제된다고 전했다. 이후 밝혀진 바에 따르면 무량판 구조가 적용된 아파트 단지는 102개, 철근 누락 단지는 20개로 늘었다.

철근 누락 아파트를 사람들은 ‘순살 아파트’라고 부른다. 뼈 없이 속이 비었다는 말로 겉만 그럴싸하고 실속이 없다는 뜻이다.

이번 사태는 LH의 허술한 공사 관리·책임 문제가 여실히 드러났다. 원자재 가격 압박 탓에 철근이 빠진데다 물 탄 콘크리트가 사용됐을 가능성이 제기되고 있다. 누군가는 타인의 안전보다 본인의 이익을 우선한 셈이다.

가장 근본적인 원인은 부동산 경기 하락으로 보인다. 부동산 불황은 여러 업권에 연쇄적인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 연체율, 손상 인식 등 재무의 각종 지표가 위험 신호를 보내고 있다. 시공사, 신탁사, 금융사, 기관 등 금전과 이해관계로 고구마 줄기처럼 엮인 곳들이 모두 ‘폭탄 돌리기 식’ 가해자가 될 수 있다.

여의도는 바람 잘 날이 없다. 그간 증권사‧자산운용사들이 치열한 유치 경쟁을 벌였던 초대형 외부위탁운용관리(OCIO) 사업에도 경기 변동이 영향을 미치고 있다. 10조원 이상 대형 OCIO로는 기획재정부의 공적연기금투자풀, 국토교통부의 주택도시기금, 고용노동부의 고용기금‧산재기금 등이 있다.

수조원에 달하는 자금이다 보니 관련 수수료 수익으로도 탄탄한 관리 인력을 꾸릴 수 있다. 연초에는 6조원대 고용보험기금 외부위탁운용관리를 위해 NH투자증권, KB증권, 미래에셋증권, 신한투자증권 등 대형 증권사 간의 4파전이 치러지기도 했다. 결과는 미래에셋증권의 승리였다.

분위기가 묘해진 건 부동산 관련 기금이다. 부동산 경기가 나빠지면서 주택청약금이 급감했고, 증권사가 받은 국토부 OCIO 물량에 출혈이 발생했다. 지난해부터 주택도시기금 여유자금 전담운용기관으로 활약하고 있는 NH투자증권과 미래에셋자산운용의 지표에도 불안한 신호가 보였다. NH투자증권이 연‧기금과 맺은 투자일임 잔고는 1분기 말 기준 7조9734억원을 기록했다. 작년 말(11조9387억원) 대비 석 달 새 4조원 가량 감소한 수준이다. 지금은 더 줄어 5조원이 안된다는 말들이 나온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1분기 말 기준 투자일임 자산관리 수수료는 78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27억원 감소하기도 했다. 투입한 인력들에게 지급할 돈이 부족한 건 아닌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일반적으로 사업이 부진할 때는 모든 이해당사자들이 허리띠를 졸라맨다. 누군가의 탓을 정하기 어려워 다같이 힘을 모으는 게 쉬운 방법이다. 시작점을 찾으려면 불경기의 원인을 정해야해서 애매하다. 그 와중에도 누군가의 밥줄은 끊길지 모른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모두가 방파제를 쌓아야한다면, 주체는 국가 기관도 해당된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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