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매출 수십조’ 글로벌 제약사, 구조조정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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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매출 수십조’ 글로벌 제약사, 구조조정 확대
  • 이용 기자
  • 승인 2023.08.09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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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화이자·한국로슈·한국릴리, 영업부서 상대로 구조조정 진행
글로벌 제약사 제품의 독점 지위 강화로 영업 홍보 필요성 하락
화이자, 바이오젠, 로슈, 릴리, MSD가 팬데믹 막바지부터 본사 뿐 아니라 세계 각국 법인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다. 그래픽=매일일보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글로벌 제약사들이 수십조의 매출을 기록하고도 고강도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어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된다. 특히 영업과 홍보 마케팅 분야 직원들이 전력 외로 분류 되면서 관련 직원들의 한숨이 커지고 있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세계 굴지의 제약사 화이자를 비롯해 바이오젠, 로슈, 릴리, MSD 등은 팬데믹 막바지부터 본사 뿐 아니라 세계 각국 법인을 대상으로 구조조정을 진행했다.

한국화이자는 조직개편의 일환으로 지난해 7월부터 기존 6개의 영업부서를 3개로 축소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릴리의 경우 2020년 말부터 본격적으로 ERP를 실시했으며, 바이오젠은 제품출시와 연구개발 투자를 위해 전체 직원 중 약 11%를 해고하겠다고 전했다.

한국MSD는 지난 5월 전 직원을 대상으로 대규모 희망퇴직(ERP)을 실시하고, 사업부 개편 소식을 공지했다. 최근에는 제너럴 메디슨(GM) 사업부 비즈니스를 종료하고 전 직원을 대상으로 희망퇴직 프로그램(ERP) 확대시행 추가접수를 열흘간(7월 10~20일) 진행했다.

이 과정에서 영업직원 및 홍보마케팅 직원들이 주요 구조조정 대상자로 지목됐다. 한국화이자는 조직개편에 대해 “비대면 영업이 증가한 만큼, 대면 영업·마케팅을 줄이고 디지털로 전환한다”고 설명했다. 한국릴리도 온라인 영업 비중을 확대하며 영업 규모를 축소했다고 전했다. 한국로슈 측이 2020과 2022년에 진행했던 ERP의 주 대상도 영업부인 것으로 나타났다.

코로나19 이후 일부 실적이 악화되자, 글로벌 제약사들이 이윤을 극대화하기 위해 구조조정을 감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화이자의 경우 올 2분기 매출은 127억 3000만달러인데, 이는 전년 동기 대비 54% 감소한 액수다. 일단 국내 전통 제약사보다 10배 이상 높은 매출이지만, 글로벌사 입장에서는 필요성이 하락한 부서부터 정리하는 것이다.

각 기업은 코로나19 사태로 비대면 영업이 증가했다는 사실을 근거로 영업부서에 대한 구조조정을 단행했다. 다만 영업 관계자들이 지목한 실제 원인은 글로벌 제약사들의 제품들이 시장 내 독점적 지위를 갖고 있어 영업 및 홍보의 중요성이 떨어졌기 때문이다.

실제 각종 암과 각종 희귀병은 물론, 코로나19 관련 의약품 시장에서도 글로벌 제약사들이 시장 주도권을 쥔 상태다. 일례로 국내에는 GSK의 서바릭스, MSD의 가다실·가다실9 등 3종의 자궁경부암 백신이 유통 중인데, 이 중 가다실9의 효과가 비교적 높아 사실상 독보적인 시장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MSD는 가디실9의 가격을 2년간 25%이상 올렸는데, 당시 의료계는 ‘독과점 지위 남용’이라 비판한 바 있다.

글로벌 제약사 A사에서 근무했던 영업사원 C씨는 “국내에 경쟁 의약품이 없는 이상, 어차피 의료인과 환자들에겐 선택권이 없다. 글로벌 제약사 입장에서는 병의원 및 약국에 영업을 다닐 필요도 없고, 홍보도 필요없다. 글로벌사의 관련 사원은 중소제약사 영업사원에 비해 업무 강도가 적었던 셈”이라고 말했다. 이어 그는 “해외사에서 비교적 편하게 일해온 데 비해 급여가 웬만한 국내사보다 높은 것도 문제다. 영업 포트폴리오는 적은데, 연봉은 높아 다른 회사로 이직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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