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시장에 맡기자는 분양가, 아직 멀었다
상태바
[기자수첩] 시장에 맡기자는 분양가, 아직 멀었다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3.08.08 12:37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소현 건설사회부 기자

올해 상반기 분양이 예고됐던 A단지는 절기상 가을로 접어드는 입추(立秋)에도 분양을 하지 못했다. 분양 관련 인허가권을 쥐고 있는 지자체가 최종 결정을 미루면서다. 단지의 시공사 측은 "매일 같이 담당자가 구청을 찾아가 그저 앉아만 있다 온다"며 "특별한 이유가 없음에도 왜 분양이 늦어지는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분양가 규제는 전국 대부분의 사업장에서 자취를 감췄다. 고분양가심사제는 제도의 뼈대는 남아 있지만, 현재는 적용 지역이 한 곳도 없다. 분양가상한제의 경우 강남·서초·송파·용산 등 서울 4곳에만 적용 중이다. 이들 지역에서도 상한제 현실화를 통해 제재 수위가 낮아졌다. 그간 시장에서 분양 지연의 원인으로 지목됐던 문제들이 일거에 사라진 것이다. 

그럼에도 일부 사업장에선 분양 심사 때문에 분양하지 못하고 있다는 하소연이 들린다. 제도만 놓고 보면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지만, 실제론 분양가 상승을 우려해 지자체들이 허가를 망설이고 있다는 진단이다. 한 보증기관 관계자는 "분양가 앞자리 숫자가 아예 바뀔 경우 일선 실무진을 넘어 지자체장 차원에서 부담이 큰 문제"라고 밝혔다.

분양가 규제 완화는 시장 전문가들이 동의하고 정부가 이끌었던 주택 공급 촉진책이었다. 다만 분양가가 너무 가파르게 오를 경우 역풍이 불 수 있다는 지적에도 나름의 논리가 있다. 지역에서 미분양이 나오거나 분양가격이 뛰어오르면 지역민들 입장에서도 피해가 크다. 

문제는 의도가 아닌 의사결정 과정에 있다. 명확한 제도와 지침 없이 그때그때 암암리에 처리하는 관례가 자리 잡게 되는 경우다. 이는 시장 그림자를 키우는 원인이 된다. 극단적인 소수의 사례일 순 있겠지만 6월 여수시청 공무원에게 건설사 임원이 분양사업 인허가 과정에서 뇌물을 제공했다는 고발장이 접수돼 경찰 수사가 개시된 바 있다. 

소위 쌍팔년도 때처럼 인허가권을 두고 뒷돈이 오가는 사례는 희소해졌다고 해도, 지금 시스템상에선 우려가 있는 것도 사실이다.

정부는 분양가 문제를 시장에 맡기겠다고 밝혔다. 맹점은 건설업은 전통적으로 인허가권이 중대한 이슈라는 점이다. 아직은 해결되지 않은 부분이 있는 만큼 미세한 부분까지 들여다보는 관찰력을 요청해 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