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정원개혁특위 본격 출발… 순항은 ‘불투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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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원개혁특위 본격 출발… 순항은 ‘불투명’
  • 이승구 기자
  • 승인 2013.12.08 10: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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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혁방향 놓고 여야 ‘신경전’… 국정원과의 마찰도 예상
▲ 지난 5일 오후 열린 국회 본회의에서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 구성결의안 투표 결과가 전광판에 표시되고 있다. 국정원개혁특위 구성안은 의원 234명이 투표에 참여한 가운데 찬성 198명, 반대 7명, 기권 29명으로 가결됐다.<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승구 기자]여야 지도부가 ‘4자회담’에서 극적으로 합의해 지난 5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한 ‘국가정보원 개혁특별위원회’가 9일 전체회의를 열고 본격적으로 출발한다.

하지만 여야가 벌써부터 여러 가지 문제들에서 상반된 입장을 드러내며 신경전을 벌이고 있어 최종 합의까지 넘어야할 산들이 많을 것으로 예상된다.

양측이 크게 의견차를 보이는 부분은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 파트’의 활동에 대한 개혁방안인데 여야는 4자회담 합의문에서 ‘국정원 직원의 정부기관 출입을 통한 부당한 정보활동의 통제 및 정당과 민간에 대한 부당한 정보수집행위 금지’ 조항을 연내에 입법화하기로 의견을 절충했다.

하지만 여야가 이를 두고 각기 다른 해석을 하고 있어 접점을 찾기 쉽지 않을 것으로 관측된다.

새누리당은 관공서 등 국가기관과 언론사, 기업에 국정원 직원이 상주하며 정보를 수집했던 기존의 활동이 금지되면 국가안보에 대한 정보수집이 어려워져 앞으로 어떤 문제가 발생할지 예측하기 어렵다면서 우려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특위 여당 간사인 김재원 의원은 지난 7일 기자들과 만난 자리에서 “국정원의 정치관여 소지를 차단하는 대신 방첩, 대테러, 대공정보 수집 능력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개혁을 추진할 것”이라고 새누리당의 입장을 전했다.

반면 민주당은 현재 국정원의 국내정보 수집기능이 ‘월권행위’로 비쳐질 만큼 너무 커져 정치개입 등 불법적인 활동을 자행했다고 보고 이에 대한 정보수집 기능과 역할을 축소시켜야 한다고 맞서고 있다.

특위 야당 간사인 문병호 의원은 지난 5일 MBC라디오 ‘신동호의 시선집중’에서 “꼭 기관에 상주하고 출입을 해야 정보를 얻는 건 아니지 않느냐”면서 “국정원이 필요에 따라서 기관에 출입할 수 있지만 그 기관에 상주하거나 그 기관을 타깃으로 해서 뭔가 자꾸 과도한 정보를 수집하는 것에 대해선 금지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국정원의 대공수사권 폐지·이관’ 문제를 놓고 양측이 논란을 벌이고 있는 부분인데 민주당은 국정원의 국내 정보수집 범위를 한정하고, 국내 수사권을 검찰·경찰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지만 새누리당은 수사권 이관 자체를 반대하고 있다.

국회가 국정원의 예산통제 강화를 놓고도 양측이 맞서고 있다.

민주당은 기획재정부의 예산에 편성돼 특별한 내용증빙 없이 국정원이 요구하면 즉각 활용가능한 예비비의 삭감을 주장하는 등 예산 총액만 보고받는 현행 제도의 개정을 요구하고 있고, 새누리당은 예산 항목과 사용처 등이 공개되면 국정원의 조직과 인력규모 등 구체적인 활동 내용에 대한 보안유지가 어렵다면서 야당과 상반된 입장을 보이고 있다.

여기에 여야는 4자회담 합의문의 내용 중 ‘사이버심리전 등의 활동에 대한 엄격한 규제’에 대해서도 다른 시각으로 접근하고 있다.

새누리당은 사이버심리전을 규제한다면 ‘대북 심리전’이 무력화할 것으로 보고 있지만, 민주당은 국정원이 아닌 다른 부처에서 투명한 방법으로 대북 심리전을 실행해도 무리가 없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남재준 국정원장은 지난 6일 열린 국회 정보위원회에 출석해 여야의 국정원 개혁 방향에 대해 “여야 합의대로라면 국정원은 아무 것도 할 수 없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정보위 여야간사인 새누리당 조원진, 민주당 정청래 의원은 이날 국회 브리핑에서 남 원장이 “이번 기회에 (국정원이) 선거개입과 정치개입을 하지 못하게 국회에서 안을 잘 만들어 달라고 건의드린다”면서 “그러나 남북 대치 상황에서 대공수사와 심리전은 확실히 보장해달라”고 요구했다고 전했다.

이 때문에 개혁방향을 놓고 국회와 국정원 간의 의견충돌도 일어날 가능성이 있어 국정원개혁특위의 앞날은 순탄치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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