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전기차 자동차세, 일단 그대로 두자
상태바
[기자수첩]전기차 자동차세, 일단 그대로 두자
  • 최동훈 기자
  • 승인 2023.08.03 11: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 최동훈 기자  |  대통령실이 오는 21일까지 3주간 ‘배기량 중심 자동차  재산 기준 개선’ 방안에 대한 국민참여토론을 진행한다. 그동안 차량을 보유한 국민들에게 배기량 1㏄당 최소 80원, 최고 200원씩 부과하던 자동차세의 제도 개선 여부를 검토한다는 취지다. 자동차세 개편을 요구하는 국민들은 '재산세' 성격을 지닌 자동차세가 차량 판매가와 상관없이 '배기량'만을 기준으로 부과되는 것이 불합리하다고 지적한다.

예컨대 1억원 넘는 고가에 판매되는 전기 자동 차인 테슬라 모델S는 탄소를 일절 배출하지 않아 배기량이 '0'인 무공해차에 일률 적용되는 10만원의 자동차세가 적용된다. 반면 1.6 가솔린 엔진을 장착한 아반떼는 모델S의 5분의 1 수준에 불과한 가격인 1975만원에 판매되고 있지만 자동차세로 19만여원이 부과되고 있다. 이를 문제 삼는 사람들은 '더 비싼 차에 더 많이 과세해야 하는 것 아니냐'는 논리를 펼친다.

이는 재산(차량) 보유 여부로 부과되는 세금인 자동차세 특성을 고려할 때 일면 타당한 주장이다. 하지만 반대로 생각해보자. 판매가 3352만원의 고성능 준중 형차 아반떼N 2.0L 모델(약 40만원)에, 최고 4317만원(옵션 미포함)의 중형차 싼타페 하이브리드 1.6L 모델(약 32만원)보다 높은 자동차세를 부과하는 것은 합당한가. 아반떼N이 싼타페 하이브리드보다 더 작고 저렴한 차인데 말이다.

비교 대상으로 꼽은 모델S의 고객이 자동차세 혜택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이 보다 더 비싼 전기차를 보유한 고객들도 같은 액수의 자동차세를 내고 있다. 하지만 자동차세 형평성에 대한 지적에는 줄곧 '전기차 대 내연기관차'의 비교 구도가 담겨 왔다.

재산 보유의 관점에서만 자동차세 액수의 합리성을 따지자면 장애인이나 국가유공자에 대한 자동차세 전액 면제(지방세특례법)도 형평성 차원에서 배제해야 한다. 비싼 전기차를 갖고 있다는 이유로 자동차세를 더 부과해야 한다는 주장은 전기차 고객을 차별할 소지가 있는 점에서 오히려 불합리하다고 볼 수 있지 않을까.

자동차세가 지자체의 '생 활 환경 개선 활동'에 필요한 재원인 지방세로 분류되는 점에 주목할 만하다. 전기차는 내연기관차와 비교해 매연을 일절 배출하지 않고 소음도 적어 생활 환경 개선 목적에 더욱 부합한다. 전기차 고객들이 세금을 지출해 달성할 목적을 이미 부분적으로 충족하고 있는 상황에서 단순히 가격을 이유로 지금보다 더 많이 납세하는 것을 납득할 수 없다. 고가의 대형 저 배기량 차에 저가의 고배기량 차보다 적은 세금이 매겨지는 상황에서 말이다.

자동차세가 30년 넘게 배기량을 기준으로 매겨진 것 은 대기  오염 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한 규제 성격을 함께 지니기 때문이라는 것이 전문가 분석이다. 이는 재산 보유에 대한 과세라는 형식상 자동차세 명분과 괴리를 보이지만, 과세 체계의 근간을 유지하는 한 세금의 기존 특성을 토대로 개 편  방안을 논의하는 것이 타당하다.

최근 원자재·에너지 가격 상승 탓에 전기차의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구매하고 운행 중 충전하는데에 드는 부담이 더욱 커지면서다. 극한 기후의 잦은 출현으로 탄소 중립이 더욱 절실해진 지역 사회 분위기와 역행하는 현상이다. 전기차는 생애 주기 전반에 걸쳐 내연기관차보다 더 적은 탄소를 배출하는 친환경 재화인 만큼 탄소 중립을 위해 더욱 확산돼야 한다.

전기차가 자동차세 인상으로 더 많은 소비자들로부터 외면당하는 것은 탄소  중립 관점에서 우려할 만한 장면이다. 기후  변화 심화 추세를 비롯해 고물 가전기차 매력도가 떨어지고 있다. 고금리 기조 속 제조사의 전기차 가격 인하 노력 등을 고려해 당장은 전기차 자동차세 과세 기준을 현행 유지하는게 어떨까 한다. 전기차 확산을 유도하기 위해서 말이다.

2.5L 가솔린 엔진 SUV를 보유하며 자동차세를 꼬박꼬박 내고 있는  입장에서 꺼낸 얘기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