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 최고 의약품 생산실적' 주역은 해외사 백신… “반쪽짜리 영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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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 최고 의약품 생산실적' 주역은 해외사 백신… “반쪽짜리 영광”
  • 이용 기자
  • 승인 2023.08.01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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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의약품 생산실적 28조9503억원, 시장규모 29조8595억원
美모더나, 실적 상위권 '싹쓸이'… 총 생산실적 중 4% 비중 차지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 1위 업체는 모더나코리아이며, 총 생산실적의 4%(1조2756억원)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사진은 미국 매사추세츠주 캠브리지에 있는 모더나 건물. 사진=연합뉴스/REUTERS/Brian Snyder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지난해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다만 해외 백신 위탁 생산 사업이 이번 호실적에 큰 지분을 차지하고 있는 만큼, 해외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1일 보건당국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의약품 생산실적은 28조9503억원으로 전년(25조4906억원)대비 13.6% 증가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의약품 생산실적은 지난해 국내 제조업 생산실적 중 차지하는 비율은 5.25% 수준이나, 최근 5년간 연평균 8.2% 성장해 전체 제조업 연평균 성장률(2.2%)의 4배에 달하는 가파른 성장세를 보였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최근 5년간 의약품 생산실적은 2018년 21조1054억원에서 2019년 22조 3132억원, 2020년 24조5662억원, 2021년 25조4906억원, 2022년 28조9503으로 지속적인 성장세를 기록했다고 설명했다. 또 의약품 시장규모도 17.6% 증가한 29조8595억원으로 나타나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지난해 호실적의 배경에 대해 △바이오의약품 생산·수출실적 역대 최고 △코로나19 백신·치료제가 생산·수입실적 상위 차지 △완제의약품·전문의약품의 높은 생산비중 유지 △의약외품 상위 5품목 순위 유지 등을 꼽았다.

특히 국내 바이오업계는 글로벌 업계 최고인 제약사 론자와 중국과 인도에 버금가는 생산 역량을 바탕으로, 이번 실적의 1등 공신으로 자리잡았다.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생산실적은 2021년(4조7398억원) 대비 14.2% 증가한 5조4127억원으로 최초로 5조원 대에 진입했다.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수출액은 27억 8593만달러(3조6000억원)로 2021년(15억8738만달러, 1조8169억원) 대비 75.5% 큰 폭으로 증가, 역대 최고치를 경신했다.

다만 해외 제약사가 국내에 생산을 맡긴 제품에서 발생한 수익이 상위권을 차지한 만큼, 사실상 순수 국내 기술로만 거둔 성과는 아니다. 식약처도 이번 성과의 배경에 대해 "특히 전문 위탁생산업체가 코로나19 백신을 전 세계에 공급해 생산․수출액 증가를 견인한 것으로 풀이된다"며, 해외사 관련 사업의 성과 기여가 컸음을 인정했다. 

2022년 완제의약품 생산실적 1~2위는 미국 모더나의 코로나19 백신인 스파이크박스주(9130억원), 스파이크박스2주(3626억원)가 차지했다. 3위부터 5위에 있는 국산 제품 생산액을 모두 더해도(약 4000억원) 1위의 절반도 되지 않는다. 의약품 생산실적 1위 업체도 모더나코리아이며, 총 생산실적의 4%(1조2756억원) 비중을 차지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번 실적은 글로벌 제약사가 국내사 생산 역량을 인정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평가된다. 모더나의 제품은 삼성바이오로직스에서 생산되기 때문이다. 다만 해당 산업 구조는 클라이언트 기업에 문제가 발생하거나 특정 의약품의 수요가 감소할 경우 생산사의 수익이 요동친다는 단점이 있다.

지난해 바이오의약품 수입액은 25억 9528만달러로 전년 대비 27.3% 감소했는데, 식약처는 코로나19의 유행이 감소하고 국내 생산 확대로 백신의 수입실적이 크게 감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고 분석했다. 일례로 SK바이오사이언스는 2021년 말 아스트라제네카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 종료와 노바백스 관련 이슈로 매출이 크게 줄어든 바 있다. 최근 미국이 바이오 의약품 자국 내 생산을 우선하는 정책을 내놓음에 따라 위탁 사업에 대한 지속성을 보장받기 힘들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또 백신 개발사는 이미 생산업체와는 비교도 안되는 연간 수익을 거둬 들이고 있는 중이다. 모더나는 코로나19 백신 모더나스파이크박스의 글로벌 잠정 매출액이 184억달러(22조8712억원)라고 밝혔다. 모더나의 백신 매출만 해도 국내 전체 생산실적(28조9503억원)과 맞먹는다.

따라서 국내 바이오사들이 위탁생산으로 거둔 수익을 바탕으로, 해외에서도 인정받을 수 있는 백신을 개발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현재 국내 바이오 기업 대부분은 신약 혹은 백신 개발 분야에서 마땅한 성과를 내놓지 못한 상태다. 대개는 특허 만료 오리지널 약품을 기반으로 한 바이오시밀러 사업에 집중하고 있다.

현재 SK바이오사이언스만이 팬데믹 대응 백신 개발에 성공했으며, 대량생산까지 가능한 상태다. SK바사는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을 제조한 기술과, 글로벌 백신 시장의 대세로 자리잡은 mRNA 기술을 강화해 글로벌 백신 허브로 도약하겠다는 계획을 추진 중이다.

S전자 연구직원은 “해외사에 반도체와 디스플레이를 납품하거나, OEM 방식의 제조업은 미국의 자국산업우선주의기조와 새로운 경쟁국(중국, 인도)의 등장으로 힘을 잃었다”며 “이 가운데서도 아이폰이나 플레이스테이션, 갤럭시 시리즈 등 완제품 중심 사업은 성장하고 있다. 생산사의 지위는 한계점이 있으므로, 결국 시장을 장악할 완제품 개발에도 신경 써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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