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학교를 ‘공장’ 만들겠다는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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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학교를 ‘공장’ 만들겠다는 것인가
  • 이선율 기자
  • 승인 2013.12.03 11:34
  • 댓글 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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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교육계가 정부의 ‘시간선택제 교사’ 도입 추진으로 들쑤셔놓은 분위기이다.

내년 2학기부터 2017년까지 학기당 300명씩 신규 충원할 예정이던 전일제 교사 대신 600명의 시간선택제 교사를 선발해 총 3500명을 뽑겠다는 것이다.

정부가 관련 공문에서 내세운 명분은 “학생들에게 충분한 교육 기회를 제공하고 다각적인 관점에서 소질과 적성을 길러 줄 수 있도록 시간선택제 교사들을 활용한 학교 운영의 탄력성과 유연성 도모”이다.
 
별도의 임용시험을 거쳐 선발해 공무원 지위와 정년까지 보장한다고는 하지만 시간선택제 교사 선발이 매년 정규교사 임용 정원의 일부를 떼어내어 이뤄진다는 부분을 보면 적은 돈으로 고용률을 올려보겠다는 ‘꼼수’가 더 강하게 느껴진다.
 
정부가 추진하는 시간선택제 교사제도에 대해 교직을 꿈꾸는 사람들은 물론 현직 교원의 대다수도 반대하고 있다.
 
하루 4시간 정도 근무하는 교사는 수업만 하고 일찍 퇴근하기 때문에 학급 담임을 맡거나 생활지도, 기타 행정업무를 수행할 수 없어 동료 교사와의 협력이나 학생에 대한 깊이 있는 이해를 기대하기 어려울 수밖에 없다는 것이 교사들의 지적이다.
 
한 교사는 “공교육에 시간선택제를 도입하면 ‘책무성’보다는 일반학원보다 수준이 떨어지는 ‘단과 학원 시스템’이 된다”며 “사실 유능한 교사라면 시간제 교사로 낮은 임금을 받는 것보다 일반학원에서 높은 급여를 받을 확률이 더 높다”고 꼬집었다.
 
한 달 월급 70만~90만원 정도만 받아 생계와 생활이 모두 불안정한 교사가 양산될 경우 예상되는 부작용 중에는 그렇지 않아도 수준 차이가 심각해지고 있는 일반계고와 특목고 사이의 격차를 더 심화시킬 것이라는 우려도 나온다.
 
2년째 임용고시를 준비하며 교사의 꿈을 키우고 있는 한 청년은 “정부가 진정으로 교원의 업무 부담을 줄여주겠다는 생각이라면, ‘반쪽 일자리’로 땜빵하기 전에 교사들이 해당 업무에 대한 이해와 깊이를 가져갈 수 있는 ‘환경’을 제대로 만들어주어야 한다”고 호소했다.
 
현 정부가 가장 미워하는 집단 중 하나인 전교조가 처음 생겼을 때 교육당국과 보수진영은 “교사들이 품위 없이 ‘노동자’를 자처하고 있다”고 비판했었다. 정부가 추진중인 시간선택제 교사 제도는 교사를 노동자로, 학생을 상품으로 대한다는 인상을 피할 수 없다.
 
한 교사는 “교육부에서는 학교가 학원보다 잘 가르치면 지금의 공교육 위기 문제가 해결될 것이라고 생각하는 것 같지만 학교는 수업만 하는 곳이 아니고 교사가 가르치는 학생은 조립되어 나오는 생산품이 아니”라고 꼬집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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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하기 2013-12-11 18:06:22
공교육 정상화를 꾀하는 교육부에서 이런 정책을 내놨다는 게 믿기지 않습니다. 촌철살인의 비유 정말 통쾌하네요

두아이맘 2013-12-09 18:57:50
공교육을 지켜야 할 정부가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제대로 쓴 기사를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두아이맘 2013-12-09 18:56:34
공교육을 지켜야 할 정부가 꼭 봤으면 좋겠습니다!!
오랜만에 제대로 쓴 기사를 봤습니다^^ 감사합니다^^

lcastawayl 2013-12-06 14:38:23
국회의원, 교육부 관계자들 자녀 학교부터 해보면 좋겠네요.
진짜 교육 선진국이라는 유럽 일부 국가에서는 담임을 6년 맡게 해서 책임감과 학생에 대한 이해를 높이는데 시간제 강사라니...

인상파 2013-12-05 12:57:58
아이들 교육은 가정과 국가의 근간이 되는 일임을 절대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뜬금없지만...기자님...인상 좋으셔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