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불경기를 대하는 기업의 자세
상태바
[기자수첩] 불경기를 대하는 기업의 자세
  • 신승엽 기자
  • 승인 2023.07.25 12: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매일일보 = 신승엽 기자  |  최근 기업 대표들이 교체됐다는 이야기가 심심치 않게 들리고 있다. 대부분 실적 하락의 책임을 지고 자리에서 물러난다. 과연 실적 하락의 원인이 대표의 책임이라고 단정 지을 수 있을까. 

기업의 실적 하락은 단계적으로 살펴봐야 할 필요가 있다. 한국은 국제통화기금(IMF) 사태 이후 최악의 위기를 지나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부터 3고(고환율‧고금리‧고물가) 및 원자재 대란이 연이어 발생했기 때문이다. 급격한 최저임금 인상도 인플레이션 효과를 불러오며, 경기 악화에 기여했다. 

우선 한국은 미국과 중국의 글로벌 패권 경쟁에 취약하다. 현재 적자를 기록하고 있지만, 중국은 여전히 한국의 최대 교역국이다. 지난 ‘고고도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 사태로 봤을 때, 적극적인 친미 정책은 보복을 불러올 수 있다. 전세계적인 탈중국 현상이 발생했음에 불구하고, 한국은 지리적‧경제적 특성상 중국을 배제하기 어렵다. 

고물가 기조도 경제 지표를 악화시키고 있다. 원자재 대란에서 비롯된 고물가 기조는 소비자들이 직접 체감할 수 있다. 물가 상승으로 소비자의 지갑이 얇아질 수 있다는 의미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비용에 더 예민하게 반응한다는 점에서, 고물가 기조로 소비 위축이 발생한다는 상황은 당연한 현실이다. 

이러한 상황은 기업들의 실적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 생활필수품부터 건축물까지 모든 방면에서 물가가 올라 소비 자체가 줄어드는 추세다. 외형(매출)을 유지하기 위해 각종 프로모션을 활용해도 수익성(영업이익 및 순이익)을 확보할 수 없는 환경이다. 

일각에서는 최저임금을 올리면 해결되는 문제라고 주장한다. 경제학적 관점을 적용하면 납득할 수 없는 요구다. 최저임금 인상은 기존 직장인들의 연봉 인상을 불러오고, 각종 원자재의 물가 상승을 불러온다. 기업들은 수익성을 확보하기 위해 판매 가격을 올릴 수밖에 없다. 사실상 인플레이션의 악순환에서 벗어날 수 없게 된다. 

기업들은 불경기 속 대표 교체라는 강수를 둔다. 분위기 쇄신을 목표로 대표를 교체한다고 볼 수 있다. 기업의 실질적인 수익성 악화는 경기 악화에 따른 결과다. 기업 대표는 책임을 지는 자리라는 논리에는 반박할 수 없다. 다만 해당 기업의 대표들도 악재를 인지하고, 극복하기 위한 대책을 강구한다. 

수장을 교체한다고 해서 이전보다 나을 것이라는 보장도 없다. 경제위기에도 성장할 수 있는 방안은 생각보다 간단하다. 수익성이 보장된 사업을 펼치면 된다. 하지만 이는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논리다. 수익성 개선이 확실하다는 보장이 있다면 대표 교체에 납득할 수 있지만, 분위기 쇄신만을 위해 대표를 교체하는 것은 이성적으로 다시 고려할 필요가 있다. 

담당업무 : 생활가전, 건자재, 폐기물, 중소기업, 소상공인 등
좌우명 : 합리적인 사고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