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초등학교에 입학한 뒤로 학교에서 매년 여름마다 수해 이재민 돕기 모금을 한 것으로 기억한다. 어린 나이었지만 TV에서 나오는 홍수 피해 뉴스를 보며 남일 같지 않았기에 적극적으로 참여했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왜 이걸 매년 내야 하나’ 하는 질문이 생겼다. ‘매년마다 반복되니 대비를 하면 되는 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던 것이다.
올해도 어김 없이 장마는 왔고 여러 사고들이 있었다. 지난 15일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는 폭우로 제방이 터지면서 밀려든 미호강 하천수가 유입돼 시내버스 등 차량 17대가 침수됐다. 이 사고로 14명이 숨지고 10명이 다쳤다.
사고 당일인 오전 4시 10분 인근 미호강에 홍수경보가 내려졌고 금강홍수통제소는 국무총리실‧행안부‧충북도‧청주시 등 70여 곳에 통보문과 문자를 발송했다. 이후 오전 6시 30분에는 경보 수준보다 높은 ‘심각’ 수위까지 도달하며 관할 구청에 교통통제 등이 필요하다고 알린 것으로 전해졌다.
그러나 행정당국의 교통통제는 이뤄지지 않았고 지자체는 모니터링만 진행했다. 결국 오전 8시 40분 하천물이 지하차도로 쏟아져 들어오며 사고가 일어나게 됐다. 신고를 받은 경찰은 정작 현장이 아닌 엉뚱한 곳에 가 있던 것으로 드러났다. 결국 올해도 ‘인재 논란’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침수 사고의 원인은 미호천교 개축을 위해 쌓은 임시제방이 유량을 견디지 못하고 무너진 것으로 지목되고 있다. 미호천교 개축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오송~청주(2구간) 도로 확장 공사’ 일환으로 진행 중인 공사다.
당시 임시제방은 중장비 동원 없이 인부 6명만 동원된 것으로 전해졌다. 또한 임시제방 높이는 해발 29.7m로 기존 둑 31.3m보다 1.6m 낮게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일각에서는 행복청이 기존 제방 일부를 헐어 중장비 통행로로 이용해 왔다고 주장한다.
당시 사고 영상을 보니 지하차도에 물이 들어오고 있지만 차량들은 아무런 통제 없이 양방향 진출입하는 모습이 담겨있었다. ‘만일 이 현장에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하는 생각이 들어 두렵기까지 했다. 한 운전자는 물이 차오르는 것을 보자마자 바로 차를 돌려 빠져나가는 기지를 보였다. 해당 영상은 ‘나라면 저런 판단이 가능했을까’하는 생각이 들게 만들었다.
지난해 반지하 침수 사고가 일어나면서 올해 장마 대처에도 이목이 집중됐었다. 지구온난화의 영향으로 더 큰 호우가 내렸다고는 하지만 막을 수 있던 사고임에는 틀림없다. 천재지변을 완전히 막을 수 없더라도 최대한 대비를 하고, 막을 수 있는 재난은 막아야 하지 않겠는가. 적어도 인재 논란만큼은 안 나오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