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재난에도 정쟁…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정치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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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재난에도 정쟁…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정치권
  • 염재인 기자
  • 승인 2023.07.23 12:4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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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경부 염재인 기자
정경부 염재인 기자

매일일보 = 염재인 기자  | "7월 말 예정된 본회의에서 수해 관련 대응 법안을 최우선으로 처리해야 한다"

"수해 관련 법안들을 8월 국회에서 반드시 처리할 수 있도록 여당에 촉구한다"

지난 19일 국민의힘과 더불어민주당에서 나온 말이다. 여야가 수해 대책 마련을 위해 모처럼 뜻을 모았으나, 며칠도 지나지 않아 다시 정쟁으로 번지는 모습이다. 

여야는 최근 폭우로 피해가 속출하자 관련 법안 처리를 큰 틀에서 합의했지만, 도시 하천 침수 피해 방지를 위한 법 개정 등에서 이견을 보이면서 삐걱대고 있다. 특히 문재인 정부 시절 '물관리 일원화'를 추진하며,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변경했던 수자원 관리 주체를 여당이 국토부로 되돌리려고 하자 여야 간 갈등이 불거지고 있다. 

수해에 대한 인식도 마찬가지다. 여당은 수해 복구와 대책 마련에 최선을 다하겠다면서도 '자연재해', '이상기후' 등을 언급하고, 이전 정부인 문재인 정부를 탓하는 등 국면 전환에 힘쓰는 분위기다. 반면 야당은 이번 수해를 '인재'(人災)로 규정하며 정부·여당의 미흡한 위기대응시스템을 비판하며 맞서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한술 더 뜨는 모양새다. 윤 대통령은 지난 18일 집중 호우 피해와 관련해 "이권 카르텔, 부패 카르텔에 대한 보조금을 전부 폐지하고 그 재원으로 수해 복구와 피해 보전에 재정을 투입해야 한다"며 수능 '킬러 문항' 논란에 이어 또다시 '이권 카르텔'을 정쟁 소재로 들고나왔다. 

수해 방지 해법에서도 동상이몽이다. 여당은 각 부처의 기존 재난·재해 관련 예산을 집행하고, 부족하면 재난 목적 예비비 2조8000억원 등을 쓰겠다는 입장이다. 반면 야당은 수해 복구와 민생·경제 회복을 위해 조속한 추가경정예산(추경)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치권 모두가 '수해 방지와 지원'을 부르짖고 있지만, 그 어디에도 수해에 눈물 흘리는 국민은 보이지 않는다. 그들에게는 국가적 재난 상황이 상대를 향한 공세 타이밍이자 자신들의 목적을 이룰 절호의 기회인 듯하다. 

정쟁에만 몰입한 정치권에 민심은 점차 멀어지고 있다. 윤 대통령과 거대 양당의 최근 지지율 하락이 이를 방증한다. 국민은 '소 잃고 외양간도 못 고치는 정치권'을 더 이상 보고 싶지 않다. 정부와 여야 모두 이제 그만 정쟁을 멈추고 국민의 아픔을 보듬는 데 최선을 다해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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