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선도’와 ‘선동’의 한 끗 차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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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선도’와 ‘선동’의 한 끗 차이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07.20 14:4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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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아스파탐’ 논란으로 세간이 떠들썩하다.

아스파탐은 설탕과 열량이 동일하지만 감미도는 200배 높은 식품첨가물이다. 적은 양으로 단맛을 낼 수 있어 가공식품 전반에 흔히 쓰이고 있다. 최근 세계보건기구(WHO)가 아스파탐을 발암 가능 물질로 분류하며, 식품업계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을 맞았다. 대체당을 사용한 음식은 살이 덜 찌지 않을까, 같은 제품이라도 ‘제로’가 붙은 것을 우선 집어오던 소비자들은 혼란에 빠졌다.

지난 14일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아스파탐’의 현행 사용 기준을 유지하기로 하며 논란을 일단락시켰지만, ‘발암가능’이란 꼬리표는 이미 짙어졌다. 아스파탐에 대한 소비자들의 인식 악화와 ‘감미료 포비아(공포증)’ 확산 조짐에 식품업체들은 타 감미료 대체 검토에 분주해졌다.

식음료를 주 담당하는 기자다보니 주변 지인들의 관련 문의가 끊이지 않고 있다. 아스파탐이 들어간 음료나 과자를 먹어도 되는 것이냐는 질문에 숱한 국내외 기사를 들여다보고 직접 쓰기 까지 했던 기자 본인조차도 쉽게 답을 내리지 못했다.

“기자님은 고기를 구워먹으며 술을 마실 때 자신의 몸을 해친단 죄의식을 느끼시나요”

아스파탐 관련 취재 중 만난 한 종합병원 가정의학과 교수의 물음이다. 해당 질문의 의도는 이번 아스파탐 논란을 바라보는 전문가들의 견해를 관통한다.

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는 어떤 물질이 암을 유발하는지를 평가해 4개군(1, 2A, 2B, 3)으로 분류한다. 아스파탐이 분류된 ‘2B’군은 인체 발암 가능 물질로, 실험동물이나 사람에게 암을 유발한다는 과학적 증거가 충분치 않은 경우에 해당한다. 2B군엔 야채절임, 휴대전화 전자파 등이 포함된다.

좀 전 교수의 물음을 다시 들여다보자. WHO는 적색육(肉)과 술을 각각 2A(인체 발암 추정물질), 1군(인체 발암 물질)으로 평가하고 있다. 한 달에 한번, 많으면 한 주에 여러번도 먹는 음식들이다. WHO기준, 아스파탐보다 발암 가능성이 더 높은 것들을 즐기며 아스파탐의 유해성에 대해 논하고 있다니, 그 모순은 코미디와 같단 생각이 들었다.

취재 중 만난 또 다른 의료인은 이번 아스파탐 사태를 ‘경종’으로 받아들여야한다고 강조했다. 단맛에 대한 과도한 의존은 탄수화물 중독, 비만 등을 야기한다. ‘제로’라는 마케팅 용어에 현혹돼 아스파탐 등 대체감미료 첨가 식품을 과잉 섭취하지 않도록 경각심을 갖을 필요가 있단 설명이다. 하지만 일종의 강박장애인 ‘건강염려증’의 수준에 달하도록, 제품 구입 시 관련 성분 파악에 과한 피로를 느끼고 위압적 사회 분위기가 조성되는 것은 경계해야한다.

최근 언론은 정보의 전달과 선동 그 사이서 위험한 줄타기를 하고 있는 모습이다. 제로 제품들을 먹어도 되냐는 지인들의 질문이 귀찮아 성실한 대답을 뒤로 했던 것을 반성한다. 이번 기회로 언론은 정보의 올바른 해석과 건전한 전파의 의무를 되새기고, 기업들은 단편적이고 자극적인 마케팅을 경계해야할 것이다. 소비자들 또한 정보의 홍수 속 사실에 기반한 정보를 스스로 취득할 수 있는 힘을 길러야한다. 이번 아스파탐 사태는 우리 사회로 하여금 많은 메시지를 남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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