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동인 칼럼] 어퍼머티브 액션과 레거시 입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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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인 칼럼] 어퍼머티브 액션과 레거시 입학
  • 매일일보
  • 승인 2023.07.20 09: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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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동인 SPR 교육컨설팅 대표
원동인 SPR 교육컨설팅 대표

흑인·히스패닉(라틴계) 소수인종 차별 시정을 위한 미국의 대학 입학 우대 정책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이 위헌이라는 연방대법원의 결정이 나왔다. 1961년 첫 시행 후로 62년 만이다. 교육의 다양성 보장과 불평등 완화보다는 '선의에서 비롯된 차별도 차별'이라는 보수 진영의 논리가 힘을 얻은 결과다. 대입 제도 변화에 따른 혼란과 소수자·인종차별 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소송을 주도한 '공정 입학을 위한 학생들(SFA)'은 스펙이 비슷할 때 하버드대 입학 가능성은 아시안(25%)·백인(35%)이 히스패닉(75%)·흑인(95%)보다 훨씬 낮다고 주장했다. 미국 내 아시안(6%) 인구는 히스패닉(19%)·흑인(14%)보다 소수지만 오히려 소수우대 정책의 가장 큰 피해를 받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하버드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이 어퍼머티브 액션을 고수해온 이유는 뭘까. 다양성 때문이다. 판결 직후 하버드대는 "혁신적인 교육과 연구는 다양한 배경과 삶의 경험을 가진 사람들로 구성된 커뮤니티에서 나온다"며 "진보와 변화를 위해선 토론과 이견이 필요하고 다양성은 필수"라고 했다. 그러면서 "각계각층의 구성원들이 있는 활기찬 커뮤니티는 계속 유지될 것"이라고 했다. 하버드대의 설명은 교육·연구 측면에서 보면 백 번 옳다.

그런데 하버드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에는 레거시 입학(legacy admission) 특례가 있다. '레거시(legacy)'는 동문의 자녀가 입학 할 때 일종의 가산점을 주는 것이다. 다시 말해 엄마, 아빠가 지원 하는 지원하는 대학의 졸업생이면 다소 학력이 부족해도 가산점을 부여 하여 입학을 하락하는 제도다.

지난 3일에 발표한 미국의 비영리단체 '시민권을 위한 변호사(LCR)'에 따르면 하버드대 입학 가능성이 기부 관련 지원자는 7배, 동문 지원자는 6배 정도 높다. LCR은 "2019년 졸업생의 약 28%가 동문 자녀"라고 했다. 이들의 부모는 대부분 전문직이거나 정관계, 기업계 인사들로 향후 사회적 영향력을 높이는 데 유리한 고지를 점하고 있다.

하버드대를 비롯한 여러 대학의 레거시 입학 제도는 어퍼머티브 액션과 정반대의 사안처럼 보인다. 하지만 하버드대가 말하는 커뮤니티 다양성 측면에서 보면 둘은 동전의 양면과 같다. 다소 학력이 부족해도 좋은 집안 출신의 동문 자녀가 있는 게 커뮤니티 다양성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는 것 같다. 서로 다른 삶의 경험이 다원성을 높이고 추후에 이들은 기부금도 많이 낼 가능성이 크다고 보는 것이다.

소수인종 차별 시정을 위한 미국의 대학 입학 우대 정책 '어퍼머티브 액션(Affirmative action)'은 위험 판결을 내리면서 자신의 능력이 아닌 부모의 졸업장에 가산점을 주는 레거시 입학 제도는 지금도 운용되고 있다. 

인종이나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를 우대하지 않고 소득·자산과 같은 객관적 지표로 취약계층을 배려하는 건 필요하다. 가정 형편이 어려운 아시안과 백인도 흑인과 같은 대우를 받는다면 문제 될 게 없다고 본다. 필자의 생각에는 아빠, 엄마가 동문이기에 가산점을 주는 제도가 더 큰 차별이고 문제라고 본다. 

미국을 보면서 무엇이 차별이고 우대인지 다시 한 번 생각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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