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영업자 “1만원대 이하라 그나마 다행”… 고용 축소 현실화 될 것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내년도 최저임금 놓고 중소기업·소상공인들이 아쉬움을 토로하고 있다.
19일 최저임금위원회가 2024년도 최저임금을 올해보다 2.5%(240원) 인상한 9860원으로 결정하자, 소상공인연합회는 곧바로 입장문을 통해 강한 유감의 뜻을 밝혔다. 소공연은 지난 7년 동안 최저임금이 큰 폭(52.4%)으로 올라 업주들의 부담을 가중시켰다며 내년도 만큼은 동결해달라고 촉구해왔다.
소공연이 진행한 실태조사에 따르면, 지난 몇 년 동안 소상공인의 연평균 영업이익 상승률은 1.6%에 불과한 데 반해, 인건비 상승률은 3.7%에 달했다. 그 결과 2023년 1월~4월 소상공인 월평균 영업이익은 281만7000원, 지불하는 월 평균 인건비는 291만원으로 나타나다. 이미 소상공인은 영업이익보다 더 많은 금액을 인건비로 지불하는 것이다. 소공연 측은 “이번 최저임금 결정은 주요 지불 주체인 소상공인의 절규를 외면한 무책임한 처사며, 소상공인이 더이상 고용을 유지하기 힘든 수준”이라고 강조했다.
중소기업중앙회도 입장문을 통해 "중소기업과 소상공인의 어려운 경영상황에 대한 호소가 역대 2번째로 낮은 인상률을 이끌어냈지만, 중소기업계가 절실히 원했던 동결수준을 이루지 못한 것은 다소 아쉬운 결과"라고 전했다. 아울러 "중소기업 현장은 저성장·고금리로 지불능력이 저하돼 있고, 경제 불확실성으로 인해 경영활동이 위축된 상황"이라며 현재 업계가 힘든 상황에 직면해 있다고 역설했다.
정만기 한국무역협회 부회장은 “우리 수출기업의 75%가 2024년 최저임금의 동결 또는 인하 필요성을 느끼는 상황”이라며 “이번 인상 결정에 깊은 유감을 표한다”고 밝혔다. 정 부회장은 “내년 상반기 이후에나 수출 회복이 기대되는 상황에서 이번 결정은 우리 상품의 경쟁력 약화를 초래할 뿐만 아니라 기업의 신규 채용 축소, 해외 투자 확대 및 자동화 추진 등에 따른 고용 축소로 이어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현장의 자영업자들은 1만원이 넘을 것으로 예상됐던 최저임금이 9860원으로 결정돼 그나마 다행이라는 반응을 보였다. 업계는 올해 초부터 내년도 최저임금이 1만원을 넘을 지에 대해 관심이 쏠렸던 터라 이에 대한 걱정이 더 컸다. 실제로 지난 2년간 최저임금은 5.1%, 5.0% 올랐는데, 올해 임금(9620원)에서 3.95%만 올라도 1만원이 된다.
경기 안성의 S편의점 업주는 “1만원이나 9860원이나 큰 차이는 없어보이지만, 1만원은 소상공인들이 감당 가능한 수준의 마지노선이다. 일단 예상보다 낮은 인상률이라는 점에서 한숨 돌렸다”고 말했다.
무엇보다 소상공인 업계가 재차 촉구한 주요 안건은 업종‧규모별 차등적용이다. 사용자 측에서 도입을 주장했지만 결국 무산됐다. 업주의 지급 여력을 따져야 한다는 주장도 묵살돼 자영업자들은 아쉽다고 토로했다.
서울 논현동의 유학원 본부장은 “구직자 간 형평성을 맞추기 위해서라도 업종별 차등적용은 적용돼야 한다. 유학업 단기 알바는 최소한 영어로 작문 할 수 있는 수준의 고학력 인재를 뽑는데, 학원장들은 이들에게도 최저임금을 준다. 임금은 낮은데 할 일과 부담은 더 많은 만큼, 젊은 인재들이 단순 서비스직을 더 선호하게 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미 현장에선 고용축소 현상도 발생하고 있다. 서울 고속터미널 인근 일식집 업주는 “이미 인상안이 오를 것으로 예측한 주변 상인 대부분은 현재 직원들의 시급을 올려주는 대신 새 직원은 뽑지 않는다는 계획을 짜둔 상태다. 우리 가게엔 5명의 직원이 있는데, 월 200만원을 더 주고 새 직원을 뽑는 것보다 기존 직원들에게 20만원씩 더 주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고 경제적이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