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엘리엇에 "1300억 배상하라"는 ISDS 판정 불복…취소소송 제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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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 엘리엇에 "1300억 배상하라"는 ISDS 판정 불복…취소소송 제기
  • 이태훈 기자
  • 승인 2023.07.18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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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 18일 '엘리엇 배상 판결' 후속 조치 발표
국제상설중재재판소에 판정 해석·정정도 신청
"판정 수용 시 악의적 ISDS 이어질 것"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 조치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18일 정부서울청사 별관에서 엘리엇 국제투자분쟁(ISDS) 사건 판정 후속 조치 관련 내용을 발표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이태훈 기자  | 정부가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엇 매니지먼트에 1300억원을 배상하라는 국제투자분쟁(ISDS) 판정에 불복했다. 법무부는 중재지인 영국 법원에 취소소송을 제기함과 동시에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 중재판정부에 판정의 해석·정정을 신청했다고 밝혔다.

한동훈 법무부 장관은 18일 정부서울청사에서 관련 브리핑을 열고 취소소송 및 해석·정정 신청 근거를 설명했다.

한 장관은 판정 불복 이유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상의 '관할 위반'을 들었다. 이번 사안이 중재판정부의 '재판 대상'이 아닌데도 판정을 내렸다는 취지다. 법무부에 따르면 FTA 규정상 ISDS 사건의 관할이 인정되려면 △정부가 채택·유지한 조치일 것 △투자자의 투자와 관련성이 있을 것 △조치의 책임이 국가에 귀속될 것의 조건이 충족돼야 한다. 중재판정부는 이 같은 조건이 충족된다고 판단한 반면, 우리 정부는 그렇지 않다고 본 것이다.

먼저 중재판정부가 국민연금을 '사실상 국가기관'으로 해석해 의결권 행사 책임이 정부에 귀속된다고 본 것에 대해서는 "한미 FTA가 예정하고 있지 않은 '사실상 국가기관'이라는 개념에 근거해 국가 책임을 인정하는 건 부당하다"고 반박했다. 국가기관이 아닌 국민연금의 의결권 행사는 정부가 채택한 조치가 아니고, 그 책임 또한 한국 정부에 귀속되지 않으므로 관할권이 인정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법무부는 당시 정부가 엘리엇의 삼성물산 투자와 '관련성'이 있다는 중재판정부의 판단에도 이의를 제기했다. 한 장관은 "소수주주는 자신의 의결권 행사를 이유로 다른 소수주주에게 어떠한 책임도 부담하지 않는다는 게 상법상 대원칙"이라며 "소수주주 중 하나인 국민연금이 자신의 의결권을 행사한 것을 두고, 다른 주주인 엘리엇의 투자에 대한 조치를 취한 것이라고 볼 수 없다"고 주장했다.

한 장관은 "공공기관 등이 소수주주로서 주주총회에 참가해 의결권을 행사한 사안에서 국가에 손해배상 책임을 물은 ISDS 사건은 찾기 어렵다"며 이번 판정을 받아들일 경우 해외 투자자들의 악의적인 ISDS가 이어질 것이라고 지적했다.

한 장관은 또 "엘리엇 ISDS 사건 판정문에서 중재판정부의 명백한 계산상 오류와 불분명한 판시 사항이 있음을 확인했다"며 중재판정부에 판정 해석·정정을 신청한 이유를 밝혔다.

중재판정부가 엘리엇의 손해액을 산정하기 위해 삼성물산이 엘리엇에 지급한 합의금을 '세전 금액'으로 공제하라고 설명했지만, 정작 '세후 금액'을 공제하는 오류로 약 60억원의 손해배상금이 더 부과됐다는 것이다. 삼성물산은 2016년 엘리엇이 소송을 취하하는 대가로 이 같은 합의금을 지급한 것으로 알려졌다.

아울러 중재판정부가 판정 이유에서 손해배상금 원금에 붙는 326억원 상당의 판정 전 이자를 '원화'로 지급해야 한다고 설명해놓고 주문에서는 '미화'로 지급해야 한다고 판시한 것에도 명확한 해석이 필요하다고 했다.

엘리엇은 지난 2015년 삼성물산이 제일모직과 합병을 추진할 때 한국 정부가 부당하게 개입해 국민연금이 찬성표를 행사하도록 했다며 7억7000만 달러(약 9900억 원)의 배상금을 청구했다. PCA 중재판정부는 지난달 20일 엘리엇 측의 주장을 일부 인용해 우리 정부가 배상 원금과 이자, 법률 비용을 포함해 1억781만7264.9달러(약 1389억원)를 지급하라고 명령했다.

엘리엇은 2015년 삼성그룹 오너 일가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간 합병 과정에서 청와대, 보건복지부가 국민연금에 찬성투표를 하도록 압력을 행사해 손해를 봤다며 2018년 7월 ISDS를 제기했다.

한편 정부의 이러한 조치는 PCA의 배상 판정이 나온 지 28일 만이며, 판정 취소소송 제기 기한 만료일에 맞춰 이뤄졌다. 한 장관은 기한 만료일까지 조치를 미룬 것에 대해 "상대도 취소 신청을 제기할 수 있고, 어떤 사유로 하는지를 서로 끝까지 보고 (조치를) 해야한다"며 전략적인 이유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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