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당연하게 여겨지는 믿음에 대한 삐딱한 질문  '익명과 상식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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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당연하게 여겨지는 믿음에 대한 삐딱한 질문  '익명과 상식에 관하여'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7.17 11:3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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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참하고 가혹한 현실을 덮어버리는 상식들
최성환 지음, 좋은땅출판사, 316쪽,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이 책 <익명과 상식에 관하여>는 빈곤과 극단적 선택이라는 비극적 사건을 대하는 많은 사람의 냉랭한 태도에 대해 새로운 질문을 던지며, 그 심리의 근저에 과연 무엇이 있는지 탐구하는 참신한 시각이 돋보이는 책이다. 그 질문은 바로 ‘상식은 무엇이며, 어떻게 만들어지는가?’다.

최성환 저자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의 비밀을 거대 익명 속에서 유영하는 한 개인이 느끼는 불안과 안식이라는 양가적 감정으로부터 실타래를 풀기 시작한다.

익명의 바다에서 진화한 상식은 확고한 신념에 이르게 되고, 이는 인간 사회의 숨겨진 작동 원리로써 강한 영향력을 발휘한다.

저자는 상식으로 굳어진 믿음의 본질을 파헤치며 현실과 괴리될 수밖에 없는 상식에 대해 언제나 비판적 입장을 견지하고, 의심을 거두지 말 것을 호소한다. 그것들은 이미 자연스러운 일상에 침식해 있기 때문이다.

이 책은 개인이란 상식을 만들어 내는 작은 주체임과 동시에 그 영향에서 벗어날 수 없는 객체임을 강조한다. 이는 개인과 사회의 왜곡된 관계성을 일으키는 원인이다. 특히 고도화된 자본주의 자유경쟁 시장은 꾸준한 불안의 암시로 개인들을 억압하는 데 최적화한 체계다.

개인들은 치열한 경쟁에서의 승리와 맹목적 소비를 통해 안식을 찾으려 하고, 이런 일상의 반복은 그들을 헤어 나오기 힘든 굴레에 갇히게 한다. 상식이 신념으로 굳어지고, 우리는 현실의 진짜 모습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지경에 이른다. 이런 악순환을 벗어나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제자리에 잠시 멈춰야 한다.

책은 익명과 상식이라는 두 가지 개념을 출발점으로 삼고, 독자가 어렵지 않게 깊은 생각에 도달할 수 있도록 친절하게 안내한다. 이 책이 묘사하는 세상은 다소 어둡지만, 저자는 인간 사회의 구조를 이해하기 위한 노력이 현실의 어려움을 극복하기 위한 작은 용기가 될 수 있음을 설득한다.

당연함 속에 진실과 거짓의 치열한 싸움이 있다는 것을 알게 된다면, 자연스러운 일상이 잠시나마 낯설게 느껴진다면, 그것은 분명 희망이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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