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착한 기업’보다 ‘잘 버는 기업’이 대접받는 제약바이오 업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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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착한 기업’보다 ‘잘 버는 기업’이 대접받는 제약바이오 업계
  • 이용 기자
  • 승인 2023.07.13 09:13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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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종종 해외의 경제인들이 사회공헌을 진행했다는 뉴스가 보도되면 일각에서는 반드시 이런 반응이 나온다. “우리나라 대기업은 뭐하냐. 돈 벌었으면 사회에도 환원해라”라고.

사실 주변 요양원이나 고아원에서 봉사활동을 해 봤다면 이런 말은 할 수 없다. 국내 사회복지시설에 가보면 주요 생필품 및 가전제품은 이미 국내 유명 대기업에게 정기적인 후원을 받고 있다. 일반 가정집보다 노동강도가 높은 가전제품에 대해서는 삼성과 엘지는 거의 무상 수준의 A/S를 제공하고 있다. 롯데, 삼양 등 식품기업은 자사의 주력 품목인 라면, 과자를 정기적으로 기부하며, 식재료도 비교적 저렴한 값에 공급한다.

국내 기업이 생각보다 다양한 사회공헌활동을 하고 있어도 대중들은 잘 모르는 경우가 많다. 기업을 주식 투자 대상으로 보는 이들 입장에선 기업의 비영리 활동은 말 그대로 돈이 안 돼서 관심을 갖기 힘들기 때문이다. 글로벌 사회에서 민간 투자자조차 기업의 ESG 경영을 주요 투자 지표로 활용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현상이다. 실제로 대중과 언론들은 기업의 도덕성을 강조하면서도, 정작 경제적 득실에 더 관심이 쏠려있다.

국내 보건의료를 책임질 의무를 지고 있는 제약바이오 분야를 살펴보자. 코로나19 당시 일부 제약바이오사는 백신과 치료제 개발 소식을 알리면서 주가를 천정부지로 끌어올렸다. 그러나 엔데믹으로 관련 사업의 수익성이 악화되자 대부분 개발을 포기해 버렸다. 언론과 대중은 정부의 지원을 받은 기업들이 개발을 포기하는 것은 먹튀라며 기업의 도덕성을 비난했다.

한편, 현재까지도 코로나19 관련 사업을 지속하겠다는 기업도 있다. 대표적으로 SK바이오사이언스와 에스티팜 등이다. 이들은 사업 지속 이유로 “개도국 국민에겐 아직 백신이 필요하고, 국내외 차세대 팬데믹에 대응하기 위한 기술 초석을 닦는 것”이라고 밝혔다. 사실상 적자가 확실한 사업인데도 국제 보건의료에 기여하기 위해 분투를 지속하는 셈이다.

실제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1분기에 292억 원의 영업 손실을 기록하며 적자로 전환됐다. 이 가운데 안재용 사장은 “3년간 적자가 날 것으로 보고 있다”며 오히려 2조원 이상의 자금을 투입해 미래 팬데믹을 대비하겠다고 전했다.

그러나 일부 언론들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적자’ 소식을 강조하며, 회사의 경제적 실익을 두고 분석 기사를 쏟아냈다. 이 과정에서 안 사장이 밝힌 ‘미래 팬데믹 대응’에 관한 가치는 빠져 있고, 결국 ‘언제쯤 돈이 되는지’에 대해서만 집중적으로 다뤄졌다. 팬데믹 대응을 포기한 기업의 도덕성을 비난하면서, 정작 대응을 지속하는 기업에게도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비난을 하는 것이다.

엔데믹 이후, 언론과 대중의 초점은 국가 필수 의료의 기반인 감염병 백신 치료제에서 돈벌이가 되는 CDMO 산업로 옮겨갔다. 글로벌 제약사의 의약품을 대신 생산해주는 사업으로, 경제적 가치는 높으나 국내 보건의료와는 그다지 큰 상관은 없다. 최근 전 세계적인 의약품 부족 현상이 심화되면서 그 여파가 국내까지 미칠 가능성이 있다. 다만 만약의 사태가 벌어질 경우 국내 CDMO 기업이 생산하는 의약품을 우리 국민이 모두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이런 가운데서도 대규모 생산 계약을 체결한 기업에게는 찬사가 쏟아지며 관련 기사가 주식 정보방에 공유되는 반면, ESG경영을 실천하는 기업에 대한 소식은 뒷전으로 밀린다.

특히 차세대 팬데믹을 준비하며 국내 보건의료에 기여하려는 기업들이 ‘돈 안 되는 짓’을 한다는 욕을 먹으며, 주가까지 내려앉는 실정이다. SK나 에스티팜(동아제약 관계사)모두 대기업이다. 자신들이 번 돈으로 연구개발에 쏟아붓고 적자를 감수하면서 대중들이 원하는 ‘사회공헌활동’을 지속하고 있음에도 저평가를 받고 있으니, 참 아이러니한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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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ㅅ6 2023-07-13 12:29:19
실물이 궁금하네요 기자님 유튜브함해보세요! 구독자 많이 생길듯??

엄멈머 2023-07-13 10:06:31
잘생긴 기자님이넹ㅎㅎ 회사가면 볼수있나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