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나는 매미를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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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나는 매미를 기다린다
  • 김경렬 기자
  • 승인 2023.07.06 10:57
  • 댓글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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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렬 매일일보 금융증권부 기자.
김경렬 매일일보 금융증권부 기자.

매일일보 = 김경렬 기자  |  여름이다. 매일 출근길 진한 초록색을 본다. 잎사귀로 울창해진 나무들 때문이다. 이맘때면 매미 소리가 들린다. 매미는 자동차바퀴, 창틀, 나무줄기 등 곳곳에 붙는다. 거기서 허물을 벗고 짝을 짓는다. 7년 동안 땅속 생활을 한 매미다. 땅 위에 시멘트를 발라버렸다면 꼼짝없이 생을 마감해야한다. 어렵게 땅을 벗어나도 짝짓기 일정은 7일로 빡빡하다. 바깥세상 삶은 땅속 삶을 보상받기에 턱없이 짧다.

매미 입장에서 7일은 소중하다. 자식을 낳는 것으로 딱딱한 삶의 족적을 남긴다. 가족을 꾸린 나에 빗대보면 최고의 기쁨이다. 그래서 쉴 새 없이 울어재끼는 매미가 싫지 않다. 

다만 ‘맴맴’거리는 울음소리는 일부 사람들만 좋아하는 듯하다. 어떤 불면증 환자에게는 병을 악화시키는 소리다. 어떤 고시생에게는 스트레스를 키우는 소음이다. 매미껍질을 치우는 어떤 관리실 아저씨에게는 일거리 알람소리다. 내 아내는 어린 시절 뒷동산에서 매미를 잡고 놀 때는 좋았지만, 지금은 아기가 깰까봐 싫다고 한다. 처한 입장과 상황이 달라서다.

‘일구이언(一口二言, 한 입으로 두 말하다)’은 주변에 빈번하다. 바뀐 입장은 보통 일전의 이야기를 완전히 뒤집어 놓는다. 이는 누군가에게 실망거리다. 입장을 번복한 사람은 변명과 핑계를 늘어놓는다. 논리가 부족한 이야기 전개가 많은 이유다. 

정치판에서 변명을 접한 대중은 학습효과를 얻는다. 정치(政治)의 한자 뜻처럼 권력 통치를 위한 알력 싸움처럼 비춰질 때 “다시는 믿지 않아야한다”는 결론에 이른다. 계속되면 지역 간 편이 갈리기도 한다. 

최근에는 호남지역 사람들이 학습효과를 얻었을지 모른다. 금융위원회는 금융중심지를 부산과 서울 위주로 지정했다. 정부의 금융중심지 활성화 기본계획에는 전북이 끝내 배제됐다. 문재인 전 정부 시절 전북, 서울, 부산을 트라이앵글 금융중심지로 만들겠다는 비전을 원점으로 돌린 셈이다. 더불어민주당 김성주 의원실 측은 “전북은 국민연금을 통해 금융 자산운용을 맡기로 했었다. 이게 3년 뒤로 미뤄졌고 장담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라며 “연구용역 진행이 우선이고, 전국적 특화 발전을 위한 인프라 구축에 우선 집중해야한다”고 전했다. 

충청지역 사람들이 기대했던 충청은행 설립도 흐지부지하다. 업계관계자에 따르면 “전 충남도지사가 화두를 던졌지만 새로운 충남도지사가 이전 정부에서 시작된 일을 이어가는데 대해 탐탁치 않아한다”며 “충남과 충북의 입장도 엇갈려 진행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한다.

산업은행 부산이전 건 역시 마찬가지다. 오늘 아침도 산은 1층은 직원들의 북소리로 소란하다. 결사반대를 외치는 직원들의 눈빛을 본다. 그럴 때면 무섭도록 냉철했던 이동걸 전 산은 회장의 발언이 떠오른다. 그는 “산은의 지방 이전이 잘못이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부‧울‧경(부산‧울산‧경상도)은 특혜 받은 지역이다. 타 지역서 뺏으려 말고 자생하라”는 말을 남기고 산은 회장에서 물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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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권자 2023-07-06 13:06:17
강석훈 회장은 직원들이 로비에서 1년 넘게 시위하는데도 얼굴 한번 안비칠만큼 불통의 아이콘이다! 정무위 의원들이 여야합의 없이 법개정 없이 산업은행 부산이전 졸속 추진하지 말랬는데 윤핵관 장제원 지역구 부산 챙기기가 국익보다 중요하냐? 서울 수도권 표는 필요없다는거냐? 국힘은 총선때 두고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