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 尹 대통령의 선택적 '또르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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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스크칼럼] 尹 대통령의 선택적 '또르텔'
  • 조현정 기자
  • 승인 2023.07.05 13: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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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현정 정경부 차장
조현정 정경부 차장

윤석열 대통령이 최근 꽂힌(?) 단어가 있다. 바로 '카르텔'이다. 최근 수능 난이도 조정을 언급하면서 이른바 '킬러 문항(초고난도 문제)' 배제를 지시했는데, 이 '킬러 문항' 제출 이면에 소위 '사교육 이권 카르텔'이 있다는 게 대통령의 생각이었다. 그 전에는 '민간·시민단체 이권 카르텔', '노조 이권 카르텔' 등이 있다며 시민단체와 노동조합의 정부 보조금을 대폭 축소하고 있다.

지난 4일 하반기 경제 정책 방향 회의에서도 "특정 산업의 독과점 구조, 정부 보조금 나눠 먹기 등 이권 카르텔"을 언급했다. 이 같은 윤 대통령의 카르텔 '집착' 때문에 일각에서는 '또르텔(또 카르텔)'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카르텔은 경제학 용어다. 사전적 의미는 "동일 업종 기업 경쟁의 제한 또는 완화를 목적으로 가격, 생산량, 판로 따위에 대해 협정을 맺는 것으로 형성하는 독점 형태. 또는 그 협정"이다. '사회적 이익을 독점하거나, 기득권 유지를 위해 부정하게 결탁, 협력하는 시스템'의 뜻으로도 많이 쓰이고 있다. 평생 검사로서 범죄자를 엄단해 온 윤 대통령의 눈에는 기득권 유지를 위해 결탁하고 이권을 나눠 먹는 우리 사회 어두운 카르텔이 정말 잘 보일 수 있을 것이다.

윤 대통령의 카르텔 '척결' 의지는 정치적 사명이다. 2021년 6월 정치 참여 선언문에서 '이권 카르텔'을 여러 번 언급한 바 있다. 당시 "정권과 이해 관계로 얽힌 소수의 이권 카르텔은 권력을 사유화하고, 책임 의식과 윤리 의식이 마비된 먹이 사슬을 구축하고 있다", "정권 교체를 이루지 못하면 독재와 전제를 민주주의라 말하는 선동가들과 부패한 이권 카르텔이 지금보다 더 판치는 나라가 돼 국민들이 고통을 받을 것", "거대 의석과 이권 카르텔 호위를 받고 있는 이 정권(문재인 정부)은 막강하다"고 강조했다.

얼마 전에는 전임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을 겨냥해 '반국가 세력'이라고 지칭한 것으로 보면, 이권 카르텔도 반국가 세력으로 보는 셈이다. 윤 대통령의 이러한 인식은 3일 신임 차관들에게 "우리 정부는 반카르텔 정부"라며 "이권 카르텔과 가차 없이 싸워달라"고 당부한 것에서 명확히 드러난다. 사실상 '카르텔과의 전쟁'을 선포로, 모든 카르텔을 해체시키겠다는 의지의 표현인 셈이다.

하지만 반카르텔 강공 드라이브가 멈춰서는 유일한 곳이 있다. 바로 '법조 카르텔'이다. 법조 카르텔만큼 뿌리가 깊고 역사가 오래된 카르텔도 없다. 막대한 수임료를 챙길 수 있는 전관예우는 기본에 스폰서 관행, 접대 문화 등으로 얽히고 설킨 카르텔이다. 법조 카르텔의 전형이라고 할 수 있는 대장동 '50억 클럽' 의혹 수사가 지지부진한 것도 윤 대통령의 '선택적 카르텔'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

연루된 고위 판검사 출신 명단이 공개된 것이 이미 2021년 10월이다. 검찰 출신 곽상도 전 의원의 1심 무죄와 박영수 전 특별검사 구속영장 기각 배경에는 검찰의 늦장 수사, 부실 수사, 봐주기 수사가 있다는 비판이 나온다. 윤 대통령의 칼 끝이 가장 먼저 겨냥해야 할 곳인데 여기에 대해선 말 없이 침묵을 유지하고 있다. 

윤 대통령의 카르텔 척결 의지가 못 미더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대통령이 선택적으로 콕콕 집어서 카르텔이라고 규정하고 이에 맞서 싸워줘야 하는데, 당하는 카르텔 입장에서는 억울할 수도 있겠다. 그렇다고 갑자기 윤 대통령이 대오각성을 통해 법조 카르텔 문제를 지적하고 엄정 수사, 발본색원 지시를 내리길 기대하는 것도 난망한 일이다. 국민은 그저 씁쓸하게 계속되는 '또르텔'을 지켜볼 수 밖에 없다는 현실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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