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고물가에 대한 단상…마냥 반갑지 않은 첫 엔데믹 여름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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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고물가에 대한 단상…마냥 반갑지 않은 첫 엔데믹 여름휴가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3.07.04 13: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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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엔데믹 전환 이후 첫 여름에 접어든지 약 1달이 지났다. 여름 휴가 성수기를 본격 앞두고, 들떠있는 사람들의 모습을 기대했지만, 실상은 정반대로 흘러가고 있다. “내 월급 빼고 몽땅 다 올랐다”는 친구들끼리 우스갯소리가 현실로 다가오자, 휴가를 체념하거나 미루는 이른바 ‘휴포자’도 생겨나고 있다. 그나마 비행 시간이 짧아 오가기 편하고, 엔저 현상으로 비용 부담이 적다는 이유로 일본으로 떠나는 ‘궁여지책’을 내놓는 이들도 있다.

고물가 한파가 사그라들지 않는 한, 서민들의 지갑은 갈수록 얇아질 것으로 보인다. 4일 통계청 국가통계포털에 따르면, 지난 5월 외식 물가는 전년 동기 대비 6.9% 증가했다. 물가 오름세는 전반적으로 주춤하지만, 먹거리 물가는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전기·가스·수도 요금은 약 23% 치솟아 두달 연속 20%대 상승률을 보였다.

기업들의 시름도 마찬가지로 늘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은행이 밝힌 ‘6월 기업경기실사지수(BSI) 및 경제심리지수(ESI)’에 따르면, 지난달 전산업 업황 BSI는 전월과 동일한 76을 나타냈다. BSI는 기업가의 현재 기업 경영 상황에 관한 판단과 향후 전망을 바탕으로 수치화한 것이다. 지수가 100보다 낮으면, 기업들의 체감 경기는 부정적이라는 뜻이다. 전세계적 경기둔화에 따른 수출 악화로 불확실성이 커진 가운데, 하반기 경기 전망에도 ‘먹구름’이 예상된다.

경기 불황에 맞서 정부당국에서도 물가 관리에 발벗고 나서고 있다. 다만, 정부가 기업에 제품 가격 인하를 권고하는 등 물가와의 전쟁을 사실상 선포한 가운데, 경제적 실효성을 두고 이견이 갈리고 있다. 기업의 고통 분담이 소비 심리 회복 차원에서 단기간으로 긍정적인 효과를 발휘할 수 있지만, 지나친 관치는 결국 반감과 부작용이라는 부메랑으로 되돌아올 수 있다는 우려에서다. 장바구니 부담을 낮추기 위한 정부의 물가 안정 기조에 기업들이 솔선수범 동참하는 이면에는 일종의 압박으로 백기 투항했다는 해석도 나온다.

민생 안정과 경제 회복을 위해 정부가 책임을 다하는 것은 마땅한 일이다. 대내외 변수로 시장이 왜곡되거나, 경제적 불평등·불공정성 발생할 수 있기 때문이다. 고물가 위기를 극복하고자 정부가 기업 압박을 통해 급한 불을 끈다고 해도, 기업들이 작금의 희생과 손실을 보전하기 위해 향후 제품 인상을 단행할 가능성은 불가피하다. 이제는 급약 처방보다 지속 가능한 정책과 현장 소통이 전제돼야 하는 시점이다. 세제 혜택 마련, 원가 절감 요인 발굴 등을 통해 기업들의 근본적인 문제를 개선해 소비자 부담 경감으로 이어지길 바래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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