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의 주인 된 아이들 “정성으로 돌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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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변의 주인 된 아이들 “정성으로 돌봐요”
  • 윤성수 기자
  • 승인 2023.06.30 09: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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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도 조도초 · 보길초 등 전남 섬 학교 ‘반려 해변’ 입양
쓰레기 수거 · 생태 탐구 활동 공생교육 실천의 장 ‘눈길’
사진=보길초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2022년 9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반려해변 전국대회’ 최우수상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사진=보길초등학교 학생과 교사들이 2022년 9월 부산 벡스코에서 열린 ‘반려해변 전국대회’ 최우수상을 받은 뒤 기념사진을 찍고 있다.

매일일보 = 윤성수 기자  |  전남 섬마을 어린이들이 내 고장 해변 돌보기에 나서 눈길을 끈다.

진도, 해남, 신안, 완도 등 섬마을 해수욕장을 ‘반려 해변’으로 입양 받은 초등학생들이 해변의 주인이 돼 애정을 쏟고 있어서다. 그저 바라보고 뛰놀던 마을의 바닷가가 이젠 ‘돌봄’의 대상, 나아가 ‘생태환경 공생교육’ 실천의 장으로 변모한 것이다. 

반려 해변 제도는 학교·기업·단체 등이 특정 해변을 맡아, 반려동물처럼 가꾸고 돌보는 환경 정화 활동의 하나다. 지난 2021년 해양수산부 사업으로 시작돼 현재 100여 개 단체가 참여해 지구환경 살리기에 힘을 보태고 있다. 

전남에서는 진도 조도초등학교가 신전해수욕장을, 완도 보길초가 보옥리공룡알해변을, 해남 송호초가 땅끝송호해수욕장을, 신안 도초초가 시목해변을 각각 입양받아 관리하고 있다. 

반려 해변 입양에는 물론 책임이 뒤따른다. 해변의 주인 격인 학생들은 1년에 세 번 해양쓰레기 수거 활동과 환경 보호를 주제로 한 캠페인을 한 차례 이상 진행해야 한다.

진도 조도초 학생들은 지난 6월 19일 전교생 39명과 교직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이번 학기에 예정됐던 쓰레기 수거 활동에 구슬땀을 흘렸다. 해변에 널브러져 풍광을 해치는 폐어구를 자루에 담고, 음료수 캔·플라스틱 용기·과자 봉지 등 생활 쓰레기들은 물론, 주민과 방문객의 안전을 위협하는 유리 조각들까지 쓸어 담아 지구환경 살리기에 힘을 보탰다. 

보길초 학생들은 완도 보옥리공룡알해변의 주인이 된 지 벌써 1년이 넘었다. 지난해 4월 해변을 입양한 보길초는 마을·지역사회와 함께하는 해양·생태환경교육을 비롯해 공룡알 해변 지형 탐구, 반려 해변 가꾸기 체험학습 등을 다채롭게 펼쳤다. 이 같은 활동 성과는 지난해 9월 부산 벡스코에서 처음으로 열린 ‘반려해변 전국대회’에서 최우수상의 영예로 이어져 주목을 받았다.

특히 해양폐기물을 활용한 업사이클링 활동은 학생들 사이에서 인기다. 폐유리와 폐플라스틱 등 해양폐기물이 알알이 빛나는 목걸이와 물고기 키링으로 재탄생했고, 바다 양식용 둥근 부표는 반으로 나뉘어져 화분으로 새 생명을 얻었다. 아이들은 저마다 재탄생한 화분에 다육이를 심어 교실 환경을 꾸미는 데 손을 보태기도 했다. 

이처럼 참여 학생들은 제도적인 의무를 넘어 ‘주인 의식’을 가지고 즐겁게 활동에 참여하고 있다는 게 지도 교사의 설명이다.

이치한 조도초 교사는 “우리 섬마을의 해변을 ‘입양’하는 개념으로 시작한 이번 활동은 일회성에 그치는 기존 환경 정화 활동과는 달리, 최소 2년여 동안 지속적으로 가꾸고 돌본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꼭 지정된 활동 시간이 아니더라도, 아이들이 오고 가면서 자발적으로 쓰레기를 줍고 애정으로 들여다보는 또 하나의 놀이터가 된 격이다”고 말했다.

지구환경과 ‘공생’을 꿈꾸는 섬마을 학교들의 움직임이 실천적 환경교육의 모범 사례가 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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