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제약사, 삼성·SK에 주목... '대기업형 제약바이오' 입지 굳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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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제약사, 삼성·SK에 주목... '대기업형 제약바이오' 입지 굳히나
  • 이용 기자
  • 승인 2023.06.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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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이자·아스트라제네카·MSD, 삼성·SK와 제품 생산 계약 체결
바이오시밀러·백신개발 이력 보유해 기술력과 안전성 인정 받아
SK바이오사이언스는 MSD와 차세대 자이르 에볼라 백신 후보물질 위탁생산 계약을 성사해 지난달 체결식을 진행했다. 왼쪽부터 사넷 차토파디야 MSD 부회장,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 최창원 SK디스커버리 부회장.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매일일보 = 이용 기자  |  삼성과 SK의 바이오산업이 글로벌 제약시장에서 인정받으며, 국내 경제를 책임질 차세대 주력 산업의 형태를 갖추고 있다.

20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2개월 동안 세계적인 제약사 화이자와 아스트라제네카, MSD가 삼성 및 SK의 바이오 계열사들과의 협력 및 성과를 잇따라 발표했다.

우선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화이자는 다품종 의약품의 장기 위탁생산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했다. 양사는 지난 3월 1개 제품에 대한 위탁생산 계약을 처음으로 체결한 바 있으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번 추가 계약에 따라 최근 완공된 4공장에서 종양, 염증 및 면역 치료제 등을 포함하는 화이자의 다품종 바이오시밀러 포트폴리오를 위탁 생산할 예정이다.

아스트라제네카와 SK케미칼은 지난 2020년 초 당뇨병 복합제 개발, 생산 및 글로벌 상업화에 대한 협약을 체결한 바 있다. SK케미칼은 제품의 생산과 공급을 담당했다. 지난 16일 청주에 위치한 SK케미칼 공장에서 첫 상업용 제품이 생산됐으며, 같은 날 양사는 이를 축하하는 자리를 가졌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지난달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 MSD와 차세대 자이르 에볼라 백신 후보물질의 신규 생산 계약을 체결했다. 해당 후보물질은 SK바이오사이언스가 관련 개발 및 기술을 이전 받아 안동 L하우스에서 생산하며, 관련 보건 당국의 승인을 득한 후, 국제기구에 공급돼 에볼라 바이러스 질환 관리에 활용될 예정이다.

국내 바이오 대기업-글로벌 제약사 간 계약의 배경은 국내사의 압도적인 의약품 생산 역량과 더불어, 신뢰도 높은 제조 안전성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지난 몇 년간 미국을 비롯해 전 세계에 의약품 부족 현상이 심화되며 각국의 제약사들은 기술이 있어도 제품을 만들어 내기 어려운 상황에 처해 있다. 미국 제네릭 산업의 경우 여러 제조업체가 제조해 배포하는 방식으로 수요를 맞춰 왔는데, 최근 수요가 급증하면서 현지 제조업체들이 이를 따라갈 수 없게 됐다.

이때 해외 제약사들은 생산 파트너로 한국보다 의약품 생산 역량이 높은 중국이나 인도 기업을 선택할 수도 있었다. 다만 백악관과 식품의약국은 ”두 국가에서 제조한 약품은 안전성 문제가 발생하기 쉽다“며, 의약품 부족 문제를 더 심각하게 만들 수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따라서 높은 기술력으로 글로벌 바이오시밀러 산업에서 안전성을 증명한 국내 제약사들이 수혜를 입게 됐다.

실제로 삼성과 SK는 개도국 바이오사처럼 의약품 생산만 가능한 것이 아니라, 자체 개발 바이오시밀러와 신약을 보유하고 있을 정도로 기술력이 우수한 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의 자회사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오는 7월 까다롭기로 소문난 미국 제약 시장에 휴미라 바이오시밀러 ‘하드리마’ 출시가 예정돼 있다. 미국만큼 문턱이 높은 유럽 시장에서는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 판매를 추진하는 만큼, 삼성의 의약품 제조 기술력을 입증한 셈이다.

SK의 경우, SK바이오사이언스-아스트라제네카 간 코로나19 백신 위탁생산 계약이 2021년 말 종료된 바 있다. 그 후로도 노바백스, MSD와 잇따라 백신 생산 계약을 맺음으로써 사업 지속 가능성을 증명했다.

특히 이번 MSD와의 계약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성장 가능성을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계기가 될 전망이다. 그동안 위탁생산 계약을 맺었던 아스트라제네카와 노바백스의 제품은 코로나19 백신이었으며, 자체개발한 국산 1호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도 결이 같은 제품이다. 이번 MSD와의 에볼라 바이러스 백신 위탁생산 계약은 코로나19 분야에서 벗어난 사례인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 확장의 시작을 알린 것이다. SK는 국내 대기업 중에서는 이례적으로 신약개발에 성공(SK케미칼 선플라주, SK바이오팜 세노바메이트)한 바 있어 향후 신약개발 분야에서도 선두로 도약할 가능성이 높다.

다만 대기업의 흥행은 자본력을 앞세운 생산 기지 확보가 결정적인 이유인 만큼, 전통 제약사를 비롯한 제약업계와의 균등 발전은 기대하기 어렵다는 분석도 나온다. 존림 삼성바이오로직스 사장은 화이자와의 계약에 대해 "이번 계약은 이달 초 4공장이 예정대로 완공됨에 따라 체결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생산 설비와 자본력에서부터 큰 차이가 있는 바이오업계와 제약업계 간 차이를 메꾸려면 국내 제약사들이 핵심 신약 기술 하나로 조 단위의 수익을 거둬들이는 글로벌 제약사의 산업 구조를 따라갈 길 밖에 없는 실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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