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형이 왜 거기서 나와”…노동부, 노랑봉투법 판결에 ‘화들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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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형이 왜 거기서 나와”…노동부, 노랑봉투법 판결에 ‘화들짝’
  • 김원빈 기자
  • 승인 2023.06.20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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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중기부 김원빈 기자.
유통중기부 김원빈 기자.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형이 왜 거기서 나와?”

예상치 못한 시기에 상황과 무관한 주체가 갑작스럽게 등장했을 때 온라인상에서 사용되는 밈(meme)이다.

지난 15일 대법원에서는 ‘노랑봉투법’의 입법 취지 및 배경의 당위성을 간접적으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는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3부(주심 노정희 대법관)는 현대자동차가 금속노조 현대차 비정규직지회 조합원들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 소송 사건 상고심에서 원고 일부 승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돌려보냈다. 불법 파업으로 손해가 발생했을 때 노동자·노동조합 등 참여 주체의 역할에 따라 다르게 책임을 지워야 한다는 게 대법원 판단의 요지다.

노랑봉투법은 ‘노동조합 및 노동관계조정법’ 제2조와 제3조 개정안을 의미하는 별칭이다. 주로 △사용자 범위 확대 △노동쟁의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은주 정의당 의원이 대표 발의했으며, 2월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전체회의를 통과했다.

개정안이 국회를 통과될 경우, 파업 등에 대한 손해배상 청구 제한 조항을 배상 의무자별로 각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책임범위를 정할 수 있게 된다. 또 근로계약 체결의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노동자의 노동조건을 실질적·구체적으로 지배 및 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원청)도 사용자로 볼 수 있게 된다.

대법원의 판결로 재계·노동계에서는 해당 법의 효용성·부작용을 둘러싼 ‘갑론을박’이 격화하고 있다. 전국경제인연합회는 “대법원 판결은 불법쟁의의 손해배상에 대해 연대책임을 제한하는 것으로 향후 개별 책임 소재가 불분명한 공동불법행위로부터 기업 보호가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반면, 노동계에서는 시급한 입법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나온다. 장석우 민주노총 금속노조 법률원 변호사는 “(대법원의) 논리는 현재 국회에 계류된 노란봉투법 중 법원이 각 손해의 배상 의무자별로 귀책 사유와 기여도에 따라 개별적으로 책임의 범위를 정해야 한다는 조항과 일맥상통한다”라고 강조했다.

거시적 관점에서 노랑봉투법에 대한 재계와 노동계의 논쟁은 민주적 공론장에서 충분히 이뤄질 수 있는 자연스러운 변증법적 과정 중 하나다. 오히려 ‘이해당사자’로서의 양측이 거쳐야만 하는 성숙한 민주적 숙의(熟議) 과정에 속한다고 할 수 있다.

이 가운데 이정식 고용노동부 장관은 19일 “해당 판결은 노조법 개정안의 근거가 될 수 없다”며 “우리 노사관계는 법을 준수하는 상생의 관계를 지향해 왔는데, 이러한 노력을 후퇴시켜 불법 파업을 조장하고, 법치주의를 훼손하는 방식은 결코 용인될 수 없다”는 입장을 밝혔다.

자칫 ‘3권 분립’이라는 기본적인 민주주의의 토대를 훼손할 가능성이 있는 아슬아슬한 발언이다. 3권 분립은 행정 권력으로부터 독립된 사법적 판단을 보장하기 위해 존재하는 민주정체 존속의 전제조건이다. 또 이러한 측면에서 이 장관 스스로 발언한 ‘민주적 법치주의’를 자가당착적 방식으로 훼손하고 있는 모순적 논리도 엿보인다. 민주정체의 법 체계는 근대 유럽의 사회계약론·3권 분립·인간 선(善)의지에 대한 신뢰에 기반하고 있고, 그로 인해 법적 효력과 논리적 당위성을 얻을 수 있다는 사실은 이데올로기적 기초 상식이다.

한편, ‘고용노동부’ 스스로의 소개에 따르면, 노동부는 다음과 같은 목적을 ‘제1의 임무’로 설정하고 활동한다고 한다.

“노동존중사회 실현과 차별없는 일터 조성으로 노동자 권익을 보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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