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중대재해법 확대, 영세기업 지원부터 살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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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중대재해법 확대, 영세기업 지원부터 살펴야
  • 김혜나 기자
  • 승인 2023.06.14 13: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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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혜나 기자  |  내년 1월 27일부터 중대재해처벌법이 50인 미만 사업장에도 확대 적용된다. 시행 6개월가량을 남겨둔 지금, 중소기업의 시름은 깊어지고만 있다.

중대재해처벌법은 노동자의 생명과 신체 보호, 기업의 안전보건 조치 강화 및 안정투자 확대를 목적으로 도입했다. 사업주 또는 경영책임자가 안전확보의무 등의 조치에 소홀히 임해 중대한 산업재해나 시민재해 발생으로 인명 피해가 일어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처벌하는 법률이다. 

다만 법의 실효성에 대한 의문은 여전하다. 노동자를 보호하고 기업의 경각심을 확대하기 위해 도입됐지만, ‘엄벌만능주의’로는 중대재해 발생을 줄일 수 없다는 주장은 시행 이전부터 제기돼왔다. 시행 이후에도 사고와 사망자가 크게 감소하지 않았다는 것이 이 주장에 힘을 싣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50인 미만 중소기업으로의 확대 적용을 앞두고 기업들은 큰 부담을 느끼고 있다. 중소기업중앙회의 조사에 따르면, 50인 미만 중소기업의 40.8%는 중대재해처벌법 적용일에 맞춰 의무사항 준수가 ‘불가능하다’고 응답했다.

이번에도 전문 인력과 전용 예산 부족이 발목을 잡은 모양새다. 중대재해처벌법 의무사항 중 가장 부담이 되는 것으로는 ‘안전보건 전문인력 배치(20.8%)’, ‘안전보건 관련 예산 편성·집행(14.2%)’ 순으로 조사됐다. 규제 확대 시마다 고질적으로 발생하는 중소기업의 가장 큰 애로사항이다.

중소기업이 중대재해 예방에 가장 효과적이라고 평가한 의무사항은 ‘위험성 평가 등 유해·위험요인 확인·개선 절차 마련, 점검 및 필요조치(16.0%)’였다. 그러나 50인 미만 사업장의 39.2%는 위험성 평가를 실시한 적이 없거나 연 1회 미만 실시한다고 답했다. 위험성 평가를 실시하지 않은 이유로는 46.9%가 ‘안전 전문인력 등 업무수행 인력이 부족해서’를 꼽았다. 이들을 위한 정부의 지원이 절실하다는 점이 확인되는 대목이다.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해 토로하던 한 중소기업 대표의 한마디가 오래도록 기억에 남아있다. 이 대표는 “가족처럼 일하던 근로자가 산재를 당하면 속상하지 않을 수 없다. 중대재해는 기업으로서도 극복하기 쉽지 않은 일이다. 중대재해를 막고자 하는 취지는 모두가 공감하지만, 인력과 자금이 부족한 기업들의 상황을 고려한 지원이 없다면 대부분 범법자가 되고 말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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