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싱하이밍 도 넘은 韓 격동, 누굴 위함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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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싱하이밍 도 넘은 韓 격동, 누굴 위함인가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3.06.12 14:1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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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상래 기자.
산업부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중국의 패배에 베팅하는 이들은 나중에 반드시 후회한다.”

싱하이밍 주한 중국대사의 이 한 마디가 한·중 관계를 급격히 냉각시켰다. 이 발언은 싱 대사가 지난 8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당 대표를 만난 자리에서 나왔다.

이 발언이 나온 배경은 싱 대사가 우리나라의 대중 외교에 대한 불만을 쏟아내면서 튀어나왔다. 싱 대사는 이 대표를 만나 “한국의 대중국 무역적자 확대는 탈중국화 추진을 시도했기 때문”, “중한 관계가 많은 어려움에 부딪혔다. 솔직히 그 책임은 중국에 있지 않다”, “대만 문제 등에서 한국이 중국의 핵심 우려를 확실히 존중하기를 바란다”고 대만 문제에 대한 불만도 노골적“ 등의 비판을 거침없이 쏟아냈다.

싱 대사의 이 발언은 양국 감정만 상하는 최악의 결과만 만들어냈다. 외교부는 지난 9일 싱 대사를 초치했다. 초치는 주재국 정부가 외교사절을 불러들여 항의성 입장을 전달하는 것을 말한다. 그러자 이에 중국 정부가 발끈해 행동에 나섰다. 중국 외교부는 11일 정재호 주중 대사를 불러 한국 외교부의 싱 대사 초치를 항의했다. 중국은 강제 소환을 의미하는 ‘자오젠’이라는 표현보다는 수위가 낮은 ‘웨젠(약속하고 만남)’이란 표현을 썼다.

주중 한국대사관도 바로 보도자료를 통해 “싱 대사가 한국 야당 대표와의 회동을 계기로 외교 관례에 어긋나는 비상식적이고 도발적이며 사실과 다른 언행을 한 데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엄중한 항의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한·중 관계가 최근 미·중 주도권 싸움이 격화되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다는 것은 한국과 중국 모두가 알고 있는 사실이다. 하지만 한국과의 관계를 도모해야 하는 주한 중국대사가 오히려 한·중 관계 악화에 일조하는 언행을 보면 이해하기 쉽지 않다.

물론 싱 대사가 꺼내든 발언은 과거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미국의 패배에 배팅하지 말라”는 발언을 떠올리게 한다. 하지만 모든 발언은 화자와 청자의 위치 등 다양한 요소가 고려된다. 적어도 싱 대사가 바이든 대통령의 위치는 아니지 않는가.

오히려 의구심을 드는 대목은 싱 대사가 한국에 대한 이해가 높다는 점이다. 과거 문재인 대통령에게 한국말을 잘하다는 칭찬까지 받을 정도로 대표적 지(知)한 중국인 싱 대사다. 하지만 싱 대사는 한국을 전혀 이해하지도 고려하지 않았다. 싱 대사의 목적이 그동안 쌓인 중국의 불만을 그저 대변하고, 혹시나 중국 고위층에게 보여준 일종의 ‘퍼포먼스’가 아니었는지 의구심마저 드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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