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메타버스, 세분화 전략이 필요한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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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메타버스, 세분화 전략이 필요한 때
  • 신지하 기자
  • 승인 2023.05.21 13: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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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신지하 기자  |  작년 초 한 지인에게서 독서 모임에 가입했다는 얘길 들었다. 흔하디 흔한 새해 결심이겠거니 '그렇구나'라며 생각을 정리하던 차에 그가 메타버스에서 진행되는 모임이라고 말을 덧붙이자 흥미가 생겼다. 아날로그 색이 짙은 독서에 디지털 메타버스를 합한 '신구 조합'의 등장이다.

1년이 지난 지금 국내 포털 사이트에서는 여전히 게더타운, 제페토 등을 활용한 독서 등 다양한 모임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다만 과거보다 열기는 조금 식은 모습이다. 디지털 신기술로 각광받던 메타버스는 인공지능(AI)에 밀려 대중 관심에서 멀어지고 있다.

구글 검색 추이를 살펴볼 수 있는 구글 트렌드에 따르면 메타버스 관심도는 2021년 초 빠르게 상승했다가 그해 11월 정점을 찍고 꾸준히 하락세를 보였다. 현재 관심도는 최대치와 비교해 5분의 1 수준으로 내려갔다. 반면 AI 관심도는 지속적으로 상승하는 추세다. 올해 5월 셋째주 기준 AI 검색량은 2021년 초보다 3배가량 많은 수준이다.

메타버스 이용자가 100명 중 4명에 불과하다는 조사 결과도 있다. 정보통신정책연구원(KISDI)이 지난달 발표한 '메타버스 이용 현황 및 이용자 특성'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메타버스 이용자는 전체 응답자 9941명에서 4.2%인 417명에 그쳤다. 특히 연령대가 낮을수록(10대 미만 또는 10대) 이용률이 가장 높았다. 웹에서 모바일로의 대전환처럼 메타버스도 인터넷 시장의 패러다임을 바꿔놓을 것이란 기대감이 높앗지만 정작 현실에서는 어린이 놀이터로 전락한 모습이다.

메타버스의 주된 이용은 등장 초기처럼 여전히 게임과 소셜 네트워크 등 엔터테인먼트 형태에 머물러 있다. 동물의 숲, 제페토, 마인크래프트, 로블록스 등 게임 기반 메타버스 서비스 이용은 상대적으로 높은 반면, 메타폴리스와 게더타운 등 가상 오피스나 교육 기반 이용은 저조했다. 이용 목적이 업무보다는 게임이나 가상환경 등 콘텐츠 체험과 타인과의 교류에 집중된 셈이다.

메타버스 열기가 식은 배경에는 엔데믹으로 사람들이 일상으로 돌아간 영향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외부 활동에 제한이 풀리고 현실에서 보내는 시간이 증가하면서 가상 세계에 대한 수요가 줄었다는 분석이다. 지금도 메타버스 플랫폼에서 다양한 서비스와 이벤트가 진행되고 있지만 일부 소비자층을 제외하면 호응이 크지 않고, 이용자를 대거 유입할 매력과 완성도도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국내 메타버스 플랫폼 기업의 한 관계자는 엔데믹에 따라 대면 일상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모임과 회의, 전시회 등 메타버스 활용 사례가 과거보다 크게 줄었다고 전했다. 구체적인 수익 모델도 자리 잡지 못한 상황에서 메타버스 열기가 식었다는 소식은 업계 종사자의 불안감을 키우고 있다. 부동산·전시회 등 특정 전문 분야에 보다 집중한 메타버스 플랫폼 등 세분화 전략을 세우는 일이 업계의 시급한 과제가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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