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 수첩] 언제나 핵심은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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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 수첩] 언제나 핵심은 같다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3.05.11 14: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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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윤석열 정부가 취임 1년을 맞았다. 그동안 부동산 시장은 그야말로 격변했고 정부 정책도 시기마다 급제동과 급가속을 반복했다. 그 1년의 시간을 평가하기에는 너무 이르다고 혹자는 말한다. 그 말은 반만 맞다고 본다. 정부 비전을 보여주기에는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렇다면 좋고 나쁨의 기준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부동산 전문가가 아니기에 이에 답할 능력은 부족하지만 그래도 나름의 제안 정도는 해보려 한다. 필자는 이번 봄부터 검도를 시작했다. 검도라는 운동의 특성 때문일지 몰라도 도장 관원들은 유독 운동 이력이 길다. 30년 차 노익장도 은퇴는 없다. 생소한 점은 그들도 기본기에 매진한다는 것이다. 고수와 초보가 같은 동작에 고심한다. 고민의 깊이와 질은 달라도 핵심은 같다. 기본이 중요하다는 명제만큼은 세월에도 빛바래지 않음을 실감한다. 

그런 검도장에서 매번 강조하는 기본이 바로 기검체일치(氣劍體一致)다. 이제 막 말을 배운 수준이지만 기합과 발·몸의 움직임을 일치시키라는 뜻만은 이해하고 있다. 그래야 유효타가 나온다. 필자는 아직 '쿵'이 아니라 '쿵-팍' 소리가 난다. 엇박자다. 한 길로 치고 나아가겠다는 기세도 부족하다. 몸이 마구 흔들린다. 지켜보던 부사범이 조용히 불러 원리부터 일러준다. "제대로 된 기합 없이는 관원들의 존경을 얻을 수 없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이것도 기준이 될 수 있다고 한다면 정부는 임기 내내 엇박자를 내고 있다. 예컨대 이런 식이다. 윤 대통령이 나와 미분양을 매입하겠다고 말한다. 며칠 뒤 원희룡 국토부 장관이 미분양을 매입한 공공기관을 꾸짖는다. 윤 정부가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회생길을 열어준다. 몇 달 지나자 원 장관은 전세사기를 직접 지원하는 것은 '나쁜 선례'가 될 수 있다고 한다. 원 장관이 남몰래 윤통을 꾸짖고 싶었던 걸까? 그보다는 입·손·발이 도저히 맞지 않다고 보는 게 더 합당할 듯하다.  

지난 정권은 '문제가 없다', '집값은 내린다'는 식으로 일관했다. 그 결과는 모두가 알고 있다. 그런 점에서 전세사기 등 문제를 고쳐보겠다고 나선 현 정권을 무작정 비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모난 돌이 정 맞는 일에는 반대한다. 하지만 스스로 말한 것을 반박하는 지경에 이르면 시장은 혼란스러울 수밖에 없다. 전문가 사이에서도 윤 정부의 로드맵 부재와 '뒷심' 부족을 꼬집는 목소리가 나온다.  

윤 정부 1년, 핵심은 같다는 말을 한 번 더 언급하고 싶다. 밖에서 소란하게 적을 찾을 때가 아니다. 흔들리지 않는 중심부터 잡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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