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정학 위기에 필요한 최소한 ‘균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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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정학 위기에 필요한 최소한 ‘균형’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3.05.10 11: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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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래 산업부 기자.
이상래 산업부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전 세계 지정학적 변수가 기업들의 최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전 세계에서 가장 강한 두 나라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으로 촉발된 미·중 갈등만이 지정학적 리스크가 아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유럽연합(EU)과 러시아는 에너지 협력을 끊었다. 중동지역은 사우디아리비아-이란의 화해를 시작으로 중국이 급부상하면서 미국의 불편한 심기는 커져만 가고 있다.

지정학적 변수는 기본적으로 에너지와 가장 밀접하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치솟은 천연가스와 국제 원유의 가격이 대표적 예다. 여기에 중동 변수는 곧바로 국제유가 불확실성으로 이어진다. 최근 석유수출기구(OPEC)의 맹주 격인 사우디와 미국의 불협화음이 OPEC의 깜짝 증산으로 이어지면서 유가는 다시 한 번 출렁였다. 이는 기업의 비용 문제로 전이된다.

수출로 먹고 사는 우리나라는 지정학적 변수가 특히나 중요하다. 군사대국 미국, 중국, 러시아에 여전히 경제대국인 일본까지 우리나라를 둘러싼 것이 절대불변의 지리적 환경이다. 외교가 곧 국가의 미래와 직결되는 이유다.

윤석열 정부는 시작부터 노선이 확실하다. 미국과 가까워지는 것. 불확실성이 난무하는 요즘 세상에 이처럼 확실한 게 없을 만큼 견고한 외교 전략이다. 미국이 대(對)중국 견제를 수월하기 위해 한·일 양국이 가깝게 지내길 원했다는 건 모두가 아는 사실이다. 최근 한·미·일 중심으로 펼쳐지는 외교적 결실을 보면 전(前) 정부와 확실히 다르다.

아쉬운 건 중국, 러시아를 자극하면서까지 ‘일방통행’이 필요했냐는 부분이다.

일본을 보자. 일본 총리는 얼마 전 우크라이나 수도를 방문했다. 우크라이나 대통령과 정상회담도 가졌다. 하지만 일본은 올해 러시아산 원유를 수입하고 있다. 심지어 미국 주도의 러시아산 원유 가격 상한제도 어기면서다. 심지어 일본은 미국의 양해를 구했고, 미국도 이러한 일본 요구를 들어줬다고 한다. 일본은 우크라이나를 지지하면서도 ‘인도적 지원’으로 한정한다. 최근 미국이 G7 대러 수출 전면금지를 추진하려하자 반대표를 던진 곳도 일본이다.

미국, 호주, 일본과 함께 안보협의체(쿼드)에 참여하는 인도는 무기수입의 절반을 러시아에 의존하고 있다. ‘페트롤 달러’로 엮인 사우디는 중국과 가까워지며 중동의 미국 영향력을 약화시키고 있다.

우리에게 여전히 중국과 러시아는 여전히 중요하다. 중국은 여전히 우리나라의 최대 수출국이다. 러시아는 에너지 대국이다. 중국, 러시아와의 외교적 갈등은 경제적 비용으로 불어나고 결국 우리 기업은 힘들어진다. 사드 사태는 대표적 예다.

지나침은 미치지 못함과 같다고 한다. 미국과 가까워지기 위해 일부러 중국과 러시아와 멀어질 이유는 없다. 역사가 말해주듯 중국, 러시아와의 갈등은 고스란히 기업에 엄청난 부담으로 이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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