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숨은 부실을 경계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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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숨은 부실을 경계할 때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3.05.09 14: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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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올해 9월부터는 금융권에 빚을 지고 있는 채무자들의 원리금 상환이 정상화한다. 우리나라는 코로나19 이후 채무자들의 빚 부담을 낮춰주기 위해 원금과 이자 상환을 미루거나 유예하는 금융지원 조치를 실시해왔다. 현재 5대 은행에서 원금과 이자를 미뤄준 소상공인·중소기업의 대출만 37조원에 달한다.

금융권 연체율이 악화하고 있다고는 하지만, 현재 눈에 보이는 연체율은 이런 금융지원을 반영하지 않고 있다. 올해 1분기 기준 수치상으로만 나타나는 연체율을 보면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등 5대 시중은행 연체율은 일제히 올랐다. 특히 2금융권 연체율은 금융지원이 종료되기도 전에 심상치 않은 모습이다.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카드 등 5대 카드사의 연체율은 올해 모두 1%를 넘어섰고, 저축은행의 평균 연체율은 지난 7년 만에 5%를 넘어섰다.

실제 연체율은 언제든 더 높아질 여지가 있다. 시중은행을 포함한 비은행권 모두 대손충당금 적립을 강화하며 만일의 사태에 대비하고 있다. 상당한 규모의 대출 부실이 숨겨진 상태가 지속하며 잠재적 금융위기에 대해 우려하는 시각 크다.

사실 정부가 금융지원 조치를 발동한 당시부터 금융권에선 ‘빚 폭탄 돌리기’라는 평가가 많았다. 이미 원리금 상환 능력을 상실한 차주들에게 연명하듯 시간을 벌어주는 것에 대해 의구심을 제기한 것이다. 금융권은 이자만이라도 갚게 해달라고 요구했지만, 정부에선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이렇게 연장된 금융지원 조치는 2020년 4월 첫 시행 이후 벌써 다섯 차례나 연장했다.

현재 금융지원 대상인 채무자들은 아직 정상 차주로 분류된다. 이들의 원리금 상환 능력이 저하됐는지, 정상 차주로서 역할이 가능한지 금융기관으로서는 확인할 방법이 없다. 더구나 예상대로 9월부터 순차적으로 금융지원이 종료되면 한꺼번에 부실이 터질 가능성이 제기되지만 정부에선 금융지원 종료 이후와 관련해 내놓은 방안은 아직 없다. 일부 금융기관을 중심으로 한계에 이른 대출자를 먼저 찾아 연착륙을 유도하고 위험을 줄이는 데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금융권 자체적으로도 최악을 가정한 경우를 대비하고 있지만 근본적인 해결책을 위해선 취약차주를 선별해 내야 한다. 이럴 경우, 만기를 늘리는 것도 방법이다. 신용회복위원회의 경우 이미 취약차주를 대상으로 이자 경감과 만기를 연장을 통해 원리금 상환 부담을 낮춰주고 있다. 지원 조건을 완화해 차주가 부실화하기 전 고위험군을 선별해 지원하는 것도 방법이 될 수 있다.

금융지원 조치 이후 금융기관의 연쇄 부실화를 방지하기 위해선, 단 하나의 기관만의 노력으로 해결되지 않는다. 빚을 아예 없던 일로 해줄 수 없을뿐더러 모든 부담을 금융권이 떠안는 것도 현실적이지 않다.

금융시장 안정과 대출 시장의 연착륙을 위해선 금융지원 같은 무조건적인 지원보다는 오래 걸리더라도 스스로가 자립할 수 있는 방안이 요구된다. 미룬다고 능사가 아니다. 언젠간 돌아올 빚이다.

담당업무 : 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과 P2P 시장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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