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악재만 쌓이는 홈쇼핑업계, 돌파구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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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악재만 쌓이는 홈쇼핑업계, 돌파구 어디에
  • 민경식 기자
  • 승인 2023.05.07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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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민경식 기자  |  홈쇼핑 업계가 총체적 난국에 빠졌다. 한때 비대면 쇼핑의 대명사로 불리며 그룹 내 캐시카우를 자처했지만, 지금은 제 살길 찾기에도 급급한 상태다.

한국TV홈쇼핑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홈쇼핑 업체 7사의 방송 매출액은 2조8999억원을 나타냈다. 홈쇼핑 업계의 방송 매출은 지난 2012년 3조286억원에 도달하며 처음으로 3조원대에 안착했다. 2014년에는 무려 3조4438억까지 치솟았지만 지난해 3조원대가 깨졌다. 두 자릿수를 유지하던 영업이익률 마저 작년 한지릿수(8.5%)로 떨어졌다.

홈쇼핑 업황이 부진하는 배경에는 다양한 채널 증가에 따른 TV 이용률 감소 등이 있다. 방송통신위원회의 지난해 방송매체 이용 행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국민의 하루 평균 TV 이용 시간은 2020년 2시간51분에서 지난해 2시간36분으로 감소세를 보인다.

반면, 코로나19로 그간 짓눌렸던 오프라인 유통 채널은 엔데믹 전환과 함께 기지개를 켜고 있다. 대한상공회의소의 올해 2분기 소매유통업 경기전망지수(RBSI) 조사 결과에 따르면, 전 업태가 기준치 100 미만을 기록했지만, 백화점(71→94), 대형마트(83→87), 슈퍼마켓(49→58), 편의점(58→80) 등 오프라인 유통업계는 지수 개선세를 드러냈다.

홈쇼핑 업계는 K컬처 활용 콘텐츠, 메타버스, AI(인공지능) 쇼호스트 등 새로운 시도를 하며 변화를 꾀하고 있다. 방송을 위주로 사업을 영위하는 홈쇼핑 특성상 이를 효율적으로 현장에 접목하는 데 제약이 뚜렷하다. 이외에도, 라이브 방송. 모바일 중심 사업, PB상품 강화 등 다각화를 통해 실적 반등을 노리고 있지만, 이마저도 쉽지 않다.

설상가상으로 유명 쇼호스트들의 부적절한 언행으로 사회적 논란을 야기하면서 업계 신뢰도에 빨간불이 켜졌다. 매출뿐만 아니라 내부 리스크까지 챙겨야 하는 형국이다. 재발 방지를 위한 대안을 마련하는 등 방송 관행 전반을 반추하는 모습이다.

대내외적 변수를 기민하게 대처해야 하는 상황에서 유료방송 사업자들에게 내는 송출 수수료 부담이 무엇보다 가장 큰 문제다. 일종의 ‘채널 자릿세’ 개념인 송출수수료는 오름세를 보인다. 방송 사업 매출액 대비 송출 수수료 비중은 2016년 36.6% 규모에서 매년 상승해 재작년 58.9%까지 급등했다. 매년 매출 절반 이상을 송출수수료로 지불하는 셈이다.

송출수수료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가 지난 3월 가이드라인 개정안을 공개했다. 송출 수수료 건이 다시 수면 위로 떠올랐다는 점은 긍정적인 일이다. 다만, 이를 둘러싸고 이해관계자들이 여전히 첨예한 이견을 보이는 탓에 단기간 안에 문제가 일단락되기 어렵다는 분석이다. 해당 개정안은 법적 강제성도 없다. 앞으로 정부가 적극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는 이유다.

만약 홈쇼핑업계가 사업을 종료해 송출수수료가 사라지면 유료방송 사업자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될 것이다. 국내 유통 시장에 중요한 축을 담당하고 있는 홈쇼핑 업계가 보다 건강한 환경에서 사회적 책임을 다할 수 있도록 다각도의 협력과 상생이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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