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빌린 돈 제때 못 갚은 가계·기업 연체율 급등, 선제 대책 강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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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빌린 돈 제때 못 갚은 가계·기업 연체율 급등, 선제 대책 강구를
  •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승인 2023.05.04 1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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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매일일보  |  빌린 돈을 제때 갚지 못하는 가계와 기업이 빠르게 늘면서 대출 연체율이 가파르게 치솟고 있다. 은행권의 대출 연체율은 2월 말 현재 0.36%로 올해 들어 두 달 연속급등하며 2년 6개월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지난 4월 25일 금융감독원이 발표한 ‘2023년 2월 말 국내은행의 원화 대출 연체율 현황(잠정)’을 보면 2월말 현재 원화 대출 연체율(1개월 이상 원리금 연체 기준)은 0.36%로 1월 말 0.31%보다 0.05%포인트 상승했고 전년 동월말 0.25% 대비 0.11%포인트 상승했다. 2020년 8월 0.38% 이후 가장 높은 연체율이다. 

우선 가계대출 연체율은 2월말 현재 0.32%로 전월 말 0.28% 대비 0.04%포인트 상승했고, 전년 동월 말 0.19% 대비 0.13%포인트 상승했다. 이 중에서도 담보가 없어 금융권이 손실을 그대로 떠안아야 하는 가계 신용대출 연체율이 0.64%로 전월 말 0.55% 대비 0.09%포인트 상승했고, 전년 동월 말 0.37% 대비 0.27%포인트 상승했다. 2월 말 현재 기업 대출 연체율도 0.39%로 전월 말 0.34% 대비 0.05%포인트 상승했고 전년 동월 말 0.30% 대비 0.09%포인트 상승했다. 특히, 자금력이 달리는 중소기업을 중심으로 연체가 늘고 있는데 중소기업 대출 연체율은 0.47%로 전월말 0.39% 대비 0.08%포인트 상승했고, 전년 동월 말 0.32% 대비 0.15%포인트 상승했다. 중소법인(0.52%)과 개인사업자(0.39%)의 연체도 크게 늘고 있다.

고금리 상황이 계속되면서 중·저신용자들의 급전 창구인 카드론의 연체율이 지속적인 상승 흐름을 보이고 있고 후불결제(BNPL) 연체율도 1년 사이 급증했다. ‘연체 늪’에 빠진 건 은행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신용도가 낮은 고객이 상대적으로 많은 제2금융권의 상황은 더 심각하다. 카드 업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국내 8개 카드사(신한·KB국민·삼성·현대·롯데·하나·우리·BC)의 연체액은 전년 대비 32.3% 급증한 1조 9,472억 원으로 늘어났다. 특히 금리 인상 및 상환 여력 악화 속 1개월 미만 연체액은 2021년 말 2,004억 원에서 2022년 말 3,383억 원으로 68.9% 급증했다. 1개월 이상 3개월 미만 연체액은 같은 기간 43.4% 늘어나는 등 차주의 단기 상환 능력이 빠르게 악화되는 모습이 나타났다.

주요 카드사 연체율은 지난 3월 말 일제히 1%를 넘어섰다. 지난 4월 30일 금융권에 따르면 신한·삼성·KB국민·우리·하나 등 5개 카드사의 연체율이 올해 1분기(1∼3월)에도 증가 추세를 보였다. 삼성카드의 연체율은 1.10%를 기록하며 지난해 4분기까지는 0.86%로 양호한 흐름을 보였지만 3개월 만에 0.24%포인트 상승해 코로나19가 한창이던 2021년 1분기(1.0%) 이후 2년 만에 1%를 넘었다. 신한카드도 1.37%로 2022년 4분기(1.04%)보다 0.33%포인트 올랐다. 같은 기간 우리카드도 1.21%에서 1.35%, KB국민카드도 0.92%에서 1.19%, 하나카드도 0.98%에서 1.14%로 증가했다. 특히 고금리 카드론 연체가 쌓이면서 연체 기간이 3개월이 넘는 잠재적 부실 대출이 급증하고 있다. 

서민금융 일선에 있는 저축은행의 연체율도 지난해 말 이미 3.41%로 1년 전보다 1%포인트 가까이 뛰어 오름세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5월 1일 저축은행중앙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전국 79개 저축은행의 연체율과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모두 5.1%로 잠정 집계됐다. 연체율은 지난해 말 3.41% 대비 1.69%포인트,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지난해 말 4.04% 대비 1.06%포인트 올랐다. 연체율은 1개월 이상 원리금이 연체된 대출 채권이 전체 대출 채권에서 차지하는 비중을, 고정이하여신(NPL) 비율은 3개월 이상 연체된 대출 채권 등의 비중을 의미한다. 통상 연체율이 고정이하여신(NPL) 비율보다 높게 나와야 하는데 두 지표가 같게 나온 데 대해 매우 이례적이지만 추세적으로 증가세를 보이는 것만은 분명하다. 저축은행 업계 연체율이 5%대로 올라선 건 지난 2016년 말 이후 처음이다. 부실채권 비율도 지난 2018년 말(5.05%) 이후 약 4년 만에 5%대를 넘겼다. 다행히 저축은행의 손실 흡수능력과 유동성 위기 대응 능력은 규제 요건을 웃돈다. 1분기 저축은행 업계 위험자본대비자기자본비율(BIS비율)은 13.6%로 금융당국의 권고 비율인 11%보다 높다. 만기 3개월 이내인 예금 부채 대비 이를 충당할 수 있는 유동자산 비율인 유동성비율도 241.4%로 100%를 훌쩍 넘겼다.

부동산 경기 악화로 부실 위험이 커지고 있는 부동산 프로젝트 파이낸싱(PF)은 언제 터질지 모르는 폭탄과도 같다. 증권사의 부동산PF 대출 연체율이 2021년 말 3.7%에서 지난해에는 8.2%로 위험수위를 넘었다. 이 같은 연체율 급등 현상은 고금리·고물가 장기화에 경기 악화가 겹친 탓이 크다. 가계는 인플레 영향으로 실질소득이 줄고 기업은 경기 악화로 매출이 줄고 있는데도 금리는 치솟아 대출 금리는 치솟아 갚을 돈이 불어나 대출금 상환 여력이 고갈되고 있기 때문이다. 문제는 금리가 실물경제에 영향을 미치는 시차를 고려하면 연체율은 앞으로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는 점이다. 게다가 코로나19 때 경영난을 겪은 자영업자와 소상공인들의 신규 대출에 대한 만기연장과 상환 유예 등의 금융지원 조치가 대부분 9월에 종료된다. 이런 요인들을 고려한다면 올 하반기에는 연체율 급등세가 더욱 가속되고 가팔라질 것으로 우려된다. 최근 한국은행 조사에서 은행권이 전망하는 가계의 신용위험이 2003년 신용카드 사태 이후 20년 만에 최고로 높아진 것도 이 때문이다. 중소기업 신용위험 역시 더 나빠질 것으로 조사됐다. 팬데믹 시기에 급증한 ‘영끌’이나 ‘빚투’ 그리고 개인사업자 대출의 연체가 향후 더 늘어날 위험이 크다는 뜻이다. 금융권의 대출 부실 위험 관리가 더욱 중요해졌다는 경고가 아닐 수 없다.

설상가상으로 글로벌 은행위기의 여진도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지난 3월 10일 실리콘밸리은행(SVB)이 폐쇄된 이후 금융시장 불안이 커지면서 미국 14위 은행인 퍼스트리퍼블릭(First Republic) 은행에도 ‘디지털 뱅크런(Bank run │ 대량 예금 인출)’이 시작됐다.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주가는 한 달 사이 97% 가까이 폭락했다. 급기야 JP모건 체이스(JPM)에 인수된다. 미 연방예금보험공사(FDIC)는 지난 5월 1일(현지 시각) JP모건 체이스(JPM)가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무보험 예금을 포함한 예금 1,039억 달러 전액을 인수한다고 밝혔다. 아울러 1,730억 달러에 달하는 대출을 포함한 2,291억 달러 상당 자산 대부분도 JP모건 체이스(JPM)가 사들인다. 이로써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파산설로 다시 고조된 금융 불안은 일단 급한 불을 끄게 됐다. 

한편 지난 4월 22일(현지 시각) 다우존스에 따르면 국제신용평가사인 무디스(Moody’s)는 자이언스뱅코프(NAS : ZION)와 웨스턴 얼라이언스 뱅코프(NYS : WAL), 뱅크 오브 하와이(NYS : BOH) 등을 포함한 예금이탈 현상이 빚어진 미국 지역은행 11곳의 신용등급을 무더기 하향 조정했다. 국내은행들이 당장 위험해질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 하지만 경제는 심리이기 때문에 일단 불안심리에 휩싸이면 걷잡을 수 없는 것이 또한 금융의 생리임을 각별 유념해야 한다. 이렇듯 글로벌 은행 위기의 여진이 계속되는 가운데 해외 금융 리스크가 국내로 전이되거나 경기가 급속히 냉각할 경우 가계·기업의 부실이 한꺼번에 폭발할 가능성이 배제될 수 없기 때문이다. 

정부와 금융권은 연체율 상승 등이 금융 시스템 전반의 위기로 더는 번지지 않도록 유연한 선제적 대책 강구에 적극적으로 나서야만 한다. KB·신한·하나·우리 등 4대 금융지주는 올해 1분기 대손충당금을 전 년 동기 대비 2.4배 수준인 1조 7,338억 원으로 늘리기도 했다. 또한 손실 흡수능력을 높이고 대출 부실에 대비해 경상적 충당금 외에도 추가충당금인 경기대응충당금을 선제적으로 쌓았는데, 국민은행이 3,210억 원을 적립한 데 이어 신한은행이 1,329억 원, 농협은행이 900억 원, 하나은행이 400억 원을 추가로 적립했다. 금융당국은 충당금뿐만 아니라 금융사의 건전성을 높이고, 일시적인 자금난에 봉착한 가계와 기업이 흑자도산(黑字倒產)이 되지 않도록 다각적·다층적 단계별 지원책도 마련해야만 할 것이다.

 

박근종 성북구도시관리공단 이사장 / 서울시자치구공단이사장연합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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