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간] 컴북스이론총서 '모리스 메를로퐁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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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간] 컴북스이론총서 '모리스 메를로퐁티'
  • 김종혁 기자
  • 승인 2023.04.27 09:1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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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세기 포스트휴머니즘을 선취한 20세기 몸의 현상학
메를로퐁티의 몸철학을 새롭게 읽는다

매일일보 = 김종혁 기자  |  20세기를 대표하는 프랑스의 철학자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기존 철학에서 '정신의 숙주'로 평가받던 '몸'을 사유의 중심에 놓고 자신의 '몸철학'을 정립했다.

메를로퐁티는 몸은 존재의 위치를 한정한다는 점에서 수동적이지만, 세계에 열려 있는 존재라는 점에서 능동적이기도 하다고 보았다.

메를로퐁티는 주저 <지각의 현상학>에서 '몸' 개념을 새롭게 전개하며 몸의 위상을 복권했고, 유고인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에서는 '살' 개념을 통해 몸의 존재론적 근거를 확보했다.

메를로퐁티가 말하는 몸은 인간 몸에 한정되지 않고 비인간과 사물 등 모든 존재의 몸을 아우른다. 이로써 메를로퐁티의 몸철학은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서며, 몸을 공통분모로 삼아 인간과 비인간과 사물의 관계를 새로이 사유하도록 이끈다.

이 책 <모리스 메를로퐁티>는 캉탱 메이야수, 그레이엄 하먼, 브뤼노 라투르 등 21세기 새로운 유물론을 선도하는 사상가들과 메를로퐁티의 관계를 분석하며 몸철학의 현재적 의미를 밝힌다.

-- 우리가 메이야수의 선조성 개념에 주목하는 이유는 메를로퐁티의 고유한 몸인 ‘존재’가 인간 몸에 한정되지 않기 때문이다. 고유한 몸은 인간인 관점에서 볼 때 인간 몸이지만, 인간 몸과 상관없이 사물 몸으로도 존재한다. 그러므로 메를로퐁티의 몸은 인식의 영역이 아닌 존재의 영역으로 접근해야 한다. -- "01 고유한 몸" 중에서

-- 감정은 재현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감정을 재현해 내는 것이 아니라 나타나는 것, 즉 현상 자체를 이해해야 한다. 그런 의미에서 메를로퐁티는 성을 실존이라 한다. 메를로퐁티가 몸을 성적 대상이 아니라 성적 존재라고 말하는 것은 바로 성의 실존적 의미 때문이다. 성은 소유하는 것이 아니라 표현되는 것이다. 성적 존재인 몸이 표현되는 순간을 우리는 ‘사랑’이라는 감정으로 경험한다.
-- "03 성적 상황" 중에서

-- 중요한 것은 모든 몸들이 같은 재질로 이루어져 있다는 점이다. 그것은 ‘살’이라는 보편이다. ‘관념’은 보편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살은 개체화 이전의 덩어리다. 관념은 개체화의 가능적 토대이자 지평으로서 의미를 가진다. 예를 들어 메를로퐁티에게는 음악, 문학, 사랑은 관념이지만, 여기에는 물질적 요소인 질량감이 부여된다. 따라서 살은 ‘깊이’와 두께를 가진 지평이자 관념이며, 개체들의 가능 근거로서 보편을 확보한다. 이로써 메를로퐁티의 철학은 존재론적으로 성립하게 된다.-- "09 살”"중에서

지은이 심귀연은 경상국립대학교 인문학연구소에서 학술연구교수로 재직 중이다. 건국대학교 몸문화연구소의 연구원으로도 활동하고 있다. 또한 오이코스인문연구소의 대표로 생태인문학과 철학적 문제들을 다양한 전공의 학자들과 함께 연구 중이다. 특히 메를로퐁티의 현상학 이론과 비판적 포스트휴머니즘의 입장에 근거해 생태적 패러다임과 관계적 윤리의 문제를 확장, 연구하고 있다. 


좌우명 : 아무리 얇게 저며도 양면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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