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청년 등골' 빼먹은 전세사기, 피를 봐야 대책 세울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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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청년 등골' 빼먹은 전세사기, 피를 봐야 대책 세울건가
  • 최재원 기자
  • 승인 2023.04.25 13: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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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최재원 기자  |  지난해 수도권에서 1000채 넘는 빌라와 오피스텔을 임대해 이른바 ‘빌라왕’으로 불리던 김모씨가 사망해 많은 청년들이 전세금을 돌려받지 못할 위기에 처해졌다. 빌라왕은 개인이 아닌 조직적으로 움직이는 범죄조직이란 사실도 금세 드러났다. 특히 건축왕에 의해 피해를 입은 인천 미추홀구에서는 사망자까지 발생하며 많은 이들의 안타까움을 사기도 했다.

피해는 수도권에서도 서울 강서구와 인천 미추홀구, 연립·다가구주택에 집중됐다. 부동산 거래 경험이 적은 20∼30대가 전세를 얻는 연립·다가구주택 집중 지역이다. 청년층에서 피해가 컸다는 것을 의미한다.

피해자들은 물론 전문가들도 빌라왕이나 건축왕 같은 전세사기범들의 출현이 이미 예상돼 있었으며 정부가 이를 막지 못하고 도리어 부추긴 꼴이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정부가 내놓은 대책들에 대해 근본적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이 아니라고 평가했다.

실제로 정부가 전세사기 피해주택의 경매 유예 조치를 내렸는데도 법원에서는 일부 경매가 버젓이 진행되는 모습을 보여 피해자들의 고통을 가중시켰다. 아울러 경매 현장에서는 소위 ‘낙찰꾼’들이 경매 넘어간 피해 가구들을 노리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상미 전세사기·깡통전세 피해자 전국대책위원회은 서울 용산구 대통령 집무실 앞 기자회견에서 “잘 모르는 사람이 들으면 (정부가) 지금 뭔가 열심히 하고 있고, 그래서 문제가 다 해결된 줄 안다. 그러나 잘 보면 ‘계획하겠다, 검토하겠다’는 내용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한 피해자는 정부의 대책에 대해 “총상 입은 환자의 심장이 멈추기 직전인데 의사가 방탄조끼 만들었다고 자랑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일갈하기도 했다.

모든 대책이 그렇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것을 넘어 피를 봐야 대책을 준비한다. 실효성 없는 면피성 대책만 내놓다가 결국 사람이 죽었다. 그렇게 시간이 흐를수록 피해자들의 상실감과 고통은 더욱 커질 것이다. 대책위는 세 번째 사망자의 발인을 기다리 동안에도 또 한 번의 극단적 시도가 있었다고 전한 바 있다.

이제부터 나오는 대책들은 강력한 처벌을 담은 예방책과 함께 피해자에 대한 구제 방안이 담겨야 할 것이다. 피해자들이 하루빨리 일상생활로 돌아갈 수 있도록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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