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 봉투 의혹'에 존폐 기로 선 민주당…정계 개편 뇌관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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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 봉투 의혹'에 존폐 기로 선 민주당…정계 개편 뇌관되나
  • 문장원 기자
  • 승인 2023.04.23 1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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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명계' 중심 관련 의원 출당 등 당 인적 쇄신 주장
징계 시 이 대표와의 '이중잣대' 논란 전망
'이낙연 역할론' 나오며 정계 개편 가능성도 제기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발언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더불어민주당 이재명 대표가 지난 21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윤석열 정부 우크라이나 무기지원 발언 관련 긴급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2021년 전당대회 '돈 봉투 의혹'으로 더불어민주당이 존폐 위기까지 거론되자 정치권 일각에서는 정계 개편 가능성까지 제기되고 있다. 당 인적 쇄신 주장과 이재명 대표의 '사법 리스크'가 맞불리면서 계파 간 갈등으로 비화할 수도 있다는 지적이다. 출당 등 관련 의원들에 대한 징계가 이뤄진다면 자칫 이 대표와의 '이중 잣대' 논란이 일어날 수 있기 때문이다. 더 나아가 징계에 대한 반발이 집단 탈당으로 이어질 경우 당이 쪼개질 가능성도 있다.

23일 정치권에 따르면 민주당 내에서는 '돈 봉투 의혹' 사건에 연루된 의원들의 자진 탈당 혹은 강제 출당 등 인적 쇄신을 요구하는 목소리가 분출하고 있다. 그러면서 비이재명계를 중심으로 이재명 대표를 비롯한 당 지도부가 인적 쇄신에 소극적이라는 비판도 함께 나온다.

이상민 의원은 지난 20일 라디오에서 "지금은 당 간판을 내릴 상황"이라며 "의혹이 확인된 인사들에 대해 제명이나 출당 조치까지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이 의원은 "이 대표가 아주 철퇴를 내려야 한다. 이런 문제가 생겼는데 미온적으로 대응하는 것처럼 비치는 행태를 보이는 건 잘못됐다"며 "현재 민주당은 그 정도 강도의 노력을 하지 않고 있다. 자기 정화 기능도 포기한 상황이라고 볼 수밖에 없는 지금 사태는 제대로 대응하는 게 아니다"라고 비판했다.

김종민 의원도 지난 18일 BBS라디오 '전영신의 아침저널'과 가진 인터뷰에서 "정당은 사법적 결론이 났을 때 움직이는 건 옳지 않다. 선제 조처를 취하지 않으면 '민주당은 무감각하고 도덕성에 대한 기준이 엉망'이란 불신을 받게 된다"며 "이 대표 체제에서 윤리 감각이 엄청 퇴화했다"고 꼬집었다.

이같은 지적들은 이 대표가 당 전체를 위해서는 부정부패 문제에 단호하게 대응해야 하지만, 자신의 '사법 리스크' 때문에 이번 '돈 봉투 의혹'에 연루된 의원들에게 단호한 대응을 하지 못하는 것 아니냐는 의미로 읽힌다.

'돈 봉투 의혹' 의원들에 강한 징계가 나오거나 공천에서 불이익을 받으면 이 대표를 향한 '내로남불' 시비의 실마리가 될 수 있기 때문이다. 같은 '사법 리스크'인데 이 대표에 들이대는 기준과 자신들에 대한 기준이 다르다는 것이다. 이 대표 입장에서는 어느 선택을 하든 리더십에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는 셈이다.

장인상을 마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장인상을 마친 이낙연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지난 18일 오전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미국으로 출국하며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러한 상황에서 친이낙연계 모임인 '연대와 공생'이 내달 1일 호남에서 심포지엄을 열어 정계 개편 가능성에 힘을 싣고 있다. 당이 존폐 위기에 처했는데 이 대표가 리더십을 보이지 못하자 자연스럽게 대안으로 이낙연 전 대표의 역할론이 제기되고 있다. 의혹에 관련된 의원 숫자가 10~20명이라는 이야기와 함께 이들이 징계에 불만을 갖고 집단 탈당한다면 '이낙연 역할론'을 구심점으로 뭉칠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이는 곧바로 민주당의 분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이낙연계인 양기대 의원은 지난 18일 YTN라디오에서 "이 전 대표가 6월에 귀국하지만 당장 정치 일선에 나서는 게 쉽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돈 봉투 의혹' 사건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또 현 정국 상황이 어떻게 흘러가느냐에 따라 본인이 귀국해서 어떤 역할을 찾지 않을까 싶다"며 '이낙연 역할론'의 가능성을 열어뒀다.

다만 이러한 민주당발 정계 개편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매일일보'와의 통화에서 "최악의 경우에 이낙연 전 대표가 총대를 메고 탈당하면 '호남당'은 만들 수 있다"며 "내년 총선에서 호남에서는 당선되며 선전하겠지만 다음 지방선거와 대선은 없다고 봐야 한다. 실리가 있더라도 장기적 관점에서 봤을 때는 지금의 민주당을 완전히 죽이는 꼴이 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아울러 인적 쇄신도 지금 당장 서두를 필요는 없다고 강조했다. 박 평론가는 "인적 쇄신으로 제일 좋은 방법은 공천"이라며 "당이 인적 혁신을 못해서 총선을 패배하면 다음 대선도 없다. 진짜 인적 쇄신은 총선 때 싹 물갈이를 하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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