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비건’ 전성시대, 대체 아닌 新분야 개척이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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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비건’ 전성시대, 대체 아닌 新분야 개척이 관건
  • 김민주 기자
  • 승인 2023.04.23 11:4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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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김민주 기자  |  바야흐로 비건(Vegan) 전성시대다. 친환경‧동물복지‧건강 등에 대한 소비자들의 관심이 커지면서, 식품업계에 대체 단백질 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게중 상품성을 인정받고 초기 투자 단계를 넘어, 수익을 내고 있는 곳이 하나둘 눈에 띈다. CJ제일제당의 Plant-based(식물성 원료 기반 식품) 전문 브랜드 ‘플랜테이블’과 매일유업의 식물성 대체유 브랜드 ‘어메이징 오트’, 신세계푸드의 대안육(代案肉) 브랜드 ‘베러미트’ 등이 대표적이다.

반대로 소비자들로부터 외면 받고, 적자를 이어가며 사업 축소 및 철수를 고민하는 곳도 적지 않다.

이들의 성패 여부를 가른 요인은 비건 사업에 대한 해석과 접근 방식의 차이다. 더 이상 단순 원물 모방에 그치는 방식으로는 국내외 비건 시장에서 경쟁은 물론, 생존조차 어렵다.

과거 식품기업들이 선보인 비건 제품들은 기존의 동물성 원료를 대체하는 목적으로, 고기‧원유 등의 맛을 따라하는 데 초점이 맞춰졌었다. 제품을 잘 만들었냐의 판단 기준은 원물을 얼마나 충실히 모방했느냐였다. 약 4년 전 채식을 공부하던 식품영양학과 친구의 권유로 ‘콩고기’를 먹어본 적이 있다. 콩에서 고기 비슷한 맛과 식감이 난다는 것만으로도 신선한 충격을 받고 감탄했다. 하지만 씹을수록 진해지던 낯선 향은 “흉내내봤자 결국엔 가짜 고기”라는 생각을 더욱 확고하게 했다. 그 후로 대체육은 내게 ‘식품 기술의 발전을 보여준 실험체’로 각인됐다. 자발적으로 구매하는 일은 없었다.

유통 기자로 지내다보니, 최근 식품 시장의 비건 트렌드 덕분에 식물성 대체 식품을 맛볼 기회가 일반 소비자보단 많은 편이다. 매년, 매달, 매주 발전하는 식물성 대체제 기술과 맛에 매번 놀란다. 체험기를 위해 먹었던 비건 만두는 일반 만두보다 맛있었고, 귀리로 만든 식물성 대체유는 이젠 스스로 찾아 사먹는다. 최근엔 시식회를 통해 맛봤다 반해버린 식물성 미트볼과 참치캔의 홍보대사를 자처하고 있다.

만족스런 시식을 마치고, 주변인들에게 권유, 자발적 재구매까지 이뤄진 비건 제품들의 공통점은 뭘까. 각기 다른 제조사의 다른 콘셉트 제품이었지만 이들을 관통하는 하나의 공통점은 ‘맛있다’였다.

동물복지, 건강관리, 친환경 공정 등 비건을 논할 때 꼭 등장하는 개념들이다. 물론 가치 소비를 지향하며 식물성 대체 식품을 찾는 소비자들도 있지만, 비건 카테고리가 지속가능한 식품 산업의 한 축이 되기 위해선 대중화를 이뤄야한다. 그렇기 위해선 대중들의 입맛을 충족시킬 맛과 특색이 관건으로 꼽힌다.

식품 장사는 결국엔 맛이다. 원물을 단순 모방하기에 급급한 비건 제품은 경쟁이 치열한 식음료 시장에서 살아남을 수 없다. 특수 공정과 기술력, 주요 원부자재 개발 및 수급 문제 등으로 비건 제품들은 일반 제품 대비 높은 가격대로 형성돼있다. 고물가 시대에 적지 않은 돈을 투자해서 맛 볼 가치를 소비자들에게 설득하기 위해선 원물보다 더 맛있는, 혹은 색다른 본연의 맛을 갖춰야할 것이다. 대중들은 단순 모방 대체제를 더 비싼 돈을 주고 사먹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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