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달갑지만은 않은 알뜰폰 대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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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달갑지만은 않은 알뜰폰 대란
  • 신지하 기자
  • 승인 2023.04.19 14: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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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신지하 기자  |  통신비가 0원. 국내 포털사이트에서 '알뜰폰 대란'이라는 키워드로 검색하면 수많은 게시글이 나온다. '요금제가 0원인데 통화와 문자뿐 아니라 데이터도 넉넉하니 지금 가입하는 게 이득'이라는 게 주된 내용이다. 이른바 '알뜰폰 요금제 성지'를 찾는 게시글도 쉽게 보인다.

현재 월 요금이 0원인 요금제는 26개. 알뜰폰 요금제 비교 사이트인 알뜰폰 허브에서 검색한 결과다. 모두 LTE 요금제다. 알뜰폰 업체마다 차이가 있지만 짧게는 6개월, 길게는 12개월까지 가입자가 내야 할 요금이 없다. 한 업체가 제시하는 0원 요금제 구성을 보면 통화와 문자는 기본, 데이터는 월 15GB를 제공하는 데 7개월간 공짜다. 데이터 기본 제공량을 다 쓰더라도 3Mbps 속도로 무제한 이용이 가능하다. 요금 범위를 1만원까지 확대하면 기본 데이터 외에 추가로 100~200GB를 더 주는 업체도 있다.

시중에 나온 0원 요금제 대다수는 약정이 없는 형태다. 위약금 없이 할인 기간 만료 전에 다른 통신사로 옮길 수 있다. 다만 IPTV와 인터넷 등 유선서비스와 알뜰폰 간 결합 할인 혜택을 받는 과정은 다소 어려운 편이다. 할인 프로모션 종료 시 적용되는 요금제도 업체별로 다르니 꼼꼼히 살펴보고 선택하는 게 좋다. 일부 알뜰폰 업체의 경우 고객센터 연결이 쉽지 않아 개통 또는 해지 과정에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는 점도 유의해야 한다.

"이례적이다." 알뜰폰 사업자들이 장기간 특가 형태의 요금제를 앞다퉈 출시하자 통신업계 관계자들이 한 말이다. 과거에도 우체국 등에서 기본 요금이 0원인 요금제가 있었지만 주로 음성 통화가 중심이 됐다.

업계에서는 공짜 요금제가 통신 3사의 '대리전'으로 인해 등장한 것으로 보고 있다. 최근 은행권의 알뜰폰 사업 진출에 물꼬가 트이자 이통사들이 알뜰폰 업체에 보조금을 지원하며 자사망 점유율 확대에 나섰다는 분석이다. 알뜰폰 업체 대부분은 소규모 자본을 가진 중소업체다. 이통사의 지원금 없이 0원 요금제 같은 가격 출혈 경쟁이 쉽지 않다고 한다. 한때 알뜰폰 자회사 철수도 가능하다는 입장을 밝혔던 SK텔레콤은 최근 알뜰폰 전담 영업팀을 신설하는 등 신규 사업자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

알뜰폰 시장의 저가 요금 경쟁은 고가 요금제에서 벗어나려는 소비자들에게 희소식인 듯 싶다. 어쩌면 지금이 알뜰폰 요금제로 갈아타기에 적기일 수도 있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볼 땐 시장 생태계에 부정적인 면이 더 크다. 소비자 입장에서는 저렴한 요금제를 이용할 수 있지만 '치킨게임'식 경쟁이 심화할 경우 자본력이 열악한 알뜰폰 업체들의 도산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알뜰폰 시장에서 건강한 경쟁이 이뤄질 수 있도록 생태계 형성을 위한 묘수가 필요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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