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집 살림 어려운데 남 걱정”…만나플래닛, 여력 의구심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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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집 살림 어려운데 남 걱정”…만나플래닛, 여력 의구심 확대
  • 김원빈 기자
  • 승인 2023.04.14 10: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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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 혹한기 속 영업손실 확대…‘빚 더미’ 앉은 만나플래닛, 부채 총 자산 상회
미지급 적립금 대비 현금자산 여전히 부족…“슈퍼히어로 품을 자금 출처 불투명”
만나플래닛의 재무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나플래닛은 총 자산대비 부채 비율·보유 현금 대비 미지급 적립금 등의 지표가 동종 업계 업체 대비 악화됐다. 사진=만나플래닛 제공
만나플래닛의 재무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만나플래닛은 총 자산대비 부채 비율·보유 현금 대비 미지급 적립금 등의 지표가 동종 업계 업체 대비 악화됐다. 사진=만나플래닛 제공

매일일보 = 김원빈 기자  |  슈퍼히어로에 배달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한 만나플래닛의 재무 상황이 악화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바로고·로지올·만나플래닛 등은 작년 실적을 공개했다. 실적에는 업계에 지속되는 ‘강추위’가 고스란히 반영됐다.

바로고는 273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전년(112억) 대비 적자폭이 약 160억원 늘었다. 같은 시기 순손실도 393억원으로, 전년(175억원) 대비 200억원 가량 증가했다. 로지올의 상황도 비슷하다. 로지올은 인성데이타와의 합병·인적분할 이후 지난 4분기 각각 22억원과 38억원의 영업손실과 순손실을 기록했다. 만나플래닛은 작년 57억원의 영업손실과 62억원의 순손실을 기록했다. 적자폭이 전년 대비 각각 20억원, 5억원 확대됐다.

만나플래닛은 바로고·로지올 대비 재무건전성도 더욱 악화된 것으로 확인됐다. 작년 만나플래닛의 부채총계는 460억원으로 자산총계(439억원)를 넘어섰다. 부채총계가 자산총계를 상회하는 업체는 3사 가운데 만나플래닛이 유일하다. 고객 적립금 대비 보유현금도 부족하다. 만나플래닛의 보유현금은 총 116억원이다. 여기에는 현금 및 현금성자산(114억원)과 금융상품 및 자산(2억원) 등이 포함된다. 하지만 미지급 적립금 규모는 미지급금(206억원) 중 195억원과 선수금(92억원)을 합산할 경우 총 287억원 수준으로 추정된다.

배달대행업계에서 보유현금은 배달 프로그램 사용 자영업자·라이더 등이 자신의 적립금을 현금으로 인출할 경우, 이를 언제든지 가능하도록 담보할 수 있는 일종의 ‘안전장치’로 업체의 신뢰도와 재무건전성을 가늠하는 지표로 인식된다. 만나플래닛은 이같은 이유로 작년 ‘고객 적립금 유용’ 의혹을 받은 바 있지만, 상황이 개선되지 않고 있는 셈이다.

한편, 만나플래닛은 지난 7일 슈퍼히어로에 프로그램을 제공하기로 결정했다. 슈퍼히어로는 당국으로부터 가해진 예치금 비율 관련 시정조치를 스스로 이행할 수 없다며 배달대행 서비스의 만나플래닛 이관을 결정했다.

업계 안팎에서는 만나플래닛의 슈퍼히어로 서비스 이관 및 프로그램 제공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만나플래닛이 약속한 프로그램 제공을 가능하게 하는 자금의 출처와 그 건전성이 불분명하다는 게 의문의 주된 골자다.

만나플래닛은 이미 부채가 총 자산을 상회하고, 보유현금 대비 미지급 적립금 규모도 큰 상황이다. 슈퍼히어로를 일정 형식으로 품는 모양새를 보이는 만나플래닛이지만, 자사의 미지급 적립금을 실제 ‘대량’으로 지급해야할 상황이 올 경우 슈퍼히어로와 유사한 상황에 직면할 수 있다는 게 업계의 관측이다.  

플랫폼업계 관계자는 “슈퍼히어로에 대한 프로그램 제공·운영 등을 어떤 자금으로 가능하게 한다는 것인지 의문이 든다”면서 “플랫폼업계 특성상, 만나플래닛이 어려워질 경우 프로그램을 사용하는 자영업자·라이더 등이 자금을 회수하지 못할 위험성도 충분히 상존하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실제 만나플래닛이 사업 전개와 기업 경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점도 확인된다. 만나플래닛은 작년 현대자동차로부터 투자가 무산되는 등 어려움 속 만나코퍼레이션으로부터 1년 내 상환이 필요한 단기차입금의 형태로 120억원의 운영자금대출을 받았다. 여기에 일부 사업을 정리하고 인력 감축도 검토하는 등 본격적인 구조조정 착수를 준비·진행하고 있다.

만나플래닛은 슈퍼히어로 측에 프로그램만 제공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반면, 일각에서는 만나플래닛의 재무 상황을 고려했을 때, 기존 슈퍼히어로에서 불거진 문제 해결에 만나플래닛의 선수금, 고객 적립금 등이 동원될 수 있다는 의혹마저 제기되고 있다. 만나플래닛은 미지급금·부가세예수금·페이미지급금 등으로 구분되던 계정과목을 올해 공시에서는 미지급금과 선수금 두 항목으로 변경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배달 프로그램의 핵심적인 기능은 배달 콜 접수·배달비 실시간 정산·네비게이션 기능 등 세 가지로 압축 가능하다”면서 “이 가운데 핵심이 되는 건 정산 기능이며, 해당 기능을 사용하지 않는다면 굳이 플랫폼이 제공하는 배달 프로그램을 사용할 이유가 반감된다”고 부연했다.

만나플래닛 관계자는 “만나플래닛은 슈퍼히어로에 플랫폼 서비스만 제공하며, 기타 경영관련 부분은 만나플래닛의 영역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이어 “만나코퍼레이션으로부터 운영자금대출 부분은 작년 연말 일시적인 자금 부족으로 인한 것으로, 현재는 모두 상환한 상태”라며 “작년 신규사업 진출을 위한 신규사업부문 인력채용 증가로 인해 인건비 증가 등으로 적자폭이 늘어난 부분이 있다”고 말했다.

끝으로 “올해는 사업 구조 개선 및 운영관리비 효율화를 통해 적자폭을 개선하고 흑자 전환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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