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지지율 40%에 잊혀진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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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지지율 40%에 잊혀진 것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3.04.10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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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이소현 기자  |  "토지거래허가제요? 정부도 서울시도 손대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5일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가 압구정동·여의도동·목동·성수동 재정비사업지 일대 거래허가제 지정을 연장하기로 한 것을 두고 한 부동산 전문가는 이렇게 속내를 짚었다. "토지거래허가제는 최장 5년까지 남아 있으니 내년, 내후년에도 풀어도 되겠지요. 2024년 총선을 앞두고 살짝 그런 이야기를 하면 표에도 도움이 될 것이고요. 시장을 빼고 정치적으로만 보자면 그렇습니다"

10여년간 업계에 몸 담아온 부동산 전문가의 지적이 괜한 흠집잡기는 아닐 듯 싶다. 시장 논리에 맞게 규제 정상화를 강조했던 정부도 국민 여론은 부담이다. 괜히 강남 규제를 풀었다가 집값이 뜰썩이면 총선을 앞두고 시장을 자극했다는 쓴소리만 듣게 된다. '투기 세력만 노났다'는 야당의 단골 멘트도 무시할 수 없다. 풀어도 풀지 않아도 문제라면 그냥 두자는 결론에 다다른다.

그나마 토지거래허가제 연장은 현상 유지이기 때문에 시장 영향은 크지 않다. 정부의 지지율 행보를 바라보는 시선은 따로 있다.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당시 '강행돌파'로 40%대 국정 지지율을 맛본 정부는 노동계 불법행위를 뿌리 뽑겠다고 선언했다. 그렇게 나온 후속 조처 중 하나가 타워크레인 기사의 월례비 문제다.

월례비가 초과·위험 수당에 해당한다며 건설구조 임금 문제를 먼저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는 노동계 또한 월례비 자체에 대해서는 적극적으로 대변하지 않고 있다. 월례비가 부당 임금이라는 정부 주장에 부정하기 힘든 점이 있다는 뜻이다. 

문제는 정책 실현 과정에서 기업 존재감이 증발했다는 점이다. 당장 노동계가 준법투쟁에 돌입하자 건설 현장에서 공백이 발생했다. 타워크레인 인력난을 겪거나 공기를 앞당기기 어려워지면서 자칫 공사가 지연될까 고민하는 곳들이 늘었다. 노사 싸움을 정부가 중재하는 그림이 아니라 노정 싸움됐기 때문에 문제가 생겨도 기업이 끼어들 여지는 없어졌다.

건설업계 피로도는 이미 최고조였다. 가뜩이나 2020년 코로나에 이어 지난해 화물연대 파업, 고금리, 고물가가 쓰나미처럼 닥친 가운데 노동계 문제가 계속되자 피해는 깊어질 수밖에 없다. 

정부가 부랴부랴 대응책을 발표하며 타워크레인 기사들의 투쟁을 저지하고 나섰지만 이미 문제가 커진 뒤였다. 대통령까지 직접 '건폭(건설노조의 폭력적인 행위)' 근절을 주문했지만 노조의 반발에 대응해 타워크레인 기사의 인력풀을 구축하거나 임금 구조를 개선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는 차후에 따라 오는 식이었다. "정부가 너무 성급했다"는 토로가 나오는 이유다.

지지율은 모든 정부의 딜레마다. 하지만 행동보다 말이 먼저 나가면 부작용이 따를 수밖에 없다. 총선을 앞두고서라도 조급함보다 완결에 무게를 둬야 하는 것이 아닐까 질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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