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美 IRA, 아직 끝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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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美 IRA, 아직 끝나지 않았다
  • 이상래 기자
  • 승인 2023.04.09 1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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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부 이상래 기자.
산업부 이상래 기자.

매일일보 = 이상래 기자  |  지난 6일 여자배구 챔피언전 5차전 마지막 경기. 한국도로공사가 흥국생명을 이기고 우승을 차지했다. 앞선 1·2차전에서 도로공사는 흥국생명에게 내리 졌다. 단 한 경기만 져도 끝나는 극한에 몰린 상황에서 도로공사는 ‘기적’ 같은 3연승을 거두며 우승을 차지했다. 지금까지 한국 배구에서 남자·여자 통틀어 1·2차전을 모두 내주고, 역전 우승이 일어난 경우는 단 한 번도 없었다.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것이 우리 팀 색깔”이라던 도로공사의 끈기로 한 편의 각본 없는 드라마가 처음 나온 것이다.

미국 IRA 세부지침 발표로 우리나라 전기차 산업이 불확실성에 휩싸였다. 미국에서 생산해 IRA 보조금을 받을 줄만 알았던 우리나라 완성차 기업의 전기차는 배터리 조건 미달로 보조금 수령이 무산됐다. 당장 올해는 보조금 없는 기울어진 미국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해야 할 판국이다.

배터리 업체도 IRA 세부지침 내용을 보고 ‘최악은 면했다’는 안도의 한숨을 내쉴 정도에 그친다. 미국이 자유무역협정(FTA) 체결국도 아닌 일본에게 특혜를 주면서 오히려 일본 배터리 기업이 파나소닉이 최대 수혜자가 된 것 아니냐는 얘기마저 나온다. 여기에 미국 완성차 기업들이 IRA 법을 교묘하게 우회하는 ‘꼼수’ 계약으로 중국 배터리 기업과 협력에 나서기까지 했다. 문제는 바이든 정부가 자국의 완성차 기업들의 성장을 위해 눈감아주는 행태를 보이고 있다는 점이다. 애당초 IRA가 미국의 완성차 업체들의 전기차 반격의 시간을 벌어주기 위함이라는 눈초리가 있던 터라 이번 미국 완성차-중국 배터리 결탁에도 미 정부가 역시 침묵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온다.

이러한 혼란스러움은 지난 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IRA 및 EU(유럽연합) 핵심원자재법·탄소중립산업법 설명회에서 여과 없이 드러났다고 한다. 업계 전문가들부터 기업 실무 담당자들까지 다들 IRA, CRMA 등의 구체적 조항이 도대체 어떻게 적용되는지 ‘오리무중’인 상황이었던 것이다.

그래도 다행스러운 것은 정부와 기업이 아직 포기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지난 7일 서울 대한상공회의소 8층 회의실엔 정부와 기업 인사들이 총결집했다. 이창양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을 비롯 배터리 관련 기업 사장급 임원이 모여 ‘배터리 얼라이언스’를 열어 향후 전략을 논의한 것이다. 향후 5년간 7조원의 자금 지원과 500억원 규모의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연구과제(R&D) 과제 추진을 골자로 한 정부 지원대책도 발표됐다. 게다가 IRA 세부지침은 오는 18일부터 적용하면서 60일 동안 의견 수렴 기간을 거쳐 최종 확정된다. 아직 끝난 게 아니라는 것.

김종민 도로공사 감독은 선수들에게 “이미 불가능을 가능으로 만들었다. 그 기적을 기록에 남기느냐, 배구 팬들에게 잠시 스쳐가는 기억으로 남기느냐는 마지막 경기에 달렸다”고 말했다고 한다.

월드컵 16강도, 여자배구 챔피언전도, IRA도 ‘중요한 건 꺾이지 않는 마음(중꺾마)’은 여전히 유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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