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부업체 빈자리가 허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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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대부업체 빈자리가 허전하다
  • 홍석경 기자
  • 승인 2023.04.05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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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홍석경 기자  |  대부업체들이 우리나라 시장 철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최근 OK금융그룹의 계열사인 OK캐피탈 이사회가 예스자산대부를 흡수합병하면서 대부업 라이선스를 반납하게 됐다. OK금융그룹은 내년 6월까지 대부업계 1위인 ‘러시앤캐시’의 사업 철수도 진행 중이다. 그룹 측은 앞서 지난 2018년 원캐싱, 2019년 미즈사랑 등의 대부 라이선스를 반납한 바 있다. 업계 2위인 리드코프의 경우 작년 10월부터 신규대출 규모를 대폭 줄이고 있다.

업계 철수 움직임이 두드러지는 배경은 정부 규제와 업황 악화 영향이 크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최승재 국민의힘 의원실이 한국대부금융협회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등록 대부업체 중 NICE신용평가 기준 상위 69곳의 지난 1월 신규대출 금액은 428억원으로 1년 전과 비교해 88.9% 감소했다.

신규대출 금액·이용자 감소는 자금조달 금리가 급격히 높아진 지난해 4분기부터 두드려졌다. 상위 대부업체 16곳의 신규 차입금리는 지난해 말 8.65%까지 올랐다. 연초와 비교해 3.51%포인트(p) 상승했다.

대부업권은 조달금리가 높아지자 신규 차입액을 줄이고, 대출 문턱을 높였다. 법정최고금리(20%)로 이자를 받아도 조달비용과 관리비용 등을 감안하면 마진이 남지 않아서다. 연체율까지 지난 1월 11.8%로 상승했다. 대형 회원사(25곳) 중 15곳은 아예 신규대출을 중단했다. 조달비용 상승으로 인해 대부업체의 비용 부담이 커진 상황이지만, 법정 최고금리가 연 20%로 제한해 있어, 대출금리를 인상하기도 어렵다.

제도권 최후 보루인 대부업체의 영업 위축으로 금융 취약계층인 서민들은 불법사금융 시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지난해 불법 사금융에 대한 신고가 12만여건에 달했다. 한국금융연구원은 최고금리 인하 이후 기존 대부 대출 이용자 중 최대 23.1%가 제도권 밖으로 밀려났을 것으로 추정한다.

우리나라 금융시장에서 대부업체는 그간 ‘미운 오리’처럼 여겨졌다. 제도권 금융기관 중 유일하게 저신용 서민들에 대해 자금을 지원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단순히 이자가 높다는 이유만으로 지탄을 받아왔다. 정치권과 정부 역시 ‘고금리’ 하나에만 눈이 멀어 이자를 낮추라고 강조할 뿐, 대부업체의 상황을 전혀 고려하지 않고 있다.

대부업체 철수로 인해 서민들의 정책 금융 의존도는 더 높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시중은행을 포함해 저축은행과 캐피털 등 2금융권의 경우 수익성과 리스크 등을 이유로 서민금융에 적극적이지 않다. 대부업의 빈자리는 어느 누가 채워도 그만큼 허전함만 더할 것이다.

담당업무 : 보험·카드·저축은행·캐피탈 등 2금융권과 P2P 시장을 담당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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