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잇단 ‘리니지 라이크’ 신작들 우려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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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잇단 ‘리니지 라이크’ 신작들 우려스럽다
  • 박효길 기자
  • 승인 2023.04.04 14:1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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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박효길 기자  |  영화와 게임은 비슷한 면이 많다. 둘 다 콘텐츠를 다루고 신작의 흥행 여부에 매출이 왔다갔다하는 산업이란 점에서 그렇다. 영화는 아무리 좋은 배우, 좋은 시나리오에 뛰어난 감독이 만들어도 흥행을 장담할 수 없다. 이른바 ‘구성의 오류’다. 구성 중 일부가 참이라는 사실을 통해 무언가가 전적으로 참일 수 없다는 말이다.

그런데 최근 한국 게임 신작들을 보면 ‘구성의 오류’가 통하지 않는 듯하다. 다중접속역할수행게임(MMORPG) 장르 및 확률형아아템 비즈니스모델(BM) 편향적이라는 지적이 지속적으로 나오지만 신작들이 흥행하고 있다. 최근 출시된 카카오게임즈에서 서비스하는 ‘아키에이지 워’가 이른바 ‘리니지 라이크’(리니지 닮은꼴)라는 지적이 이용자들 사이에 나오고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아키에이지 워’는 애플 앱스토어 매출 1위, 구글플레이 매출 2위를 기록 중이다. 지난달 21일 정식 출시 5시간 만에 앱스토어 매출 1위로 직행한 후 일주일째 순위를 유지 중이다. 매출 1위까지 10시간이 넘게 걸린 엔씨소프트 ‘리니지’ 시리즈나 넥슨의 ‘히트2’보다 빠른 수준이다.

리니지 라이크 게임 논란은 지난해 출시된 ‘히트2’도, 이전에 나온 ‘오딘’도 그랬다. 신작들이 성공한 게임 리니지 BM, 시스템 등을 차용하는 것까지 뭐라고 할 수 없다. 그러나 편향성이 강화돼 천편일률적으로 나오는 것은 문제로 보인다.

과금을 많이 하는 소위 ‘고래’ 유저층에 의존하는 한국형 MMORPG BM은 많은 수를 차지하는 소과금·무과금 유저가 등을 돌리게 만든다. 게임의 다양성이 사라지면 게임 이용자들의 다양한 욕구를 담아낼 수 없다. 소위 돈 되는 게임만 나오게 되고 다른 게임을 원하는 이용자는 이런 게임들을 외면하게 되는 악순환에 빠진다.

한국 게임 시장 상황이 이런데 세계 시장에서 성공할 수 있을까. 몇 년 전 한수 아래라고 봤던 중국 게임이 이미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전세계 매출 1위는 중국의 ‘원신’이 차지하고 있다. 최근 중국 당국이 한국 게임에 대해 자국 내 게임 서비스 권한 판호를 열어준 것에 대해 업계는 반기는 분위기다. 그러나 중국 당국이 더 이상 한국 게임이 중국 게임산업에 위협이 되지 않는다는 판단 아니냐는 해석도 있다. K-게임이 글로벌에서 더 이상 먹히지 않고 익숙한 BM에 그저 비슷한 것만 찍어내는 갈라파고스화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게임 이용자들의 수준은 점점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우마무스메 마차 시위가 그랬다. 공정한 서비스에 대한 고객의 당연한 요구다. 최근 국회를 통과한 확률형아이템 법제화를 담은 게임법 개정안도 그 결과물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행위도 게임에 대한 애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얘기다. 이마저도 이용자들이 정나미가 떨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우려스럽다.

담당업무 : 게임, 인터넷, IT서비스 등
좌우명 : 꼰대가 되지 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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