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올드'한 청년 정책에 대한 거부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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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자수첩] '올드'한 청년 정책에 대한 거부감
  • 문장원 기자
  • 승인 2023.04.02 1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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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일보 = 문장원 기자  |  국민의힘의 지지율이 심상치 않다. 숱한 논란을 넘고 넘어 김기현 당 대표 체제가 들어섰지만 이른바 '컨벤션 효과'는커녕 지지율이 연일 급락하고 있다. 특히 2030세대가 등을 돌리고 있는 점이 가장 뼈아프다. 연일 계속되는 정책 헛발질 때문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지만 당 지도부는 제대로 된 대응을 하지 못하고 있다. 오히려 번지수를 잘못 찾는 행보를 보이면서 지지율은 더 빠져나가는 모양새다.

위기의식을 느낀 당 지도부가 경희대 학생 식당을 찾아 '천원 학식'을 함께 먹고, 장예찬 청년최고위원이 MZ 노조와 '치맥 회동'을 했지만, 인식 자체가 너무 올드하다. 당 지도부 전체가 어느 한 곳에 15년 동안 갇혀 있다가 세상에 나온 것도 아닌데 우르르 몰려가 대학교를 찾아가고 맥주잔을 기울인다고 마음의 문이 열릴 것으로 생각하는 '올드함'이 문제다. 개인적 경험에 비춰볼 때 기성세대의 어색한 접근법은 되레 거부감을 더 불러일으키는 법이다.

현실성 없는 정책 추진은 더 심각하다. 국민의힘은 저출산 대책으로 30세 이전에 자녀를 3명 이상 낳을 경우 남성의 병역을 면제하는 안을 검토했다가 논란이 일자 없던 일이라며 발을 뺐다. 남성의 국방의 의무를 왜 여성의 출산과 연계하는 것도 이해하기 힘들뿐더러 애초 30대 이전에 아이 셋을 낳는 것 자체가 사회적 경제적으로 가능한지 의문이다. 술자리에서 우스갯소리로 흘러  할 이야기가 여당 정책위 차원에서 검토됐다는 게 아찔하다.

주 69시간 논란도 마찬가지다. 일할 때 몰아서 일하고 쉴 때 푹 쉬자는 발상은 생각처럼 쉬운 게 아니다. 아이를 키우는 것부터 문제다. 주 69시간 동안 일하는 동안 아이는 혼자 크고, 이후 쉴 때는 아이가 안 크는 것도 아니지 않는가. 이러한 비현실적 감각을 갖췄으니 저출산 대책도 허공에 붕 떠 있는 내용을 내놓는 건 어쩌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문제 해결의 출발점은 문제의 인식부터다. 문제의 인식은 현실에 뿌리 박고 있어야 한다. 뜬구름만 쳐다보면 발밑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 알 수 없다. 뿌리가 흔들리면 전체가 흔들리고 결국 쓰러지기 마련이다. 머리로만 생각하지 말고 발을 움직여서 청년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두루 청취해야 한다. 물론 또 대학교 학생 식당에 가고 치맥 회동을 하라는 이야기가 아니다. 올드함을 버리고 힙한 접근 방식을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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