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궁에 고정밀 슈팅머신 등 현대차 첨단기술 접목
정의선, 협회 운영 관여없이 공정한 선수 선발 주문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한국 양궁이 2020 도쿄올림픽에서 금메달 4개를 휩쓸며 새 역사를 썼다. 한국 양궁의 눈부신 성과는 긴 시간 선수들을 물심양면 지원해온 현대자동차그룹의 공이 크다는 평가가 나온다.
4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비인기종목 양궁을 1985년부터 37년간 체계적으로 후원해오면서 한국 양궁 신화에 기여하고 있다.
양궁 선수단은 이번 도쿄올림픽에서 양궁에 걸린 5개의 금메달 중 4개를 쓸어담았을 뿐 아니라 여자 단체전 9연패, 남자 단체전 2연패를 석권, 한국 양궁이 세계 최강임을 또 한 번 입증했다. 1위에 오르는 것도 힘들지만 오랜 시간 최강의 자리를 유지하는 건 더욱 힘들다는 점에서 선수와 코칭스태프의 피나는 노력은 물론 든든한 후원군이 돼 준 현대차그룹의 노력이 집중 조명되는 분위기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명예회장은 1985년 대한양궁협회장에 취임한 이후 우수 인재 발굴과 첨단 장비 개발 등에 지원을 아끼지 않았다. 2005년부터 대한양궁협회장을 맡고 있는 정의선 회장 역시 현대차그룹이 가진 연구개발(R&D) 기술을 전폭 지원했다. 대표적인 사례로 양궁협회와 협의해 제작한 ‘슈팅머신’이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2016년 리우대회를 위해 제작한 장비 대비 정밀·정확도를 획기적으로 개선한 슈팅머신을 새로 제작했다.
고정밀 슈팅머신은 힘, 방향, 속도 등이 동일한 조건에서 테스트가 가능하고 선수 컨디션과 날씨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기기를 통해 편차 없이 좋은 화살을 골라 쓰도록 하면서 선수단 역시 만족했다는 후문이다.
또 현대차그룹의 인공지능(AI) 전문 조직 에어스컴퍼니가 보유한 AI 딥러닝 비전 기술을 활용, 훈련영상 분석에 용이하도록 자동 편집해 주는 기술을 제공했다. 이밖에 점수 자동 기록 장치, 비전 기반 심박수 탐지 등의 기술도 힘을 보탰다. 현대차그룹 관계자는 “세계 최강의 한국 양궁이지만 미래차 R&D 기술을 접목하면 선수들 기량이 한 단계 더 향상될 수 있을 거란 판단이 작용했다”고 전했다.
정의선 회장은 또 지난 2019년 도쿄대회 양궁 경기장을 둘러본 후 한국으로 돌아와 진천선수촌에 도쿄 경기장과 똑같은 시설을 건설하고, 모의 대회를 개최하도록 했다. 선수들이 실전 감각을 놓치지 않도록 재현된 훈련장에서 실력을 갈고 닦도록 배려한 것이다.
무엇보다 정 회장은 양궁협회 운영에 일체 관여하지 않되 운영의 투명성과 공정한 선수 선발 확립을 주문한 것으로 전해졌다. 양궁협회에 파벌로 인한 불합리한 관행이나 갑작스런 선수 발탁이 없는 이유다. 이 원칙은 한국에서 대표선수로 선발되면 세계 무대에서 강자가 되는 시스템을 안착시킨 배경이기도 하다.
정 회장은 또 선수들 사기 진작과 방역상황 점검에도 각별히 신경썼다. 올해 양궁협회장에 재선임된 정 회장은 미국 출장을 마치고 곧바로 일본으로 이동, 주요 경기를 관중석에서 직관하며 선수들을 격려했다. 현대차그룹은 조만간 선수들에게 두둑한 포상금도 지급할 예정이다.
정 회장은 지난 1일 귀국한 뒤 기자들에게 “선수와 감독 모두 잘 해주셨다. 이번 성과는 양궁인 모두가 같이 이뤄낸 것으로 생각한다”면서 “양궁에 현대차의 여러 첨단기술이 적용됐는데 편차 없이 좋은 화살 골라 쓸 수 있는 기술이 유용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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