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주택자 움직이나… 경매시장에도 온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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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주택자 움직이나… 경매시장에도 온기
  • 이소현 기자
  • 승인 2023.02.09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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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3대책으로 규제 풀리고 감정가 거품도 빠져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사진은 서울 남산에서 바라본 아파트 단지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소현 기자] 극심한 부동산 한파 속에서도 경매 시장에는 온기가 돌고 있다. 정부가 전방위적으로 규제를 완화하면서 다주택자의 운신 폭이 넓어졌기 때문이다. 여기에 경매 거품이 가셨다는 인식도 확대되며 수요 유입이 나타나는 중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경매시장에서 두 차례 이상 유찰된 단지를 중심으로 두 자릿수의 응찰자가 몰리고 있다. 현재 부동산 시장 보다 20~30% 저렴한 가격에 내집 마련이 가능해 수요가 회복된 것으로 풀이된다. 

서울 관악구 신림동 신림현대 전용 120㎡ 경매에는 18명의 응찰자가 몰렸다. 최초 감정가는 12억6200만원에 책정됐지만, 세 차례 유찰을 거치면서 최저 입찰가격이 6억4614만원까지 낮아졌다. 하지만 다시 응찰자가 유입되며 감정가 대비 68.23%(8억6100만원)에 낙찰이 이뤄졌다. 강북구 번동 신원아파트는 두 차례 유찰된 뒤 최초 감정가 6억1700만원의 79.25%(4억8899만원)에 낙찰됐다. 응찰자는 11명이 몰렸다.

서울에서는 1억원대 소형 주택을 중심으로도 수요가 유입되고 있다. 지난 1월 이후 이 가격대에 매각이 이뤄진 8개 물건에는 총 114명의 응찰자가 접수됐다. 가장 많은 응찰자가 몰린 곳은 은평구의 한 빌라로, 총 23명이 응찰에 나섰다. 

이 중 투자수요도 주목된다. 은평구 역촌동의 태양빌라는 지난달 17일 최초 감정가의 90% 수준인 9020만원에 낙찰됐다. 앞서 두 차례 유찰을 거치며 최저입찰가격은 감정가의 60%(6400만원)로 낮아졌지만, 세 번째 경매에 응찰자 11명이 몰렸다. 이곳은 1993년 준공된 다세대 주택이다. 현재 확정된 호재는 없지만 일대 재개발 움직임이 나타나고 있다. 미래가치를 본 투자라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이주현 지지옥션 연구원은 "대부분 낙찰가율이 6~70%대를 유지했고 투자목적보다는 실수요가 유입된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은평구 역촌동의  경우 재개발 호재로 사람들이 몰렸고 낙찰가율도 높게 나왔다"고 말했다.

지난해만해도 예전의 급등한 가격 그대로 감정을 받은 물건들이 경매로 나오며, 시장에 거품이 꼈다는 인식이 팽배했다. 최근에는 집값 급락 속도가 더뎌지고 최저입찰가격도 시장 호가 아래로 내려 낮은 가격에 집을 낙찰 받으려는 이들이 나오고 있다. 

새해 다주택 규제가 대폭 완화된 점도 주목된다. 1.3 대책에 따라 전국 대부분 지역이 비규제지역으로 풀리며, 다주택자의 거래세·보유세 부담이 줄었다. 여기에 오는 3월 말부터 다주택자도 주담대를 받을 수 있도록 제도를 손 보는 등 추가 규제 완화도 예고된 상황이다.

지지옥션에 따르면 서울 아파트 경매 낙찰률은 44%로 전달보다 26.1%p 상승했다. 낙찰가율은 같은 기간 2.2%p 올라 78.7%를 기록했다. 전국 아파트의 경우 낙찰률은 36.5%로 한달 새 9.0%p 상승했다. 낙찰가율이 75.8%로 소폭 올랐다. 지난해 하반기 이후 지표들이 역대 최저치를 기록한 것과 비교된다.

다만 한 자산관리 업계 관계자는 "경매는 절차가 복잡하고 적정가격을 알기도 어렵다"면서 "대리인이 투자해 주겠다고 나서는 경우가 많아 거품이 끼기 쉬운 시장이라고 본다"고도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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