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세대 실손 외면…'반값 할인'에도 가입자들 "갈아타면 손해" 인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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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세대 실손 외면…'반값 할인'에도 가입자들 "갈아타면 손해" 인식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12.26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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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입률 5% 턱걸이...할인정책도 연장하며 환승 독려
보장 적고 비급여 진료도 불리...'막차탑승' 거부 기류 
보험사들이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4세대 실손 가입 전환을 독려하고 있지만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보험사들이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들의 4세대 실손 가입 전환을 독려하고 있지만 신통치 않은 모습이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3세대 실손의료보험의 보험료가 내년부터 평균 14% 인상되지만, '50% 할인'을 내세운 4세대 실손 전환율은 여전히 바닥을 맴돌고 있다. 4세대 실손의 보험료가 1~3세대에 비해 저렴하지만 보장 내용이 턱 없이 부족하는 등 가입자들의 구미를 당기지 못하고 있어서다.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보험사들은 4세대 실손으로 전환가입하는 기존 실손 가입자에 대해 1년간 보험료를 50% 할인해주는 혜택을 기존 올해 연말에서 내년 6월까지 6개월 연장하기로 했다. 가입자들의 갈아타기를 독려하기 위해서다.
 
실손보험은 출시 시점에 따라 1세대·2세대·3세대·4세대로 구분된다. 1세대 실손보험은 구실손이라고도 부르며, 2009년 10월 이전 판매한 표준화 이전 실손보험을 의미한다. 2009년 10월부터 2017년 3월까지 판매한 '표준화 실손보험'이 2세대(신실손), 2017년 4월부터 2017년 6월까지 판매된 '착한 실손'은 3세대 실손보험을 말한다. 현재 판매되고 있는 실손보험은 4세대다. 신규 가입이나 1~3세대 가입자의 전환 가입이 가능하지만, 반대로 4세대 가입자가 1~3세대 실손보험에 가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4세대 실손은 기존 실손보험에서도 비급여 부분 보험금 지급이 크게 높아 적자가 이어지자, 상품 구조를 개선해 출시한 것이다. 세대별 실손보험의 가장 큰 차이는 비급여 진료 시 자기부담금 비율이다. 이후 출시된 상품일수록 일반적으로 자기부담금 비율이 높다. 이런 이유로 보험업계는 기존 실손 가입자의 4세대 전환가입을 독려하고 있다. 

실제 보험업계는 실손 보험료가 해마다 상승할 수 밖에 없어 4세대로 갈아타는 것을 적극 권장하고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이전 세대 실손보험에 비해 보험료가 저렴하다. 4세대 실손보험 보험료는 1세대 실손보험(2009년 9월까지 판매)보다 75%가량 저렴하다. 2세대 표준화실손보험(2009년 10월∼2017년 3월 판매)보다는 60%, 3세대 실손보험(2017년 4월∼2021년 6월 판매)보다는 20% 낮은 수준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올해 3분기 기준으로 전세 실손보험 중 4세대 가입자 비중은 5.2%(151만)에 그치고 있다. 금융당국과 보험사들이 4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혜택을 내년 6월까지 연장한 것도 이 때문이다.

보험사들도 고객의 4세대 전환을 이끌어낸 설계사에게 보험료의 최대 700%를 시상금으로 제공하며 1~3세대 비중을 낮추는 데 집중하고 있다. 4세대 상품의 경우 실손보험 적자 주범으로 꼽히는 도수치료와 영양제 등 비급여 이용 횟수가 제한돼 보험사로서도 이익이기 때문이다.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올 6월 기준 실손보험 손해율은 1세대 141.9%, 2세대 123.8%, 3세대는 129.3%다. 4세대의 경우 작년 7월 출시돼 아직 유의미한 손해율 통계치가 잡히진 않지만 1~3세대에 비해 손해율이 낮을 수밖에 없는 구조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기존 실손 가입자들이 비급여 자기부담금이 높은 4세대 실손보험 전환을 꺼리고 있다고 분석한다.

특히 '4세대 가입 전환'의 핵심은 3세대 가입자다.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 중 3세대 실손 가입자의 4세대 전환가입 건수가 가장 낮기 때문이다. 4세대 실손보험이 출시된 2021년 7월부터 올 5월까지 1~3세대 실손보험 가입자별 4세대 전환 가입건수를 살펴보면 △1→4세대 전환 10만9108명 △2→4세대 10만5655명 △3→4세대 1만7753명으로 나타났다. 1·2세대에 비해 3세대 가입자의 전환은 10분의 1수준인 것이다.
 
가입자의 비중과 비교해 살펴봐도 3세대의 전환 가입은 현저히 낮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전체 가입자 중 1세대 실손 가입자가 22%, 2세대가 49%, 3세대가 25%다. 3세대와 1세대 실손의 가입자 규모가 유사함에도 전환가입률은 큰 폭에서 차이가 난 것이다.
 
이는 현재까지 3세대 실손과 4세대 실손의 비용 차이가 크지 않은 데 비해 보장에서는 차이가 존재하는 점 때문이다. 

실제 가입자 입장에선 4세대 상품에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 4세대 실손보험은 가입자의 의료 이용 건수에 따라 보험료가 차등 적용된다. 4세대 상품은 급여(주계약)와 비급여(특약)가 분리되는데, 연간 비급여 지급보험금이 ‘제로’면 다음해 특약 보험료가 5% 할인된다. 반면 고객이 타간 비급여 보험금이 300만원 이상이면 보험료가 300% 할증된다. 병원을 많이 이용하게 되면 보험료가 급증할 수 있어 갈아타기를 망설이는 가입자가 많다.

자기부담률이 높은 것도 소비자가 4세대 전환을 꺼리는 이유로 꼽힌다. 1세대 실손의 자기부담률은 0%여서 보험사가 모든 치료비를 보장해준다. 이에 비해 4세대 자기부담률은 급여가 20%, 비급여는 30%다. 재가입 주기가 15년(1~3세대)에서 5년으로 줄어든 것도 4세대 실손의 특징이다. 보험업계 관계자는 “보험료 할증이 누적되는 게 아니고 1년마다 초기화되는 구조여서 기저질환이나 가족력이 없다면 4세대로 전환하는 게 유리할 수 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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