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백신 예산 대폭 삭감… 강자 독식 구조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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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백신 예산 대폭 삭감… 강자 독식 구조 되나
  • 이용 기자
  • 승인 2022.11.02 13: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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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도 코로나19 백신 도입 예산, 지난해 대비 1조 8000억 감소
제약산업 육성지원 사업, 지난해 대비 400억원 감소
임상 중 기업에 집중 투자… 빈익빈 부익부 현상 심화 될 것
2023년도 코로나19 백신도입 사업 예산안. 내년 예산이 지난해에 비해 1억 8000억 가량 감소했다. 자료=질병관리청

[매일일보 이용 기자] 코로나19 엔데믹(풍토병화) 속 백신 수요가 급감하면서 정부가 백신 관련 개발 및 도입 예산을 대폭 삭감한 것으로 나타났다. 줄어든 예산은 이미 성과 기업 중심으로 집중 투자되는 만큼, 신규 업체 및 벤처사 진입이 더욱 어려워질 전망이다.

2일 보건 당국 등에 따르면 정부는 기존 코로나19 백신이 대량 폐기되는 것을 고려해, 내년 백신 도입 예산을 1조원 이상 줄인다.

2023년도 '보건복지위원회·여성가족위원회 예산안'에 의하면, 코로나19 면역력 확보를 위해 백신 구매를 추진하는 ‘코로나19 백신도입 사업’의 내년 예산안은 7166억9500만원이다. 지난해 대비 1조 8835억 4100만원이 감액됐다.

정부는 기존 도입 예정인 백신 물량이 1억 582만회분 남고, 백신의 유효기간(6개월~24개월)에 따라 대량의 백신 폐기가 불가피하다며 도입 예산 감소 배경을 밝혔다. 내년에 신규 백신까지 도입된다면 백신 잔여 물량이 더 증가해 결국 혈세 낭비로 이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이번 백신 도입 예산 감축으로 현재 백신을 개발 중인 국내사는 장기적으로 타격을 입을 가능성이 높다.

질병관리청은 내년도 1500만회분 신규백신 구매 예산을 편성했다. BA.5 등 신규 변이에 대응 가능한 화이자와 모더나의 mRNA 백신을 도입할 예정이다. 도입 물량 및 도입시기는 제약사와 협의 중이다.

그런데 최근 화이자와 모더나는 조만간 백신 가격을 4배 인상 인상할 수도 있다고 전한 상태다. 뒤쳐진 국내사들은 가격 인상된 화이자·모더나 백신 구입으로 소모된 예산을 두고 경쟁할 수도 있다. 또 신종 변이 대응 문제도 조속히 해결해야 한다는 부담도 생겼다. 실제로 예산안은 기초접종용으로 개발된 스카이코비원의 잔여 물량은 지속적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정부가 신약개발 및 백신 주권 확립을 위해 조성한 백신 펀드의 예산도 줄어든 것으로 확인됐다. K-글로벌 백신 펀드는 보건복지부 및 국책은행이 초기 자금을 출자해 조성하는 펀드로 ‘제약산업 육성지원’의 내역사업이다. 예산안에 따르면 2023년에는 지난해 대비 400억원을 감액한 100억원이 편성됐다.

예산이 줄어든데다가 현재 임상에 진입한 기업에 한해 투자가 집중되는 만큼, 신규 업체의 진입 장벽이 높아질 것이란 우려가 나온다.

해당 사업은 대규모 투자가 필요한 임상 3상 등 임상시험에 집중투자를 통해 전주기 백신 개발 역량을 갖출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펀드 운용사는 전체 조성금액의 60%이상을 신약·백신 개발을 위한 임상시험을 추진하는 기업에 투자해야 한다.

펀드의 지원을 받으려면 일단 임상에 진입하고 3상까지 가야 하는데, 연구 역량이 다소 부족한 벤처사는 당국의 임상 허가를 받는 것도 어려운 상황이다. 꾸준한 연구가 바탕이 되는 신약·백신 개발은 단기간 내에 성과를 보기 힘들다. 지원을 받는데 성공해도 현재 코로나19 여파로 임상 참여자 모집이 어려워 대기업조차 사업을 포기하는 실정이다. 그나마 남은 임상 참여자와 펀드 자금은 기존에 성과를 낸 백신 제조사에게 몰릴 것으로 예상된다.

정부 또한 이점을 인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예산안은 “백신 개발은 안정성과 유효성을 입증하기 위해 임상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투입되는 반면 수익성이 저조해 투자가 저조할 가능성이 있다. 현재 펀드 조성 규모로 계획한 민간투자 유치를 이끌어 내기에는 다소 어려움이 따를 것으로 예상된다”고 했다.

10월 기준으로 K-글로벌 백신 펀드의 자펀드는 아직 결성되지 않았다. 정부가 펀드의 조속한 결성과 국책금융 기관 및 민간투자자 모집 등을 통해 펀드운용 방안을 마련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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