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율 '1400원 시대' 재현 우려…한·미 통화스와프 서둘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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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율 '1400원 시대' 재현 우려…한·미 통화스와프 서둘러야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07.05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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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6월에만 4.95% 올라...10년9개월來 최고
한미 금리역전도 변수...美 재무장관 방한 테이블 주목
달러 강세에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13년만에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해 마감했던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달러 강세에 원·달러 환율이 가파르게 오르며 외환시장의 변동성이 커지고 있다. 사진은 13년만에 환율이 1300원을 돌파해 마감했던 지난달 23일, 서울 중구 하나은행 본점 딜링룸.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원·달러 환율이 13년 만에 경제위기 수준으로 간주되는 1300원대를 오르내리고 있다. 외국인 투자자들이 국내 주식을 팔아치우면서 환율은 급등하고, 주식시장은 곤두박질 치는 중이다.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이어지고 우크라이나 전쟁 장기화 등 대외 악재가 경기 침체 전망을 자극해 원·달러 환율이 1300원 대에서 고점을 높일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일각에선 2008년 금융위기 당시 환율이 1400원까지 치솟았던 장면이 재현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까지 나온다.

5일 서울외국환중개에 따르면 지난달 원·달러 환율이 한 달 새 4.95%나 뛰어올랐다. 이는 10년 9개월 래 가장 큰 상승 폭이다.

같은 기간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 가치를 나타내는 미 달러화 지수인 달러인덱스(DXY)는 2.87% 올랐다. 달러 상승폭 보다도 원화 가치가 1.7배나 더 하락했다.

2010년 이후 달러대비 원화가 전월대비 4% 이상 절하 된 경우는 2010년 5월(8.49%), 2011년 9월(10.43%), 2012년 5월(4.45%), 2014년 9월(4.06%), 2015년 7월(4.89%), 2016년 5월(4.6%) 6차례가 유일하다. 2020년 코로나19 팬데믹 이후로는 이번이 유일하다.

6월 들어 유독 원화가 약세를 보인 것은 미국의 고강도 긴축이 가장 크게 작용했다.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은 오는 26~27일(현지시간) 열리는 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기준금리를 한번에 0.75%포인트 올리는 '자이언트 스텝'을 예고 했다. 오는 13일 열리는 한은 금통위에서 빅스텝(기준금리 0.5%포인트 인상)이 기정 사실화 된 가운데, 미 연준이 같은 달 자이언트에 돌입하면 한·미 금리도 역전된다.

소재용 신한은행 연구원은 "6%를 넘어선 물가 잡기에 집중하며 한은도 50bp 금리인상을 단행하겠지만, 보다 발 빠른 연준에 역전을 허용하며 한미 금리차가 역전될 것"이라고 밝혔다.

소 연구원은 이러한 금리의 역전 현상이 환율을 끌어 올리는 요인이라고 지적했다. 그는 "미국 장단기금리차 역전으로 경기침체와 연계해 신용위험이 높아질 경우 상대적 고금리로 미달러 자산에 대한 상대 매력도가 높아지는 가운데 환율이 1300원 위로 안착하는 촉매제가 될 수 있다는 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결국 금리차 역전 자체가 아니라 그 안에 내포된 경기하강과 파급효과에 환율이 더욱 민감해질 것이란 설명이다.

통상 연준의 통화긴축으로 촉발된 미국 장단기금리차 역전 구간에 대체로 달러가 강세를 보였고, 지난 2018~2019년 한미 기준금리가 역전된 구간에 달러·원 환율이 오름세를 보이기도 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미국보다 앞서 지난해 8월을 시작으로 11월, 올해 1월, 4월, 5월 기준금리를 각 0.25%포인트씩 다섯 차례에 걸쳐 1.25%포인트 올렸지만 원화 가치 하락을 크게 방어하지 못하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도 한미 금리 역전에 따른 자본유출 경계감을 높이고 있다. 미국의 자이언트 스텝 단행 후인 지난 달엔 “내외 금리차로 인해 환율, 자본유출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유연하게 대응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밝혔다.

일각에선 정부가 환율을 방어하기 위해 한미 통화스와프 재개 논의 등 보다 적극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한미 통화스와프가 체결되면 최근 빠르게 오른 환율(원화 약세)로 불안정해진 국내 금융 시장이 다소 안정될 것으로 보인다. 통화스와프는 협상을 맺은 국가가 유사시 미리 약정한 환율로 일정한 시점에 각자의 통화를 빌려주는 계약이다. 위기시 양호한 조건으로 외화를 조달할 수 있어 금융 시장 안정에 도움이 된다. 한미 양국은 지난 2020년 통화스와프 협약을 체결했지만 지난해 말 종료된 상태다.

이런 가운데 재닛 옐런 미 재무장관이 오는 19일부터 이틀간 한국을 방문한다는 사실이 주목받고 있다. 옐런 재무장관의 한국 방문은 지난해 1월 취임 이후 처음이며, 미국 재무장관의 방한은 지난 2016년 6월 이후 6년 만이다.

추경호 부총리 겸 기재부 장관이 옐런 재무장관과 취임 후 첫 재무장관회의를 가질 예정인데, 이 자리에서 양국이 외환시장 안정을 위한 긴밀한 협력이나 더 나아가 통화스와프 체결을 위한 논의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지난 5월 21일 한미 양국은 정상회담 후 발표한 공동선언문을 통해 “양 정상은 외환 시장 동향에 관해 긴밀히 협력해 나갈 필요성을 인식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한미 정상이 공동선언문에 외환 시장 안정 협력을 명시한 것은 사상 처음이었다. 당시 협력 방안이 구체적으로 제시되지는 않았지만 통화스와프 체결 등 후속조치로 이어질 지 관심이 모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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