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0조 '깜깜이 대출' 터진다…금융권 부실최소화 '발등에 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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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0조 '깜깜이 대출' 터진다…금융권 부실최소화 '발등에 불'
  • 이광표 기자
  • 승인 2022.06.02 14: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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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개월 뒤 금융지원 약발도 끝..."부실규모 가늠도 어려워"
10년 분할상환 등 채무조정에도 잠재리스크 '수면 위'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부실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코로나19 금융지원 종료가 3개월 앞으로 다가온 가운데 부실리스크가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매일일보 이광표 기자] 부실폭탄이 째깍거린다. 오는 9월 말 대출 원리금 만기연장·상환 유예 등 코로나 금융지원 종료가 유력한 가운데 개인 채무자를 상대로 실시돼 온 금융지원 정책의 약발도 다해가고 있다. 수면 아래 잠자던 리스크가 고개를 내미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는 배경이다.

2일, 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 등 5대 시중은행의 '코로나19 금융지원 실적'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말까지 만기가 연장되고 원금·이자 상환이 미뤄진 대출 총액은 140조5067억원이다. 만기가 연장된 대출(재약정 포함) 잔액은 총 129조6943억원이다. 원금을 분할 납부하던 것을 미뤄준 규모는 9조6887억원이고, 이자 유예 대출은 1조573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들 모두 리스크를 온전히 평가할 수 없는 이른바 '깜깜이 대출'이다. 

은행업감독규정에 따라 은행들은 정기적으로 차주의 채무 상환 능력과 금융 거래 내역에 따라 대출 채권을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5단계로 분류한다. 채무 상환 능력을 평가할 주된 지표가 대출 원금과 이자 상환 내역인데, 금융지원조치로 이를 유예했으니 리스크를 평가할 도리가 없다는 게 은행들의 설명이다.

부실 징후는 이미 곳곳에서 드러나고 있다. 국내 4대 은행의 가계대출에서 발생한 부실 규모가 올해 들어 증가로 전환된 것으로 나타났다. 아직 그 폭이 크지는 않지만, 지난해 내내 꾸준한 감소세가 이어져 오다가 악화 흐름으로 돌아섰다는 측면은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금융권에 따르면 올해 1분기 말 기준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보유한 가계대출 중 고정이하여신으로 분류된 금액은 총 8782억원으로 지난해 말보다 2.7% 늘었다. 액수로 따지면 233억원 증가했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3개월 넘게 연체된 대출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통상 은행 등 금융권에서 부실채권을 분류하는 잣대로 쓰인다.

최악의 부실을 막아야 하는 은행권과 금융당국은 출구전략 모색에 분주하다. 소상공인을 위해 컨설팅에 나서는 한편, 사업자 대출을 10년 동안 나눠 갚도록 하는 등 연착륙 대책 마련에 몰두 중이다.

KB국민은행은 지난달 20일부터 '코로나19 특례운용 장기분할 전환 프로그램'을 시행 중이다. 코로나19 피해로 금융당국의 원리금 만기연장 또는 원리금 상환 유예 지원을 받은 차주가 지원 종료 후 상환에 어려움을 겪을 상황에 대비해 해당 대출을 최장 10년까지 나눠 갚게 하는 제도다. 

하나은행도 코로나 금융지원을 받은 차주에 대해 Δ유예종료 후 일괄상환 Δ유예종료 후 기존 월상환금의 2배·1.5배·1.2배 등으로 선택 상환 Δ유예 종료 후 만기까지의 잔여기간에 나눠서 분할상환 Δ유예금액에 대해 만기상환금액에 추가해 상환 등 선택권을 부여하고 있다. 우리은행과 신한은행도 비슷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은행들은 코로나19로 사업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위한 경영 컨설팅에도 나서고 있다.

신한은행은 '신한SOHO사관학교'를 통해 8주 동안 약 30명의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매출 증대 요령을 컨설팅하고 있다. 또 '신한SOHO성공지원센터'를 통해 경영에 애로를 겪는 자영업자를 대상으로 무료 경영 컨설팅을 제공하고 있다. 

금융당국도 부실화에 대비해 30조원 규모의 채무 조정 프로그램도 추진키로 했다. '소상공인·자영업자 새출발기금(가칭)' 설립을 통해 대출 채권을 매입하는 방식이다. 모든 차주에게 최장 10년의 장기 분할상환 대출로 전환해주고, 상환 애로를 완화하는 차원에서 상환 기간에 따라 대출 금리를 조정할 예정이다. 장기 연체 부실차주에 대해선 원금을 감면해준다. 장기연체자가 보유한 신용채무에 대해 60%에서 최대 90%까지 탕감해줄 계획이다.

하지만 금리상승기와 맞물려 대환대출 등 채무조정 프로그램만으로 부실을 막긴 어려울거란 우려도 나오다.

국회 예산정책처(예정처)의 '2022년도 제2차 추가경정예산안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대환보증의 지원대상이 되는 고금리 비은행권 대출을 이용한 소상공인·자영업자의 경우 중·저신용자로 부실 위험이 높다.

일반적으로 고금리 대출 차주는 저신용자로 대출이 어려워 제2금융권의 고금리 대출을 이용하게 되는 경우가 많아 대환보증·대환대출 대상이 되는 소상공인들 역시 신용도가 낮을 가능성이 높다. 

앞서 정부가 운영한 '바꿔드림론'의 경우에도 지난해 말 기준 누적 대위변제율은 29.9%, 회수액을 반영한 대위변제율도 17.1%에 이르는 것으로 집계됐다. 대위변제율이란 차주가 돈을 갚지 못해 국가가 대신 갚아준 돈의 비율을 말한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그간 코로나 금융지원을 받은 대출 계좌에 대해선 '정상'으로 분류해왔던 만큼, 은행으로선 자영업 차주들의 상환 능력을 정확히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라며 "충당금을 쌓고 있지만 지원 조치 종료 후 현실화될 부실이 얼마나 될지 가늠하지 못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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