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지리차, 韓 시장 영향력 확대…무엇을 노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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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지리차, 韓 시장 영향력 확대…무엇을 노리나
  • 김명현 기자
  • 승인 2022.05.15 13:0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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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리차, 르노코리아 2대 주주로 경영 참여 전망
지리, 브랜드 국제화 가속…한국 FTA 활용할 듯
일각선 중국 기업의 하청, 위성국가 전락 우려도
지리그룹이 국내 시장에서 입지를 점차 키워 나가고 있다. 사진은 중국 지리그룹 본사. 사진=지리차 홈페이지 캡처

[매일일보 김명현 기자] 중국 최대 민영 자동차기업 지리차가 국내 자동차 시장에서 영향력을 키워나가고 있다. 이를 두고 지리차가 한국을 해외 시장 확장의 발판이자 생산거점으로 본격 활용하며 브랜드 국제화에 속도를 올리고 있단 분석이 나온다.

15일 업계에 따르면 지리그룹 산하 지리오토모빌홀딩스는 르노코리아 지분 34.02%를 인수하기 위해 관련 절차를 진행 중이다. 지분 인수에는 약 2600억원이 투입되는 것으로 전해졌다.

이로써 지리그룹은 르노코리아 지분 3분의 1 이상을 확보하며 2대주주에 오르게 됐다. 르노코리아 최대주주인 르노그룹의 지분율을 대폭 낮추면서다. 업계에선 지리그룹이 대규모 지분 투자를 단행하는 만큼, 향후 이사회 합류 등 르노코리아 경영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또한 양사가 올 초 발표한 친환경 신차 개발 협력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관측된다. 합작 모델 개발을 위해 지리그룹은 볼보의 CMA(콤팩트 모듈러 아키텍처) 플랫폼과 차세대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제공한다. 현재 지리그룹은 볼보 지분의 100%를 보유하고 있다.

르노그룹은 CMA 플랫폼을 바탕으로 디자인을 완성하고, 르노코리아는 국내 소비자 눈높이에 맞는 첨단 기능 탑재 등을 맡는 식이다. 해당 모델은 2024년부터 르노코리아 부산공장에서 생산될 예정이다. 르노코리아는 이를 통해 연산 30만대 규모인 부산공장의 가동률을 높일 수 있게 됐다.

앞서 지리차는 지난 2월 국내 부품업체 명신과 전기 화물차 ‘싱샹’을 내년 6월부터 생산한다는 내용을 골자로 한 협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중국 완성차가 국내에서 전기차를 생산하는 첫 사례다.

업계에선 지리그룹의 잇단 국내 생산 추진 행보는 브랜드 세계화를 추진하는 전략의 일환으로 보고 있다. 특히 한국은 미국과 체결한 자유무역협정(FTA)을 적극 활용할 수 있다는 점에서 매력적인 생산거점이라는 평가다. 한국 생산으로 ‘무관세’와 ‘브랜드 이미지 제고’ 효과를 거두며 미국 시장을 개척할 수 있다는 의미다.

앞서 지리그룹도 국내 기업 지분 투자와 관련, “한국은 다수의 국제시장과 맺은 FTA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의 전략적 생산거점이 됐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로이터 등 외신 역시 중국 기업이 ‘메이드 인 코리아’ 차량을 미국에 수출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보도했다.

국내 자동차 전문가의 진단도 이와 다르지 않다. 김필수 대림대 자동차학과 교수는 “(본인이) 전기차협회장을 맡고 있다 보니 10년 전부터 중국 측으로부터 국내 조립, 선진국 수출을 추진해 이윤을 나누자는 제의가 많이 들어왔었다. 반조립제품(CKD)·부분조립생산(SKD) 형태로 중국서 가지고 들어와서 우리나라에서 국산 배터리와 함께 조립하는 식”이라며 “(지리차의 최근 행보는) 같은 목적을 띤 움직임이 현시점에서 나타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중국 토종 브랜드들은 ‘메이드인 차이나’로 해외 공략이 어렵기 때문이다. 우리나라가 일종의 게이트웨이(관문)인 셈”이라고 말했다.

중장기적 관점에서 주의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김 교수는 “당장은 국내 기업이 새 차종 투입 등 돌파구가 필요하다는 점에서 ‘윈윈’ 개념으로 보고 있지만, 중장기적인 측면에선 우리나라가 중국이란 큰 시장을 중심으로 고갈이 될 수가 있다"며 "자금력을 앞세운 중국 기업의 하청이나 위성 국가로 전락할 수도 있어 이와 관련해 충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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